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 삼성증권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그룹 불법 승계 의혹에 삼성증권이 개입되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이 부회장에 대한 공소장을 확보하고 삼성증권 관련 행정조치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 삼성증권의 불법 행위 가담 여부를 확인 하기 위함으로 삼성증권은 이 부회장 공소장에 수십번 언급됐다.
공소장에 적시된 것처럼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이에 따라 증권사는 물론 관련 임직원 등에 대한 제재가 필요한지 등을 파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며 이 부회장 등 삼성 고위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 주가가 높게 형성되고, 반대로 삼성물산 주가는 하락하도록 각종 불법이 자행됐다고 보고 있다.
일단 금감원은 검찰이 이미 공소를 제기해 재판이 시작되는 혐의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서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선을 그었다. 다만 검찰 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나 추가로 금융당국이 인지 및 조사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용암 전 삼성증권 대표는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기소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삼성증권 역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 기소 여부와는 별개로 삼성증권이 당시 불법행위에 연루됐다면 증권사는 물론, 당시 임직원들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금감원은 보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은 이 부회장의 공소장에 48회 등장하며 각종 부정 거래에 빈번하게 동원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이 통과된 후 주식매수청구기간(2015년 7~8월)에 제일모직 주가 관리를 위해 삼성증권 등을 통해 시세조종성 주문인 '고가 매수 주문' 등을 제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증권이 제일모직의 자문사로 활동하고 있었음에도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삼성물산의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합병 찬성 의결을 권유하거나 주선함으로써 이해상충 행위를 했다고 따로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보유해온 고객정보를 삼성물산과 공유하고,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투자 상담을 해준다며 접근해 의결권 위임장 확보에 나섰다는 의심도 받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소장 내용을 확인해서 증권회사의 위법행위가 어떤 게 있는지, 검사 절차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판단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사건번호 부여 등 공식 절차가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반면 삼성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삼성 측은 "증권사는 상시업무 중 하나로 고객의 보유주식과 관련해 발생하는 합병, 증자 등 주요 권리 이벤트에 대해 고객에게 안내하는 업무를 진행한다"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또한 관련 주주들에게 보유주식에 발생한 이벤트를 안내하는 것은 일반적인 업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병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양사는 합병에 찬성하는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었으므로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에 대응한 자문사의 역할이 이해상충에 해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 역시 관련 법령에 따른 정상 거래였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강정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