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중하 교보생명 신임 상무, 정경선 현대해상 최고지속가능책임자,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 [사진=각 사]](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1250/art_17339930698773_6e2cb2.png)
【 청년일보 】 교보생명을 비롯 현대해상과 한화생명 등 보험 3사의 오너 3세 경영체제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에 대한 적잖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 3세들의 전진 배치가 각 회사들이 안고 있는 현안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정기 인사에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인 신중하 팀장을 경영임원(상무)로 승진, 임원진에 합류시키면서 후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신임 상무는 1981년생으로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외국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에서 2년여 간 근무했다. 이어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해 보험업 관련 경험을 쌓은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교보생명은 “신 신임 상무는 2021년 교보정보통신(현 교보DTS)으로 자리를 옮겨 디지털혁신(DX) 신사업팀장으로 일했고, 2022년 5월 교보생명에 차장으로 입사해 그룹 내 디지털전환(DT) 가속화를 지원하고 그룹 디지털 전략수립에 힘써 왔다”며 “올 4월에는 그룹 경영전략 담당 겸 그룹 데이터TF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이번 승진으로 AI활용·VOC(고객의소리) 데이터담당 겸 그룹 경영전략 담당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해상과 한화생명 역시 오너 3세를 경영 일선에 배치, 후계 작업을 진행한 상태다.
우선 현대해상은 지난해말 정몽윤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전무를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 가운데 최근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현대해상은 CSO 직속 조직인 지속가능실 소속 수석전문위원 6인(박계현·김택수·주준형·강명관·서홍원·김성재)을 모두 임원으로 승진, 발령냈다. 이들은 내부 출신이 아닌 외부 출신들로, 전무후무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해상 입사 2년차에 접어든 정경선 전무의 지휘 체계를 보다 공고히 확립하려는 수순으로 풀이하고 있다.
정경선 전무는 1986년생으로,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현대해상에 입사하기 전에는 소셜벤처 지원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 사회적 가치 투자사 HGI 등을 설립하는 등 사회적기업 분야에서 활동했다. 현대해상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주도하고, 디지털 혁신 작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무급이 담당해왔던 기획관리부문장을 직전 디지털본부장을 맡아왔던 정규완 상무를 배치한 것도 정 전무의 지휘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현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역시 지난해 2월 한화생명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1985년생으로, 미국 예일대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한화 경영기획실 디지털팀 팀장으로 입사해 이듬해 9월 한화생명 디지털팀장을 맡았다. 이후 전사 혁신실 및 디지털혁신실, 미래혁신 및 해외총괄 등 주요 미래사업 부문을 담당, 여승주 현 대표이사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끌어 나가면서 여 부회장곁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 오너 3세들이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각 사별 내재된 주요 현안 과제 해결에 이들이 보여줄 역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우려보단 기대가 큰 분위기로 읽히고 있다.
우선 교보생명의 경우 직면한 문제 중 가장 큰 현안은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겪고 있는 풋옵션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천억원(주당 24만5천원·액면분할 전 가격)에 인수했다. 컨소시엄에는 IMM PE와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이 참여했다.
당시 주주 간 계약에는 회사가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상대로 지분을 되팔수 있는 풋옵션 조항이 담겼다. 다만 풋옵션 가격은 별도로 정하지 않고 행사 시점의 공정시장가치(FMV)를 적용키로 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8년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산정한 FMV인 주당 41만원(약 2조122억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매입가보다 70% 가까이 높은 풋옵션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어피니티는 2019년 3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ICC는 첫 판결에서 풋옵션 계약은 유효하나 신 회장이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풋옵션 가격을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이후 어피니티는 두 번째 중재를 신청했고, 이달 중 중재안 통보가 예고된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중재안이 지배구조와 밀접히 연관된 만큼 교보생명의 미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는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이 지연된 원인으로 지목돼 온 바 있다. 주주간 해묵은 분쟁이 회사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던 셈이다.
현대해상의 경우는 여타 손해보험사들과 마찬가지이나, 과도한 비급여 실손보험금 누수로 인한 위기 극복이 난제다.
국내 5대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메리츠화재)의 비급여 실손보험금은 올 들어 9월까지 총 4조2천724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8.6%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 손해율 또한 2022년 117.2%, 2023년 118.3% 등 손실을 안고 있으며, 올해 1분기에는 무려 126.1%를 기록,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은 이달 공청회 등을 거쳐 비급여 문제 완화를 포함한 2차 의료개혁 실행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계엄사태 등으로 인해 지연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의 경우 포화된 국내 보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따. 최근에는 동남아를 넘어 미국 증권사인 벨로시티(Velocity Clearing, LLC)의 지분 75%를 매입, 인수하며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의 해외시장 개척 행보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향후 시장내 안정적인 정착 등 성공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한화생명 한 관계자는 “김동원 사장은 최고글로벌책임자로서 한화생명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이끌고 있다”면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동남아에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미국 금융시장으로 진출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너 3세 경영에서도 중요한 건 리더십”이라며 “여느 임원들보다 비교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해도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 준다면 소프트 랜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