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이마트가 기업형 슈퍼마켓(SSM) 에브리데이를 흡수 합병하며 본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운영 효율화가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분석이 적지 않아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유통 업계 등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16일 비상장 자회사인 이마트에브리데이(이하 에브리데이)를 흡수 합병하며 재도약의 행보에 나섰다.
이날 이마트와 에브리데이 양사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상장사인 이마트가 비상장 자회사 에브리데이를 흡수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예정 합병 기일은 오는 6월 30일이며, 7월 1일 등기 절차를 종료하면 이마트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하게 된다.
◆"매출부터 브랜드 이미지까지" 하향곡선…쿠팡에 '1위' 자리 내준 이마트
양사의 합병 배경에는 고물가 기조에 따른 유통업계 전반의 경영 악화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생필품 및 식료품 등 생활과 밀접한 제품들의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실제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해 직접 구매하기 보단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 이마트의 경영난을 부추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형마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국내 유통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오던 이마트는 지난 3월 열린 1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서 쿠팡에게 유통업계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이마트는 29조4천72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매출은 전년 대비 0.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1천826억원 줄면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쿠팡은 동 기간 매출 31조8천298억원(243억8천300만달러)를 달성, 전년 대비 약 20% 늘었다. 연간 영업이익 또한 6천174억원(4억7천3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이마트와 격차를 크게 벌였다.
이마트의 경우 신세계건설의 부진이 큰 악재로 작용했지만 수년간 유통업계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던 아성을 감안할때 경쟁사인 쿠팡에게 실적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까지 모두 1위 자리를 넘겨주었다는 점은 그야말로 체면을 구긴 셈이란 평가가 나온다.
◆에브리데이 흡수합병한 이마트 "마케팅·물류 등 시너지 발굴 차원"…이마트24는?
시장 상황이 크게 역전되자 이마트는 전사적인 조직 재정비에 나서며 운영 효율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이마트 한양채 대표는 "과거 30년의 영광을 뒤로하고 새로운 30년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회사의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이마트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쓰겠다"며 전열을 불태웠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제품 소싱·유통 과정 전반의 불필요한 과정을 줄여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기초 체력부터 다시 다져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양채 대표는 지난해 1월 이마트는 물론 이번에 흡수합병이 이뤄진 에브리데이와 편의점 이마트24의 대표도 겸직하며 '통합 대표' 자리를 맡았다. 또한 같은해 12월 이마트와 에브리데이 그리고 이마트24간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사무국'도 신설한 바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흡수합병에 대해 "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3사 간의 마케팅, 물류 등 통합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행보들은 과거에도 해왔고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며 "매입과 물류, 상품 등 여러가지 기능적 측면에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고 유통 과정에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 발굴, 실행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마트는 향후에도 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3사간 통합 마케팅 전개 등 협업을 강화하는 등 상호 유기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마트 한 관계자는 "과거 이마트24 발렌타인데이 마케팅 진행 당시 이마트에서도 함께 협업을 진행한 바 있듯이 향후에도 유사한 합동 마케팅을 적극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마트측은 이번에 단행된 흡수합병으로 인한 에브리데이의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가 에브리데이를 흡수합병한 형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존 인원을 축소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이마트24 역시 에브리데이와 동일한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어 또 다른 관심을 야기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흡수합병될 가능성이 낮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과 마트·SSM를 이용하는 소비자간 성향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면서 "편의점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구성된 소포장 상품을 판매한다"면서 "반면 마트와 SSM에서는 비교적 대용량으로 이뤄진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이마트 체제 내에서 통합 운영할 경우 큰 시너지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마트와 에브리데이에 비해 이마트24는 취급 상품과 주 거래고객 등에서 교집합이 그리 크지 않다"면서 "흡수합병을 통한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마트 역시 흡수합병 분석에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마트24의 흡수합병은 정해진 바 없다"면서 "기능적 측면에서 통합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마트가 에브리데이 흡수합병을 통한 시너지 창출 효과는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 증권사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마트의 흡수합병 전략은)구매 통합 과정에서 계열사를 별도로 두는 것보다 합병을 통한 구조 효율화를 감안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법인을 별도로 두고 있을 경우 공정거래법상 거래 비용 등 여러 가지 비효율적 요소가 발생한다는 점도 염두해 두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브리데이 흡수합병을 통해 의사 결정 구조를 수직 계열화하면 다양한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또한 식품 등 취급하는 상품군의 포지션 비중이 유사하다보니 에브리데이가 조금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차원에서 이번 합병이 이뤄진 것으로 보임에 따라 단기간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