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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人] "생명을 잇는 바다 너머의 나눔"…'세계 헌혈자의 날'에 만난 '울릉도 청년 영웅' 장현태 주무관

울릉도 바다를 건너 이어온 생명나눔 활동…'조용한 영웅'의 이야기
헌혈증 100매 기부·조혈모세포 기증…진심으로 실천한 이웃 사랑
"헌혈은 애국이자 자기 성장"…공무원이 전하는 진실된 나눔의 의미
"혜택보다 '마음'이 먼저"…헌혈 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 개선 등 제언

 

【 청년일보 】 6월 14일.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울릉도에서 들려온 특별한 생명 나눔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경상북도 소재 울릉군청에서 근무 중인 34세의 청년 공무원, 장현태 주무관이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약 150회의 헌혈을 실천해 왔다. 특히 울릉도에 거주한 지난 10년 동안에는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면서까지 100회 가까운 헌혈을 이어온 '조용한 헌혈 영웅'이기도 하다. 청년일보는 장 주무관의 따뜻한 생명 나눔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 "수업을 빠지고 싶어서 시작한 헌혈, 지금은 제 삶의 일부가 됐어요"

 

장 주무관의 첫 헌혈은 고등학교 시절, 학교를 방문한 헌혈버스에서 시작됐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헌혈을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는 헌혈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울릉도에는 헌혈의 집이 없어 육지로 나가야 하는 불편이 따르지만, 그는 자신의 휴가를 쪼개 한 달에 한 번씩 배를 타고 동해 바다를 건넌다.

 

이와 관련해 장 주무관은 "몸은 힘들지만, 누군가를 위해 꼭 필요한 헌혈을 제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 "헌혈증은 지갑 속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곳에 있어야죠"

 

장 주무관은 지금까지 모은 헌혈증 약 100매를 백혈병,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기부했다.

 

이 같은 실천에 대해 그는 "저나, 제 가족이 당장 아픈 것이 아니기에, 도움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쓰이는 게 더 옳다고 판단했다"며 "헌혈증도 혈액처럼 우리 사회에서 순환되어야만 진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그는 혈액암 환우를 위한 조혈모세포 기증도 실천했다. 등록 후 7년 만에 유전자형이 일치한 수혜자가 나타나자, 그는 "올 게 왔다"며 곧장 기증을 결정했다.

 

주위에서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는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며 생면부지의 환우를 위해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기꺼이 내어주었다.

 

◆ "조혈모세포 기증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정말 가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이 헌혈처럼 간단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는 아직도 기증을 꺼리는 사람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당부했다.

 

장 주무관의 나눔은 헌혈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지금까지 약 600시간이 넘는 자원봉사 활동도 실천해 왔다.

 

태풍 수해 복구, 학업 중단 청소년 대상 교육 봉사, 교통 지도 등 지역사회 곳곳에서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 가족 3대가 나라 위해 헌신…"저도 제 방식대로 애국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 주무관은 6.25 전쟁 참전용사인 외조부, 대통령표창과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부친을 둔 '나라사랑 집안'의 후손이다. 그 역시 생명 나눔 실천 공로로 국무총리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공직에서 일하는 것도, 제가 가진 자원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모두 애국"이라고 말했다.

 

'애국'에 대해서 오랜기간 고찰해온 장 주무관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들이 더 잘 사는 데에 기여가는 것이 애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가진 혈액이나 자본, 시간의 일부를 헌혈, 기부, 자원봉사 등의 형태를 통해 어려운 이웃과 사회에 환원하고, 이를 통해 국민이 더 행복해지고 우리 대한민국이 좀 더 건강해진다고 믿고 있다"고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 "헌혈은 생명 나눔이자, 자기 성장…실천을 위한 작은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

 

장 주무관은 헌혈의 장점으로 '건강'과 '자기만족'을 꼽는다.

 

그는 "정기적인 혈액검사, 체내 철분 조절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도운 성취감이 가장 크다"며 "수혜자와 제공자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사회적 분위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과거 코로나19 시기에도 그는 헌혈을 멈추지 않았다. 당시 감염 우려에 대한 괴담도 있었지만, 체계적인 위생관리 속에 안전하게 헌혈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장 주무관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서, 다회 헌혈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건강보험료 할인이나 세금 감면 같은 현실적인 보상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헌혈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장 주무관은 인터뷰 말미에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지역적 차원이 아닌 국가적인 차원에서 헌혈자, 기부자에 대한 예우방안이 체계적으로 확립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한민국 동쪽 끝, 울릉도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생명 나눔의 가치를 실천해온 장현태 주무관. 그의 조용한 선행은 '헌혈'이 단순한 봉사를 넘어, 이웃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세계 헌혈자의 날인 오늘도 누군가는 그의 혈액을 통해 다시 살아나고 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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