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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해지보험 해지율 지침에…보험업계 실적하락 우려 '전전긍긍'

금융당국, 지난 4일 ‘IFRS17 주요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발표
보험사, 올 연말 결산부터 해지율 0% 수렴하는 원칙모형 적용
올 상반기 생보사(66%) 무저해지 상품 비중, 손보사(37%) 압도
“무저해지 상품 취급 높은 보험사일수록 실적에 타격 클 것”

 

【 청년일보 】 최근 금융당국에서 무저해지 보험상품 해지율 산출을 포함한 IFRS17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지난해 새 회계제도로서 IFRS17이 도입되며 보험사들이 계리적 가정을 낙관적으로 도출해 ‘고무줄 회계이익’을 냈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무저해지 상품은 납입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해지율을 높게 가정한 것을 지적하며 완납 시점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해지율 도출 모형을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올 4분기부터 해지율이 낮게 가정되면서 CSM(계약서비스마진)이 감소해 실적에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무저해지 상품 취급 규모가 높은 보험사의 경우 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이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올 연말 결산부터 무저해지 보험상품 해지율 산출 시 완납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모형 중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운영해야 한다.

 

무저해지 보험은 납입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어 보험료가 일반 상품에 비해 10~40% 저렴한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무저해지 보험의 특성 상 해지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험사들은 경험통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완납 직전까지 높은 해지를 가정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그동안 이같은 비합리적 가정을 전제로 상품의 수익성이 산출됐고 상품 쏠림현상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이 IFRS17 하에서 해지율을 자의적으로 높게 가정해 CSM을 부풀려 이른바 ‘고무줄 회계이익’을 거뒀다는 뜻이다.

 

지난해 도입된 회계기준인 IFRS17 하에서 보험사들은 결산 시점의 시장금리를 감안한 할인율과 손해율, 해지율 등 계리적 가정을 경험통계 및 계약자 특성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자의적 가정이 장기적으로 위험을 누적시켜 보험사의 건전성을 떨어뜨리는 한편 이로 인해 보험계약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어 지난 11일에는 해지율 개선 관련 금융당국이 제시한 원칙모형을 따를 것을 당부하며 보험사들이 당장의 실적 악화를 감추고자 예외모형을 택하는 것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특정 요건 충족 시 원칙모형보다 CSM에 타격이 덜할 것으로 알려진 선형-로그 또는 로그-로그 모형을 예외로 적용하도록 한 바 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해지율이 낮게 도출되면서 CSM이 줄어들어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전체 보험사의 무저해지상품 신계약 비중은 보장성 초회보험료 기준 63.8%까지 증가했다. 2018년(11.4%)과 비교하면 불과 6년 새 5배 이상이나 불어난 것이다.

 

아울러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초회보험료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20곳의 무저해지 상품의 취급 비중은 66%, 손해보험사 11곳은 37%를 차지한다.

 

특히 무저해지 상품의 판매 비중이 높은 보험사일수록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승건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무저해지율 가이드라인이 보험사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각 사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무저해지 상품을 많이 취급하는 보험사일수록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생명보험사 중 올 상반기 무저해지 상품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한화생명(93%)이다. 이어 신한라이프(91%), 교보생명(81%), KB라이프생명(79%), 삼성생명(67%), 미래에셋생명(39%) 순이다.

 

주요 손해보험사의 경우는 삼성화재(63%), 한화손보(58%), DB손보(39%), 메리츠화재(34%), KB손보(28%), 현대해상(22%) 순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IFRS17 가이드라인에 따라 해지율이 낮게 책정되면서 올 4분기부터는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보험사들은 기존에 계리적 가정에 유리할 것이란 판단하에 무저해지 상품을 많이 내놓은 만큼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이번에 금융당국이 발표한 IFRS17 가이드라인은 보험사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이와 함께 앞으로 무저해지 상품에 대한 인기도 사그라들면서 보험사들은 다른 종류의 상품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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