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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人] "공간에 담는 기억의 향수"...서유진 작가의 '시선의 미학'

국회사무처 '청년예술가 쿼터제'…육아 공백 깨고 전시 개최
"같은 공간, 같은 대상을 바라보더라도 모두 다른 이미지"

 

【 청년일보 】 우리는 종종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지난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분명 새로운 장소, 새로운 시간이지만 과거의 추억과 경험이 덧입혀져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 보이기도 한다. 

 

지난 2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층 아트갤러리에서 열린 서유진 작가의 작품은 바로 이런 순간을 담았다. 'Remembrance of Place(장소와 기억)'라는 전시 이름처럼 각각의 작품은 새로운 곳에서 발견한 작가의 경험과 감정이 담겨있다. 

 

서 작가가 처음으로 '장소'와 '기억'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가진 건 미국 콜로라도에 체류할 때였다. 산과 물이 많은 한국과 달리, 끝없이 평지가 펼쳐지는 콜로라도는 한 편으론 답답했다. 기분 전환을 위해 낯선 공간을 찾다가 네덜란드라는 도시에 갔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호수를 보게 됐다. 순간 한국에서 봤던 풍경이 떠올라 편안함을 느꼈다. 그 순간을 담고 싶어 호수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사진을 찍고 이를 콜라주해 작품으로 남겼다. 이렇게 장소와 기억에 대한 작품 활동이 시작됐다. 

 

 

◆ 청년작가에게 기회를 주는 '청년예술가 쿼터제'

 

사람처럼 공간도 저마다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어떤 공간은 모두에게 열려있어 쉽게 문지방을 넘을 수 있는 것 같고, 또 어떤 공간은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들어가야 할 것만 같다. 서울 여의도에 자리한 국회의원회관은 후자에 가깝다.

 

하지만 이 건물 내에도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1층에 위치한 아트갤러리다. 지난 2017년 1월부터 전시를 시작한 이곳은 격식 있는 옷차림도, 입장을 위한 비용도 필요 없다. 누구나 가볍게 들려 매달 달라지는 전시를 보며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2023년 한 해의 시작을 알린 첫 전시는 서유진 작가의 작품들이었다. 'Remembrance of Place(장소와 기억)'라는 주제에 맞게 작가가 새로운 공간에서 마주한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담은 것들이다.

 

서 작가가 국회의원회관 아트갤러리를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어느 날 한 기사를 보고 국회에서 매달 전시를 열고 있으며, 이에 참여할 작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23년도부터 '청년예술가 쿼터제'를 도입해 청년작가들이 작품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넓힌다는 소식도 들었다. 

 

서 작가는 "청년작가가 전시를 연다는 어려운 일이다. 공간을 마련하는 데 많은 난관이 있다. 그래서 전시 공모사업을 찾아보게 되는데,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작가 수에 비해 사업은 적다 보니 선정되는 것 또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 작가도 한 번에 기회를 잡은 건 아니다. 국회 아트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기 위해 몇 번의 도전을 이어 나간 끝에 2023년 첫 전시라는 좋은 기회를 잡게 됐다. 

 

이어 서 작가는 "청년쿼터제 도입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청년작가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어 한 편으로는 감사하다는 마음도 든다. 나 이외에도 많은 청년작가가 이곳에서 전시를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일상적인 공간에서 가볍게 예술을 만나다 

 

이번 전시는 서 작가에게 큰 의미가 있다. 출산과 육아 과정에서 생긴 공백을 깨고 다시 작가 서유진으로서 관람객을 만났기 때문이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아이를 양육하며 꿈을 좇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서 작가는 당장 전시를 열지는 못해도 언젠가 다시 관람객을 만날 시간을 기다리며 틈틈이 그림을 그려나갔다. 집 근처에 작업실을 구했고 작품 활동이 규칙이 되도록 시간을 냈다. 많은 시간을 매달릴 수는 없어도 작가로서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멈추지 않았다. 

 

서 작가는 "공백 후 다시 연 전시이다 보니 긴장을 많이 했다. 게다가 작품은 설치되는 공간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데, 이번 공간은 기존에 전시를 열었던 곳과는 다른 공간이라 더욱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라는 선입견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곳 역시 다른 갤러리처럼 사람이 오가는 공간일 뿐이다. 오히려 갤러리보다 공공미술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도 오며 가며 들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이번 전시가 특별히 다가온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국회의원회관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설치미술을 펼치는 것 또한 좋아하는 작가의 성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숲 이미지를 현수막으로 제작해 전시한 적도 있고, 광화문에서 행위 예술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갤러리라 일컬어지는 공간에서만 전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만큼 다채로운 활동을 계획 중이다. 야외에서 전시를 열기도 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에서 설치미술을 선보이고 싶기도 하다. 

 

서 작가는 "관람객들이 내가 제시한 방향으로만 작품을 보길 바라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기억이 다른 것처럼 같은 공간, 같은 대상을 바라보더라도 모두 다른 이미지를 갖는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며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 사람은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구나!' 정도로 편안하게 나의 그림에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오시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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