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보】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IT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시장은 침체기를 겪어왔다. 예상보다 거센 한파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쌍두마차 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초부터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고난의 행군'을 걷고 있다.
실제로 양사의 최근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반도체 불황으로 올 1분기 4조5천8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3~4조원대 적자를 내면서 올해 누적 적자만 12조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4분기 1.9조원대 적자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올해 1분기 3조4천23억원, 2분기 2조8천821억원, 3분기 1조7천920억원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근 D램과 낸드 가격이 상승곡선을 타면서 국내 메모리반도체 시장 회복 시점이 빨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장밋빛' 관측이 나온다. 줄곧 적자에 허덕이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내년 흑자전환을 점치고 있다.
무엇보다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실적 반등을 앞당길 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나아가 반도체의 위상이 이전보다 더욱 굳건해질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5일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시장 열풍으로 업계 안팎에선 내년부터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흘러 나온다.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에 이어 AI 칩 가동에 필수적인 HBM 제품이 각광받으면서 올해 적자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색이 돌고 있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양사가 독보적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40%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양사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0% 수준이다.
이른바 'K-반도체'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AI처럼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분야에서 활용도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칩 분야의 '절대 강자'로 불리는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는 AI 분야 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GPU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GPU의 빠른 연산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HBM과 같은 고성능·초고속 메모리 반도체 탑재가 필수적이다. AI 시장이 고도화될수록 HBM 수요가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HBM 시장에서 이미 절대적 지위를 확보한 만큼 내년도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생성형 AI 시대 도래로 양사는 글로벌 HBM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과 함께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전자의 경우 HBM 생산능력을 내년까지 올해보다 2.5배 이상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앞서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생성형 AI 확산과 더불어 HBM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당사는 현재 HBM3E 신제품 사업을 활발히 확대하고 있다"면서 "내년 HBM 공급 역량은 업계 최고 수준 유지 차원에서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보할 계획으로, 이미 해당 물량에 대해 주요 고객사들과 내년 공급 협의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HBM3는 이미 양산 제품 공급을 시작했고, 4분기에는 고객사 확대를 통해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HBM3 비중은 지속 증가해 내년 상반기 내 HBM 전체 판매 물량의 과반 이상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엔비디아에 HBM3 제품 샘플을 공급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달 중이나 내년 초, 검증이 완료돼 차후 본계약을 체결해 회사 실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로 올해 8월, 5세대 메모리인 HBM3E 개발에 성공한 뒤 고객사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하는 등 AI용 메모리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업계 안팎에선 반도체 시장의 최대 화두로 HBM이 떠오르면서 양사의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흑자 전환 구체적인 시기를 당장 예단하긴 어렵지만 글로벌 D램 가격 등이 상승세를 보이며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양사가 차세대 미래먹거리로 내세운 HBM이 생성형 AI 시장의 확장으로 점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실적 반등의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