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세계적인 초저금리 기조 속에 기관투자자들의 운용 대안으로 주목받는 해외 투자에 대해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오히려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보업계의 운용자산 수익률은 2010년 5.6%에서 계속 하락해 지난해 3.5%에 머물렀다.
이는 국내외 저금리 기조에 따른 현상이다. 이에 따라 업계 내에서는 투자 다변화, 특히 해외 투자 확대가 운용 수익률 제고 대안으로 꾸준히 거론됐다. 또 2022년 적용될 국제보험회계기준에 따라 부채(지급할 보험금)에 맞춰 자산의 만기를 늘려야 하는 상황도 해외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해외 투자를 통한 수익률 제고 전략을 적극적으로 실행해 왔던 생보사들이 올해부터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은 해외 투자 비중을 2016년 총자산의 20.0%에서 3년만인 지난해 보험업법상 한계치(당시 30%)에 접근한 29.0%까지 확대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28.0%로 비중이 줄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의 해외 자산 투자 비중도 2016년 4.8%에서 2018년 7.4%로 커졌으나 지난해(7.2%)와 올해 1분기(7.0%) 큰 변화가 없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자산과 부채에 대한 금리의 영향에 균형을 추구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는 원칙에 따라 해외 투자보다는 국내 채권을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의 해외 투자 경험이 풍부한 미래에셋생명 또한 최근 4∼5년 새 되레 해외 투자를 크게 줄였다. 미래에셋생명의 1분기 해외 투자 비중은 10.0%로, 2016년 23.1%와 비교해 절반 미만으로 축소됐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달러 약세 흐름을 예상하고 해외 자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추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월말 보험사의 해외 투자 비중 한도를 총자산의 50%로 높이는 보험업법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이에 보험사의 해외 투자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이 나오지만, 단기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투자가 오히려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확실성이 커지면 해외 투자의 리스크는 더욱 부각되기 때문에 팬데믹 이후에 해외 투자의 매력도가 많이 떨어졌다”며 “최근 2∼3년 두드러진 해외 투자 증가세가 일단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도 “해외투자 한도가 확대된 건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은 되지만, 당분간 해외채권은 줄이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며 “헤지비용을 감수하면서 비싼 해외채권을 보유하는 것보다 국내채권 매입이 듀레이션 관리에 긍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