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삼성생명 즉시연금 재판에서 피고 측인 삼성생명이 원고 측인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상품 가입 당시 가입설계서의 제공 여부와 가입설계서가 상품의 이해하는데 충분한 자료가 됐는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가입설계서는 가입자가 내야 할 보험료와 향후 받게 될 예상 보험금 등이 기재돼 있는 문서로, 보험 청약을 위해 반드시 발급해야 하는 주요 서류 중 하나다.
삼성생명 측은 계약자들이 보험가입 설계서를 받아 보고, 보험가입 과정에서 본인들이 가입한 상품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가입자 측은 실제로 가입설계서를 받아 보지 못한 경우도 적지않았을 뿐만 아니라, 설령 직시했더라도 보험상품에 ‘문외한(門外漢)’인 계약자들이 보험가입 설계서의 내용만을 보고 상품을 이해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8일 금융권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이동욱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삼성생명 즉시연금 소송의 6차 변론 기일을 열었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12월 11일 5차 변론 이후 담당 판사 변경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거의 반년 만에 재개됐다.
즉시연금 사태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지난 2018년 10월 12일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이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의 지원을 받아 소장을 접수하면서 비롯됐다. 쟁점은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연금)을 보험계약 당시 약속했던 금액보다 적게 지급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즉시연금은 보험 가입 시 대개 1억원 이상의 목돈을 일시에 보험료로 납부(일시납)한 뒤 매달 수익률을 반영해 연금형태로 지급받는 상품을 말한다.
계약자들이 가입한 상품 유형은 납부 보험료 원금이 보장되는 ‘상속만기형’ 상품이다. 이 상품의 경우 보험료 원금에 해당하는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쌓아두기 위해 보험사가 다달이 지급하는 연금에서 일정 금액(사업비 등)을 제외하고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매달 지급 받는 연금수령액이 계약자가 예상했던 금액보다 적을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점을 보험사가 계약자들에게 명확히 설명했는지 여부다. 계약자들은 상품약관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고 연금 월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보험가입 당시 이 같은 내용을 설명도 들은 바 없기에 사업비 등을 공제하지 않은 연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생명 측은 상품약관의 지급 기준표에 ‘연금계약 적립액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른다’고 명시한 만큼 이 점만으로도 계약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산출방법서의 복잡한 계산식까지 약관에 포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생명 뿐만 아니라 보험업계 및 금융당국도 이 같은 점은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이날 재판에서는 가입설계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삼성생명 측은 “가입설계서를 보지 않고서 보험을 가입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가입설계서에 상품 유형별 보험료나 월 연금액 등이 제시됐기 때문에 원고들(계약자들)도 이를 통해 상품의 취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원고들이 주로 은행(방카슈랑스)에서 상품에 가입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은행은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소개할 때 최소 3개 상품을 비교·설명해야 한다”면서 “삼성생명 상품의 경우 타사 대비 연금이 낮은 수준임에도 원고들이 가입한 것은 매달 연금이 적어도 안정성이 높은 상품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상품에 대해 계약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가입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계약자 측 변호인은 “가입설계서에는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아울러 가입설계서에 나와 있는 연금액의 차이만 보고서 보험에 문외한인 원고들이 상품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연금 지급액이 차이가 나는 것과 관련 상품 판매 당시 보험모집인이 계약자들에게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사업비 등을 제외하고 연금 재원을 산출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다음 재판에서는 당시 보험을 판매한 은행 직원과 계약자들에 대한 증인 심문을 하고 나면 실체가 드러나고 규명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 변론 기일은 오는 7월 24일로 잡혔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