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가 오는 17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와 개인 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에 나선다. 매도 계약이 체결되었거나 임차인 거주 등 촘촘하게 설정된 예외 요건을 충족하는 사례에 한해서만 한시적으로 연장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다주택자의 자산 유지 기반인 레버리지를 무력화해 사실상 대출 상환을 요구하는 압박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이번 조치가 전세 매물 축소와 월세 물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예외로 인정되는 경우는 임차인이 있는 경우, 매도계약이 체결된 주택, 어린이집·문화재·민간건설임대주택 등 법령상 의무, 상속·경매 등 불가피한 취득, 인구감소지역 소재 주택 등이다. 증여는 예외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담보로 한 만기일시상환 주담대가 대상이다. 정부는 지난해 다주택자 신규대출을 금지한 데 이어,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까지 제한하면서 다주택자의 레버리지 유지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규제 수위를 높였다는 평가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이번 발표는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한 부동산 투기에 대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작년부터 강화된 수요억제책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규제 대상이 한정적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봤다.
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은 "2025년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다주택자 신규대출 금지에 이어, 이미 대출을 받아 버티던 다주택 차주의 레버리지 유지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대출 회수 압박책"이라고 이번 조치의 성격을 규정했다.
대출 만기가 도래할 때 연장·대환으로 버티던 이들이 이제는 현금 상환이나 매각 압박을 받게 됐다는 진단이다. 특히 전세를 끼고 여러 채를 보유하며 현금 여력이 약한 레버리지 투자자, 일시상환 비중이 높은 차주, 금리·보유세·공실 부담이 누적된 비핵심지 다주택자일수록 매도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가장 많은 다주택자가 기대를 걸 조항은 '임차인이 있는 경우'지만 이 역시 단순하지 않다. 발표일(4월 1일) 기준으로 유효한 임대차계약이 있어야 하고, 발표일 이후 갱신된 계약은 두 가지 경우에만 예외로 인정된다.
시행일 전일(4월 16일)까지 이뤄지는 묵시적 갱신, 그리고 발표일로부터 4개월 이내인 7월 31일까지 종료되는 계약에 대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전부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기존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만 만기연장이 허용되고, 갱신 이후 기간은 인정받지 못한다.
이 위원은 "적용 범위가 아파트로 설정됐다는 점에서 모든 주거용 시설을 포함하는 기존 다주택자 규제와는 차이가 있다"며 "주담대를 가진 경우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보유 주택이 시장 매물로 나오더라도 시장 전반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규모로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만기연장이 허용되더라도 '종료일까지 무제한'이 아니다. 통상적 만기연장 주기인 1년 단위로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임대차계약 종료일이 2년 뒤라도 매년 임차인 거주 여부 등을 다시 확인받는 구조다. 또한, 금융회사가 차주 신용도·담보가치 변화를 이유로 만기연장을 거부할 수도 있다.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변수다.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더라도 임대차 계약이 끝나지 않은 물건은 세입자가 나가야 거래가 완결된다. 매매시장에서 매물이 늘어도 전세 공급은 동시에 줄어드는 구조다.
함 랩장은 "이번 조치는 아파트 전세매물 축소와 월세화를 부를 수 있어, 매매시장 안정 효과와 달리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는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다주택자를 이번 규제에서 제외한 것이 충격 완충 역할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세 매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