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규제가 은행을 넘어 제2금융권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일부 보험사를 중심으로 대출금리 인상 및 간접 규제가 시작된 한편 나머지 보험사들도 상황을 주시하며 당국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다만 이달 들어 주담대 취급규모가 큰 보험사에서 대출 물량이 조기 소진되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는 만큼 조만간 본격적인 조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3일부터 수도권 주담대의 경우 기존 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주택 구입자금 대출을 제한했다.
이에 앞서 삼성생명은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올렸으며, 같은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도 주담대 금리를 0.49%포인트 인상했다.
금융당국의 주담대 규제 주문에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높아지자, 오히려 보험사 주담대 금리 하단이 은행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지난달 29일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같은달 28일 기준 주담대 금리(주택가격 3억원, 대출금액 1억원, 대출기간 30년, 고정금리, 아파트담보대출)는 삼성생명 3.59~4.94%, 삼성화재 3.68~6.13%, NH농협손보 3.98~6.17%, KB손보 4.07%~6.08%, 한화생명 4.18~4.91%, 교보생명 4.23~5.44%, 동양생명 4.56~4.76%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중은행의 주담대 5년 고정금리(혼합·주기형)는 3.63~6.03%로 집계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주담대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면서 금융권 대출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현황 브리핑에서 "아직 다른 업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고, 현재까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면서도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현장검사 등을 통해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업권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주담대 규제 조치에 들어간 한편, 주담대를 취급하는 다른 보험사들은 대부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모양새다.
다만 이달 들어 금융당국에서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에서 보험업권 전반적으로 주담대 규제 조치가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당국에서는 지난주부터 보험업권을 비롯해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권과 MG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 증감과 선행지표인 대출 신청 건수를 하루 단위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개 대형 생명보험사의 주택 관련 대출잔액은 30조6천80억원으로 7월 말 30조2천248억원 대비 3천832억원 늘어났다.
보험사 중 삼성생명 다음으로 주담대 물량이 많은 한화생명에서는 지난 5일 기준 주담대 상품 ‘홈드림 모기지론’의 실행 물량이 조기 소진되기도 했다.
이에 한화생명은 내달 신청분부터 주담대 연동형 적용 금리를 0.4%포인트, 3년 고정형을 0.5%포인트, 5년 고정형을 0.3%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향후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대출잔액 모니터링과 심사기준을 지속 강화할 계획”이라며 “차주 신용등급 강화 및 담보물건에 대한 리스크 관리 정교화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가계대출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이하 KB손보)은 대출 잔액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만큼 당장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KB손보의 주담대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1조4천807억원에서 7월 말 1조4천743억원, 8월 말 1조4천675억원으로 감소세이며, 이달 3일 기준으로는 1조4천639억원이다.
KB손보 관계자는 “최근까지 현황을 토대로 보면 풍선효과가 감지되진 않는 상황으로,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필요 시 금리 인상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 주담대를 취급하는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 나머지 보험사들은 주담대 규제 관련해 아직은 금리 인상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최근에 주담대 금리를 올린 바 없으며 앞으로도 올릴 계획 없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