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스무살 청년의 고민과 장년의 고민은 다르지만 삶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청년들의 고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동복지시설(보육원·그룹홈·가정위탁)에서 보호를 받다가 18세가 되면 시설을 나와 홀로서기에 나서야 하는 이들을 우리는 자립준비청년이라 부른다.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가 양육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아동복지시설에 들어온 이들은 퇴소 전까지 보호대상아동으로 불린다. 보호대상아동들에 대해 보육원보다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양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보육원 지원 중심의 자립 지원 제도에 대한 한계도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자립준비청년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해 이같은 문제점들에 직면하면서 실질적 지원을 위한 자립준비청년지원 플랫폼 'SOL'을 운영해온 윤도현 대표에 주목하는 이유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 고조와 함께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 탐색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당사자로서 같은 상황에 직면한 청년들을 지원하고 있는 윤도현 대표를 만나 자립준비청년 지원 정책의 효율성 제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자립준비청년과 후원자 연계 청년 플랫폼 SOL...선한 영향의 확산
아동양육시설에 위탁된 보호대상아동은 아동복지법상 성인이 되는 나이인 만 18세를 기준으로 퇴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최근 희망자에 한해 만 24세까지 시설에 머무를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다만 민법상 만 19세 미만은 미성년자로,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시설을 떠나는 만 18세부터 만 19세가 되기까지 법정대리인이 없는 미성년자로 핸드폰 개통과 부동산 거래 등에서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윤도현 대표는 이같은 법적 기준에 대해 자립준비청년의 의미를 법 테두리 안에서만 규정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보육원에서 퇴소한 이들만 자립준비청년이라고 한정지을 수 없다"며 "가정 밖 청소년들과 가족 돌봄 청년들도 어린 나이에 부모님들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며 자립준비청년의 의미를 확대했다.
윤 대표는 "특정한 용어로 구분짓기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 모두가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이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관점에서와 같이 문제를 한정적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고 긍정적이고 포괄적인 방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자립준비청년 지원을 위한 'SOL'(Shine on Light)의 출발점이 됐다.
'SOL'은 자립준비청년들과 이들을 지원하기 원하는 후원자들을 연계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는 청년 지원 플랫폼이다.
윤 대표는 성탄절 크리스마스 선물을 매칭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단회성으로 그치기 보다 활성화해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SOL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후원을 하고 싶지만 방법이 모호했던 이들을 연결하는 소통의 장이 형성되면서 하나의 소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윤 대표는 "청년들에게 이런 것을 도와주고 싶다는 말씀과 함께 후원이 이어지며 플랫폼화 됐다"며 "SNS를 통해 후원이 이어지면서 신발이나 침대와 같은 품목들을 지원하겠다는 기업들과도 연계됐다"고 밝혔다.
SOL이 청년 후원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계기는 윤대표의 사회를 바라보는 긍정적 시각과 함께 사회관계의 확장과 이를 통한 선한 영향의 확산이라는 철학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사회단체의 도움으로 미국을 두 번 다녀왔다. 계기에 대해 그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 제안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상 미국을 너무 가고 싶었던 꿈이 있었다"며 미국은 사회복지 선진국이고 사회복지 문화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싶은 마음에 사회단체의 문을 두드렸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도움을 요청한 것이 아닌 역으로 제안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사회단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꿈의 의미를 설명하고 방향성을 제시한 후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성실한 이행으로 결국 미국을 방문하는 꿈을 이루게 됐다.
그는 20살이 되던 해 첫 미국 방문을 회상하며 "모든 것이 크다는 느낌이었다"며 "빌딩이 높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의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의식의 크기가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고 전했다.
윤 대표는 미국 방문 경험을 언급하며 자립준비 청년들의 경우도 이같은 경험이 가능하도록 지원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의) 시야를 넓혀 줄 수 있는 그런 제도들이 정부 차원에서도 있어야 한다"며 정부 정책의 지향성에 대해 부연했다.
◆ 청년문제 기반 사회 구조적 변화의 출발점을 알리는 이정표 역할
최근 그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최고위원 활동을 시작했다.
"청년 고민을 함께하고 도와왔으며 함께 가면 길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분"이란 것이 최고위원의 선정 배경이었다.
정부는 희망·공정·참여라는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 등 기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 문제는 정책의 출발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윤 대표는 "현황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 해결의 출발점에 대해 "신빙성 있는 조사 자료 확충을 통해 청년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확한 실상을 전제로 대안을 탐색하는 과정이 전개되야 필요한 정책이 완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고립 은둔청년이 54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현황도 마음의 문을 닫은 청년들에 대한 정책 기조의 향후 방향성 설정을 위해 이같은 맥락이 의미를 갖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자립준비 청년들의 경우 학력과 학벌 가정환경 등 문제에서 출발선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 정책대상이 되는 수혜자들의 구간을 넓히고 세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윤 대표는 출발점이 다르다는 문제에 대해 교육의 부재 문제를 지적하며 "볼 수 있는 영역 자체가 굉장히 좁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고기를 주는 것 보다는 잡는 법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 너는 이런 것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며 자립준비청년 교육의 범위와 내실화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최근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도전한 그에게 역할을 묻자 그는 사회 구조적 변화의 출발점을 알리는 이정표 역할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가정 밖 청소년과 같은 단어들의 의미를 모른 채 정책을 입안하고 정책효과가 제대로 나오기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며 이슈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회성 시책 마련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지속적 활동을 위해 단어를 노출시키고 인식시킬 수 있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의 목소리를 담은 청년을 위한 정책 등을 표방하며 수 많은 청년 정책들이 도출되고 있다.
우리가 자립준비청년이라 부르는 당사자로서 'SOL' 운영을 통해 그들의 고민을 함께하며 대안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진실함을 간직한 윤 대표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이 시대의 청년으로서의 기치를 높여주기 바란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