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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회복 발판 삼아야"...배민 '울트라콜' 광고 종료 '설왕설래'

우아한형제들, 대규모 서비스 개편안 발표…UI 개편·일부 광고 상품 판매 중단 등 포함
'울트라콜' 상품 판매 중단 시 수익 타격 불가피…"단기적 손해 감수하고, 본질 회복할 것"
전문가 "대규모 서비스 개편, 잃어버린 신뢰 회복 발판으로…향후 행보 세심히 지켜봐야"

 

【 청년일보 】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에 대한 대대적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울트라콜' 광고 상품 중단을 두고 업계와 자영업자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31일 음식·가게배달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통합 등을 골자로 하는 대규모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아한형제들은 음식배달, 가게배달 등의 탭으로 나뉜 이용 경로를 음식배달 탭 하나로 통합하는 UI 개편을 오는 3월 7일 세종시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추진한다.

 

UI 개선과 함께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개편안 중 하나는 우아한형제들의 종량제 광고상품인 '울트라콜'의 종료다. 울트라콜 상품 종료로 인해 우아한형제들의 수익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울트라콜은 배민이 2015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정액제(월 8만8천원) 광고 상품이다. 업주가 원하는 지역에 깃발 모양의 아이콘을 설정하면, 이를 기점으로 인근 최대 3km까지 고객에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울트라콜은 배민을 사용하는 자영업자 사이에서 흔히 '깃발꽃기'라는 은어로 호칭됐다. 또한, 이 상품은 자영업자 간의 끊임없는 출혈 경쟁을 유발해온 것으로 악명을 떨쳐왔다.

 

그간 자영업자 등 입점 업체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실제 사업 소재지와 관련이 없는 지역까지 '깃발'을 꽃아 왔다.

 

자영업자들은 이를 위해 고육지책으로 이 상품을 중복 구매해야 했다. 중복 구매를 할 경우 실제 가게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도 깃발을 꽂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우아한형제들이 이러한 광고 상품의 특성을 이용해 자영업자 간의 출혈 경쟁을 유도,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3년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민이 배달 플랫폼 전체의 67%를 장악한 사실상 독과점 업체인데 깃발을 안 꽂으면 광고 노출에서 밀리니 '울며 겨자먹기'로 꽂는다"라며 "배민이 유도해 업체끼리 무리한 경쟁을 하는 구조로 배민은 '땅 짚고 헤엄치기', '봉이 김선달'식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우아한형제들이 이 상품을 통해 약 7천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추정했다.

 

업계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울트라콜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상품 판매 종료를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알기 어렵지만, 배민이 캐시카우로 불리던 광고 상품 운영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소 의아하다"라며 "최근 우아한형제들의 최우선 목표가 수익이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더욱 그렇다"라고 전했다.

 

울트라콜 상품을 수년간 이용했다는 한 자영업자는 "울트라콜이 없어진다고 하니 반갑다기보다는 당황스러운 감정"이라며 "기존에 얻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다른 방식을 도입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개편이 업주와 소비자에서 발생하고 있는 비효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상품의 실제 효용성 측면에서도 이미 대다수의 입점업체들이 음식·가게배달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기에 울트라콜만의 실질적 이점도 크게 희석된 상태라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은 이미 울트라콜을 비롯해 '오픈리스트' 등 많은 광고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며 "울트라콜 상품의 효용성 문제는 언젠가 해결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오픈리스트 광고 상품은 주문이 발생했을 광고비를 지불하는 형태로, 건당 6.8%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또한 "이번 서비스 및 요금제 개편의 궁극적 목적은 업주와 고객 측면에서 발생하는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고,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인 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위함"이라며 "서비스 경쟁력 확보 자체가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우아한형제들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업계에서 유일하게 정액제 광고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유사한 정액제 광고 상품인 '우리동네플러스', '우리동네포커스' 등을 운영했던 요기요는 일찍이 2023년 4월경 해당 상품 판매를 중지한 바 있다.

 

반면, 이번 서비스 개편에 대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이번 울트라콜 상품 판매 종료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완하기 위해 더욱 가혹한 수익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울트라콜 상품만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이 가게배달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오픈리스트 광고 상품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 아닐지 우려된다"라며 "과거 우아한형제들이 입점업체들에 '배민1' 사용을 유도했던 것과 유사한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울트라콜 상품 판매 종료가 결국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울트라콜이 종료될 경우 오픈리스트 상품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자영업자는 배달 한 건당 6.8%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울트라콜 상품보다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이러한 부담은 배달 음식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소비자들이 배달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은 이와 같은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이번 개편이 자영업자와 소비자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작년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시작으로 업계는 단건배달 위주의 경쟁체제가 구축됐고,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무료배달을 제공할 수 있는 자체배달을 선택하는 경우가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울트라콜 광고 상품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된 것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가게배달을 점진적으로 약화시키려 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가게배달을 약화시키거나 없애려 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능을 존속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며 "오히려 이번 개편으로 효율성이 증대된 UI를 통해 가게배달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분들도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2일 취임한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신임 대표는 업계의 출혈 경쟁에 집중하기보다는, 배달 플랫폼 본연으로 돌아가 고객 가치와 서비스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우아한형제들이 이번 서비스 개편을 자영업자와 소비자로부터 상실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는다.

 

한 주요 경제단체의 플랫폼산업 전문가는 "이번 우아한형제들의 서비스 개편은 솔직히 파격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회사 측의 입장에서는 고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 행보만으로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불신 어린 시선을 불식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아한형제들이 업계 1위 업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작년 한 해 울트라콜을 포함한 우아한형제들의 수익 모델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질타가 이어졌다"며 "수익의 대부분을 모회사인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로 보내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배민 측도 더 큰 사회적 비판을 감수하며 사업을 지속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그것이 외재적이든 내재적 동인이든, 자영업자들의 원성을 크게 샀던 울트라콜 광고 상품의 판매를 중지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이 광고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대신 또 다른 수익 모델을 만들어 자영업자에 부담을 다시 전가하는 일이 없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 측의 진정성은 행동에서 비롯될 수 있다"며 "우아한형제들이 이번 행보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고 싶다면, 이와 같은 상생 행보를 유지·강화하는 기조를 유지하며 사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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