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제약
"이사회 바꾸고, 주주 챙긴다"…K-제약·바이오업계, 올해 경영전략 핵심은 "체질개선"
【 청년일보 】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2026년 정기주주총회(주총) 시즌이 정점을 향해 가는 가운데, 기업들이 이사회 개편과 주주 환원 확대를 앞세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해 주총은 단순한 실적 보고 자리를 넘어 법률·금융·IT·R&D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하고, 자사주 소각·분기배당·RSU 도입 등 선진국형 주주 친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는 변화의 무대로 떠올랐다. 포스트 팬데믹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환경 속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거버넌스 기준에 맞춘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실질적 주주 가치 제고를 동시에 추진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총 공시를 살펴보면, 이번 시즌의 핵심 키워드는 거버넌스 선진화와 전문성 중심의 인적 쇄신, 그리고 실질적인 주주 이익 환원으로 요약된다. 지난 20일 동국제약, 유한양행,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시작으로 진행된 이번 주총 시즌은 24일 셀트리온과 삼진제약을 지나 26일 종근당,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동아쏘시오홀딩스, GC녹십자, 동화약품, 일동제약을 거쳐 27일 씨젠, 오는 31일 한미약품과 휴온스로 이어지며 K-바이오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 삼성바이오·유한양행 포문…사외이사로 이사회 바꾼다 올해 주총 시즌의 포문을 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경영 안정과 거버넌스 강화를 동시에 꾀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 4조5천569억원, 영업이익 2조692억원이라는 성적표를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림 대표이사 사장을 재선임하며 글로벌 위탁개발생산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공고히 했다. 특히 법률 전문가인 김정연 이화여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한층 강화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지배구조 개선 의지로 풀이된다. 같은 날 주총을 개최한 유한양행 역시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실었다. 매출 2조1천866억원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지속한 유한양행은 사외이사 선임과 독립이사 후보 추천 방식을 규정한 정관 변경안을 가결하며 이사회의 투명성을 높였다. 특히 신의철 KAIST 교수와 오인서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며 신약 개발을 위한 R&D 전문성과 법률적 견제 기능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국제약 또한 연결 매출 9천268억원, 영업이익 965억원의 견조한 실적을 승인받으며 주당 200원의 현금 배당을 확정해 주주들과 성과를 나눴다. ◆ 셀트리온 집중투표제 도입…주주 권한 강화 신호탄 24일 열린 주총에서는 셀트리온의 선제적인 거버넌스 혁신이 눈길을 모았다. 셀트리온은 기존 정관 내에 명시돼 있던 '집중투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상법 개정 취지에 맞추어 집중투표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둠으로써,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이사회에 반영하고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은 연결 매출 4조1천624억원, 영업이익 1조1천684억원이라는 경영 성과와 함께 기우성 부회장을 재선임하며 통합 셀트리온 출범 이후의 안정적 성장을 다짐했다. 같은 날 삼진제약은 시가배당률 3.9%에 달하는 주당 800원의 배당안을 통과시키며 업계 최고 수준의 주주 환원 의지를 증명했다. 특히 조규석, 최지현 공동대표 체제를 재확인하며 책임 경영을 강조했다. ◆ IT·금융 전문가 영입…전통 제약사도 이사회 쇄신 대규모 주총이 몰렸던 26일은 전통 제약사들의 인적 쇄신이 돋보였다. 대웅제약은 연결 매출 1조5천708억원, 영업이익 1천967억원의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최대현 네이버 테크비즈니스 대표와 산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는 전통적인 제약 산업에 IT 테크와 금융의 시각을 결합해 이사회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녹십자는 이번 주총에서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296억원)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당 1천500원의 현금 배당을 유지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승인받았다. 이는 실적 부진 속에서도 주주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진 구성에 있어서는 허은철 대표이사와 정재욱 R&D 부문장을 재선임하며, 현재 추진 중인 글로벌 임상 및 신약 개발 전략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또한, 동화약품 및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박기환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이사회의 산업 전문성과 경영 감독 기능을 동시에 강화했다. 연결 매출 1조6천924억원, 영업이익 805억원의 견조한 성적표를 낸 종근당은 이번 주총에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 절차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정관 변경을 통해 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배당기준일을 이사회 결의로 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주들이 배당금을 미리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는 선진적 배당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적 쇄신 측면에서는 이규웅 사내이사를 신규 선임해 경영진의 전문성을 보강하고 내실 경영을 이어가기로 했다. JW중외제약은 연결 매출 7천752억원, 영업이익 944억원으로 전년 대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내며 주총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주당 650원의 현금 배당을 확정하며 성과를 공유했다. 이번 주총의 핵심은 거버넌스 선진화였다.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의 선임' 및 '감사위원회의 구성' 관련 조항을 상법 개정안에 맞춰 정비했으며, 특히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감경 조항(제40조의2)을 신설해 사외이사들이 소신 있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경영진에서는 신영섭 대표이사를 재선임했다. 일동제약은 연결 매출 5천669억원, 영업이익 194억원을 기록하며 실질적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러한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주당 200원의 현금 배당을 확정했다. 동화약품은 이번 주총에서 이사진의 대대적인 세대교체와 전문성 확보에 주력했다. 신규 선임된 안홍근 사내이사는 동화약품에서 전략기획실과 영업관리실을 두루 거친 경영 기획 전문가이며, 강영욱 사내이사 역시 기획관리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여기에 헌법재판소 연구위원 출신의 김성수 사외이사를 신규 영입하며 의사결정 과정의 법률적 투명성을 보강했다. 이는 창립 130주년을 앞둔 동화약품이 전통적인 제약 영업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전략 경영으로 나아가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동아제약의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이번 주총을 통해 그룹 전체의 거버넌스 수준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췄다.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소집지를 본점 소재지 외에도 유연하게 정할 수 있도록 해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으며, 자회사 관리 및 지배구조 투명성을 명문화했다. 연결 매출 1조4천297억원, 영업이익 977억원의 성과를 바탕으로 주당 1천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하며 지주사로서의 주주 환원 책무를 다했다. 특히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높이는 장치를 강화하며 ESG 경영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27일 주총을 개최한 씨젠은 포스트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거버넌스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했다. 씨젠은 정관 변경을 통해 분기배당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주주들이 보다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김정용 씨젠 재무관리실장을 통해 재무 건전성 확보와 경영 연속성을 꾀했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번 주총에서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등을 역임한 법률 전문가 예세민 사외이사와 대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출신의 강동우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각각 신규 선임됐다. 이는 법적 리스크 관리에 대한 대응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한미약품 자사주 소각·휴온스 RSU…주주환원 진화 이 밖에 오는 31일 예정된 한미약품과 휴온스의 주총은 이번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파격적인 안건들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먼저 한미약품은 총 발행주식의 약 0.95%에 해당하는 보통주 12만1천880주 중 70%인 8만5천316주를 소각한다는 계획을 보고한다. 이는 유통 주식 수를 직접적으로 줄여 주당 가치를 상승시키는 조치로, 최근 경영권 분쟁 국면을 지나온 한미그룹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신뢰의 메시지로 읽힌다. 같은 날 열리는 휴온스 주총의 핵심은 성과조건부주식(RSU) 제도의 본격 도입과 이를 뒷받침할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의 승인이다. 휴온스는 임직원에게 장기 성과와 연동된 주식을 부여하는 RSU를 통해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기업 가치를 장기적으로 우상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휴온스는 가장 최근 부여한 RSU의 행사 기간을 2030년 2월까지로 길게 설정하며 장기적인 책임 경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단기적인 주가 부양에 매몰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경영진의 자신감이 투영된 결과다. 아울러 글로벌 컨설팅 전문가 출신인 송수영 사내이사의 재선임을 통해 현재 추진 중인 글로벌 경영 시스템 구축과 사업 다각화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 올해 K-바이오 주총, 세 가지 변화 남겼다 한편, 올해 K-제약·바이오 주총은 크게 세 가지 큰 흐름으로 정리된다. 첫째는 이사회의 질적 변화다. 과거 오너 중심의 의사 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법률, 금융, IT, R&D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이 이사회의 중추를 형성하며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둘째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도구의 진화다. 단순 현금 배당을 넘어 자사주 소각, 분기배당, 집중투표제, RSU 등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주주 친화 정책들이 우리 제약 산업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셋째는 실적에 기반한 책임 경영이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대다수 기업이 매출 성장을 이뤄냈고, 그 성과를 주주들과 나누기 위해 일시적인 수익성 악화 속에서도 배당을 유지하거나 파격적인 환원책을 내놓는 결단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신약 파이프라인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투명한 지배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올해 주총에서 보여준 제약·바이오 업계의 거버넌스 혁신과 주주 환원 노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K-제약·바이오가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재평가받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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