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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제희 엔씨소프트 CRO "엔씨의 비전은 디지털 휴먼"

AI 기술 발전으로 애니메이션 분야 혁신 눈앞… 기술 선두 주자 목표
인터랙션의 정점 '디지털 휴먼'… 진정한 디지털 휴먼 구현에 '총력'

 

【 청년일보 】 지난달 엔씨소프트에 합류한 이제희 최고연구책임자(CRO)는 컴퓨터 그래픽스 및 애니메이션 분야 전문가다. 현재 그는 엔씨소프트에서 애니메이션 및 AI 연구개발(R&D) 조직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물리 기반 동작 제어, 데이터 기반 동작 학습 및 생성, 사실적인 인체 모델링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 결과를 여러 차례 발표했고, 한국컴퓨터그래픽스학회 회장 및 SIGGRAPH Asia 2022 Technical Papers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 사람의 근골격계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성공하면서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그런 그가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에 합류한 것에 대해 주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CRO는 특별히 어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엔씨소프트가 국내 게임업체 중 R&D 조직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도 합류 이유 중 하나다.

 

이제희 CRO는 "그동안 내가 수행한 연구가 게임과 관련이 많았기에 큰 이질감이 없었다. 연구자로서 학계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고 생각해 엔씨소프트로의 합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9년간 컴퓨터 그래픽스를 공부하면서 나의 꿈이자 화두는 '사람을 어떻게 컴퓨터로 표현하고 재현할 수 있는가'였다. 엔씨의 AI 센터는 내가 연구자로서 가져온 꿈과 동일한 목표를 가진 곳이라고 판단했다"며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 AI 기술 발전으로 애니메이션 분야 혁신 눈앞… "엔씨가 주도할 것"

 

이 CRO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직접 그리는 것에는 재능이 없었다. 장래에 대한 고민 끝에 그는 컴퓨터로 창작하는 시각예술 분야 '컴퓨터 그래픽스'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컴퓨터 그래픽스는 크게 모델링, 렌더링, 애니메이션으로 나뉘는데, 이 CRO는 초창기부터 애니메이션 분야를 연구한 멤버 중 하나다.

 

그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분야는 모델링, 렌더링과 달리 지난 20년간 기술이 크게 진전되지 않았다. 캐릭터를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은 메인 로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 번 시도했다가 백업하는 것이 불가능해 기술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딥러닝, 머신러닝 등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애니메이션 기술도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물리 법칙에 기반해 애니메이션을 재현하는 '물리 애니메이션'은 건물 벽이나 물건 등 주변 물체에만 활용됐지만, 앞으로는 캐릭터에도 적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이 CRO는 과거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비주얼로 캐릭터가 구현될 것으로 예상했다.
 

'딥러닝을 활용한 사람의 해부학적 구조와 걸음걸이 간 관계 학습' 등 AI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이 CRO는 엔씨소프트와 함께 애니메이션 기술의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CRO는 "앞으로는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컴퓨터에서 구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효율화할 것이다. AI 기술의 발전 덕분에 애니메이션 기술도 혁신 바로 직전까지 도달했다"며 "혁신의 터닝포인트에서 누가 먼저 도전을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 CRO에 부임한 만큼 엔씨가 변화를 이끄는 선두 주자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터랙션'의 정점 '디지털 휴먼'…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휴먼 구현 '경주'

 

이 CRO는 엔씨소프트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로 '인터랙션'을 꼽았다. 인터랙션은 게임이 가진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게임 내 시스템 사이에서 상호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인터랙션은 가상과 가상의 존재 간, 또는 현실과 가상의 존재 간에 일어날 수 있다. 인터랙션의 본질은 '불확실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며 "예측하지 못한 수많은 변수에 자연스럽게 대응하는 것이 엔씨가 추구하는 인터랙션이다. 이러한 인터랙션을 구현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터랙션의 정점이 바로 '디지털 휴먼'이라고 이 CRO는 강조했다. 이 CRO가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휴먼은 단순히 사람의 외형을 닮고 고정된 화면 속에서 존재하는 정도를 넘어, 나와 소통하고 나의 표정을 읽고 반응하며 나를 기억하고 인터랙션을 할 수 있는 대상을 말한다.

 

디지털 휴먼을 구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이 CRO는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적 사고방식'을 꼽았다.

 

그는 "딥러닝, 물리 시뮬레이션, 컴퓨터 비전, 음성 합성, 음성 인식, 챗봇 등 다양한 기술을 복합적으로 구성하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과정이 기술적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딥러닝 기술 덕분에 디지털 휴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컴포넌트가 엄청나게 발전했다"면서 "이제는 진정한 디지털 휴먼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CRO는 디지털 휴먼이 엔씨의 미래 비전이자 중요한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휴먼을 개발함으로써 엔씨가 개발하는 게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드라마를 예시로 든다면 출연하는 배우의 역량이 뛰어날수록 전체적인 퀄리티가 높아지고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은 줄어든다"면서 "이는 게임 안의 캐릭터와 게임 간 관계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도화한 디지털 휴먼을 만든다는 것은 엔씨에서 만드는 모든 서비스의 퀄리티가 높아지고 비용과 노력은 절감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러한 점에서 디지털 휴먼 기술은 엔씨의 미래 비전이자 중요한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를 거듭해도 그 결과가 논문을 내는 단계에서 끝나는 점이 아쉬웠다는 이 CRO. 이전과 달리 엔씨소프트에서는 그 다음 단계까지 마음껏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피력했다.

 

그는 "엔씨소프트에서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로부터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까지 끝까지 가보고 싶다"며 "큰 도약을 이루려면 연구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CRO의 임무는 도전을 격려하고 무슨 일이 생겨도 괜찮으니 계속하라고 말해주는 것"이라며 "엔씨소프트 직원들이 더 길고 멀리 보도록 여유와 용기를 주는 응원단장 같은 사람이 되려 한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박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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