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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론'에 직면한 삼성…故 이건희 선대회장 '신경영론' 재조명

故 이건희 회장 별세 4주기…과거 '강력한 리더십' 행보 재조명

 

【 청년일보 】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습니다"

 

지난 1987년 11월 부친인 호암(湖巖) 이병철 창업회장 별세 후 46살의 나이로 삼성그룹의 2대 회장이 된 故이건희 선대 회장은 취임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후 '세계의 삼성'으로 성장시켜 대한민국 산업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는 한편 재계 '거목'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 같은 평가에는 그의 경영철학이 자리잡고 있다. 

 

취임사에서 밝힌 그의 선언이 현실화된 배경으로는 이 선대회장의 과감한 전략적 판단과 탁월한 안목, 리더십 등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란 게 정설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적극 추진한 점이 꼽히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취임 이전인 10여년 전부터 반도체산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적극 뛰어들었다. 

 

1984년 64메가 D램을 개발한데 이어 ▲1992년 세계 최초 64메가 D램 상용화 ▲1993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반도체산업을 우리나라 대표산업으로 성장시켰다.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난데도 역시 반도체가 주효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하며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인공지능(AI) 훈풍을 타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최신 5세대 제품인 'HBM3E'의 엔비디아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만 TSMC와 직접 경쟁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도 수주 부진까지 이어지는 형국이다. 

 

이처럼 '삼성 위기론'이 팽배한 가운데, 지금으로부터 31년 전 이 선대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내놨던 '신경영 선언' 메시지가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둘러싼 각종 위기론이 엄습하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이재용 회장이 선친에 버금가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이 선대회장의 리더십을 보여줬던 대표적 표본이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발표한 '신경영 선언'이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경영진들에 "앞으로 21세기에는 초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 대변혁의 시대에 하루 속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응하지 못하면 삼성은 영원히 2류, 3류로 뒤처지고 만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문했다. 

 

이러한 배경엔 미국 LA 전자제품 매장 구석에 먼지만 쌓인 채 놓여 있는 삼성 TV와, 세탁기 불량 부품을 칼로 깎아 조립하는 것을 본 뒤였다. 당시 직원들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으며 이는 이 선대회장의 분노와 개혁의지를 달아오르게 했다. 

 

신경영 선언 직후 변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단적인 사례가 1995년 단행된 '불량 무선전화기 화형식'이다. 당시 삼성전자 무선전화기 사업부는 신경영 선언 이후에도 품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완제품 생산에 몰두했다. 

 

이에 제품 불량률이 11.8%까지 이르자 이 선대회장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그해 3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운동장에서 크나큰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무선전화기와 키폰 등 15만대, 500억원 어치의 제품을 전량 수거해 '충격요법'을 단행한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직원들은 품질 최우선에 몰두했고 1994년 국내 4위에 머물렀던 무선전화기 점유율은 1년 만에 단숨에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국내 1등을 넘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한 데는 (이 선대회장이) '완전히 새로 태어나지 못한다면 미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상기시킨 점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삼성 위기설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선 이재용 회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 선대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했던 것처럼 모든 것을 쇄신하겠다는 비장한 각오와 강력한 추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의 위기는 곧 우리나라 전체 위기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이재용 회장은 신경영 선언에 필적할 만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에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4주기 추모음악회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족들과 삼성 사장단 등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선대회장의 기일인 25일에는 4주기 추도식이 경기 수원 선영에서 열릴 예정이다. 별도 추모행사 없이 유족들과 삼성 사장단들이 모여 신경영 철학 등 고인의 업적과 뜻을 기릴 것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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