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손해보험업계가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지수형 보험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 주요 손해보험사(이하 손보사) 중 DB손보와 현대해상, KB손보, 한화손보 등이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 출시를 검토하는 가운데, 이르면 내달 상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손보업계 일각에서는 새롭게 출시되는 상품인 만큼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와 실손형 보상 구조를 채택한 만큼 중복 가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지난 15일 손보사들에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의 참조순보험요율을 제공했다. 앞서 보험개발원은 항공기 지연 및 결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참조순보험요율을 산출해 금융감독원에 신고했고, 이에 지난달 26일 요율에 대한 수리가 완료됐다.
지수형 보험은 손실과 관련된 객관적인 지표를 활용해 일정 액수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정액형 보상구조의 상품을 말한다. 즉, 사전에 정한 지표가 특정 조건을 충족할 시 별도의 손해사정 없이 보험금을 지급한다.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은 여행자보험의 특약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여객기가 결항되거나 출발이 2시간 이상 지연된 경우 지연 시간에 비례해 사전에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한다.
항공기 출발이 2시간 지연된 경우 보험금 4만원을 지급하며, 추가로 지연될 시 시간대별 2만원씩이 더해져 최대 누적 10만원을 지급하는 구조다.
즉 지연시간이 2시간 이상에서 3시간 미만은 4만원, 3시간 이상에서 4시간 미만은 6만원, 4시간 이상에서 6시간 미만은 8만원, 6시간 이상 지연 및 결항 시에는 1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
즉, 기존 항공기 지연 담보가 항공편 지연으로 실제 지출한 식음료비 및 숙박비, 교통비 등을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실손 보상하는 것과 달리,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은 지연 시간별로 정액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울러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은 보험금 지급 요건 충족 시 즉시 보험금이 지급돼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보험사는 항공정보포털 등을 통해 항공기 지연 및 결항 여부를 확인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손보업계에서는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 도입으로 해외여행자보험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보험사 손해조사 업무 감소 등으로 보험료도 비교적 저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에서 손해조사비에 해당하는 보험료는 실손형 보험의 약 32.4% 수준으로, 항공기 출발 1회당 보험료는 1천~1천5백원에서 형성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주요 손보사 중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 상품출시를 검토하거나 계획 중인 곳은 DB손보와 현대해상, KB손보, 한화손보 등이다.
이 중 KB손보는 올 하반기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손보는 시기는 미정이지만 출시계획이 있으며, 나머지 DB손보와 현대해상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기존에 판매중인 실손형 항공기 지연 담보와 비교 검토 후 판매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된 정액형 상품인 만큼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에 중복가입 시 현재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실제 손해액 내에서 비례보상하게 돼 있는 한편, 보험사 간 소비자의 가입 정보를 확인할 길이 없어 업계에서는 중복가입 방지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실손형 상품과 동일한 형태의 보상이 이뤄지는 만큼 중복 가입 방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실제 상품이 출시된 이후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새로운 보험상품인 만큼 위험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데이터가 쌓이면 실제 위험을 보험료나 보험금 수준 등에 반영하면서 안정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