【 청년일보 】 제약바이오기업들 사이에서 '비만치료제'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2023년 올해의 혁신'으로 GLP-1 작용제 개발과 비만 관련 건강 문제 완화 사실을 밝혀낸 연구를 선정한 바 있다.
핵심 성분인 GLP-1 유사체(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는 업계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21일 제약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3년 전 비만치료제 '위고비'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와 미국의 일라이릴리가 주도하는 비만치료제 시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2022년 3분기 4조3천300억원에서 전년 동기 대비 지난해 10조1천200억원으로 1년 사이 134% 증가 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성에 대해 2030년 1000억달러(약 132조원)으로 전망했다.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전세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GLP-1 유사체는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비만치료제의 게임처인저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GLP-1 기반의 새 약물 요법은 유전·환경·사회 등 다양한 요인이 원인으로 제시되는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비만약 핵심 기전은 GLP-1 유사체다. 혈당 상승 시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 GLP-1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 식욕 억제와 함께 위장관 연동운동을 늦춰 포만감을 지속시킨다.
GLP-1 작용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지난 10여년간 체중 감량제로 큰 인기를 끌었다. 또 2021년에는 비만치료제로 허가됐으며, 2022년 미국에서만 약 4천만 건 가량이 처방됐다.
혈당수치를 조절하는 GLP-1의 역할이 규명된 것은 1987년이다. 1994년 지방조직에서 생성되고 포만감을 유발하는 호르몬 렙틴(leptin)이 쥐의 배고픔과 체중 감소 사실이 확인됐다.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GLP-1 타겟 체중감량 치료제 삭센다(주성분 리라글루타이드, liraglutide)를 첫 번째로 승인했다.
비만약 핵심 기전은 GLP-1 유사체다. 혈당 상승 시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 GLP-1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 식욕 억제와 함께 위장관 연동운동을 늦춰 포만감을 지속시킨다.
업계에서는 비만치료제로 허가된 위고비 (Wegovy), 그리고 2형 당뇨병치료제로 허가받고 오프라벨로 비만치료제에도 처방되고 있는 마운자로(Mounjaro)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비만치료제 시장으로는 미국 시장에 이목이 집중된다. 다른나라보다 성인 비만율도 높고 비만치료제 가격이 더 높기 때문이다.
애널리틱스 기관인 트릴리언트헬스(Trilliant Health)에 따르면 이미 2022년 4분기 기준 오젬픽, 위고비 등 의약품 처방은 2020년 초반에 비해 300% 증가하며 처방 건수가 900만 건을 넘어섰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ries)는 오는 2030년까지 GLP-1 글로벌 시장이 1500억 달러 규모에 이르고, 이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 2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시장 전망과 함께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경쟁도 본격화 하고 있다.
먼저 한미약품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내 성인 건강인 및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차세대 비만 치료 삼중작용제(LA-GLP/GIP/GCG, 코드명 HM15275)의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 약력학 특성 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계획(IND)을 최근 제출했다.
HM15275는 한미의 전주기적 비만치료 신약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에 포함된 혁신신약 후보물질이다.
임상 3상 개발이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혁신을 이어나갈 차세대 신약인 HM15275는 한미의 기존 바이오신약 플랫폼 '랩스커버리'가 아닌 '아실레이션(Acylation)' 기술이 적용된 비만 신약이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와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lucagon, GCG) 등 각각의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해 비만 치료에 특화되며, 부수적으로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 효력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한미약품은 HM15275가 우수한 체중감량 효능은 물론, 심혈관 및 신장 질환에 대한 개선 효과를 나타내는 '차세대 비만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선 비임상 연구에서 HM15275는 근 손실은 최소화하면서도 수술적 요법에 따른 체중감량 효과에 버금가는 강력한 효능은 물론, 다양한 대사질환 모델에서 기존 비만치료제 대비 우수한 치료 효능을 입증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가 축적한 인크레틴 분야 노하우를 통해 기존 치료제 한계 극복과 함께 효과를 높여 HM15275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에스티는 자회사인 뉴로보 파마슈티컬스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DA-1726'의 미국 식품의약청(FDA) 글로벌 임상 승인을 획득했다.
신약 후보물질인 DA-1726는 GLP-1 수용체와 Glucagon(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 및 말초에서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임상 1상에서는 비만 환자 81명을 대상으로 DA-1726의 안전성, 내약성(환자가 부작용을 견뎌낼 수 있는 정도), 약동학(약물의 체내 발현 약효) 등을 위약 대조, 평행 비교 방식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올해 상반기에 임상 1상을 시작하고, 내년 상반기에 종료할 계획이다.
전임상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DA-1726은 비만 동물 모델에서 GLP-1 유사체 Semaglutide (세마글루타이드)와 유사한 음식 섭취량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으며, GLP-1, GIP 이중작용제 Tirzepatide(티르제파타이드) 대비 더 많은 음식 섭취량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체중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김형헌 뉴로보 파마슈티컬스 대표는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에 첫발을 떼게 됐다"며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 작용해 기존 비만치료제보다 더 나은 데이터가 기대되는 DA-1726의 임상 1상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GLP-1 유사체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 패치 형태의 비만치료제 개발 본격화에 나섰다. 올 초 임상 1상을 시작해 2028년 상용화 한다는 계획이다. 패치라는 제형상 사용자 편의성 증진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이 확보된 성분 변경없이 제형만 변경하는 지속형 의약품의 경우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발생 문제를 해결해 실패 위험이 없다"며 "성공의 관건은 생산 기술과 시장성 확보다"고 분석했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