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연 홈플러스 사장.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312/art_17424496699653_e6e742.jpg)
【 청년일보 】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홈플러스 사태' 이후 여론을 달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이러한 행보마저 오히려 이해관계자들의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홈플러스와 MBK가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서는 보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투명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MBK는 지난 4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자에는 소상공인·소비자·주주 등이 포함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초부터 홈플러스가 부적절한 시점에 기업회생절차를 기습적으로 신청한 것도 문제지만, 그 이후에 들끓는 여론에 대응하는 데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제는 사태가 수습되더라도 홈플러스가 정상적인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다"고 진단했다.
실제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강등 이후의 회사 단기채 발행 등 각각의 사건에 대한 충분한 소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원이 된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그 첫 사례다.
홈플러스 측은 이달 9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신용평가 시 전년 대비 주요 재무지표가 크게 개선되고 중장기 사업기반 구축으로 각종 재무지표 역시 개선되면서 향후 매출 및 영업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이번 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드러난 홈플러스와 MBK의 족적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업체 측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온다.
먼저 MBK와 같은 대형 사모펀드가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된다.
유통업계에 밝은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MBK와 같은 대형 사모펀드는 거의 매일과 같이 신용평가사와 소통하며 자사가 보유한 기업의 성장 가능성 등을 평가한다"며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또 투자금 회수와 수익 창출이 가능한지 그 어느보다 민감한 곳이 사모펀드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실제 MBK 외에도 국내외 유수의 사모펀드들은 굉장히 짧은 주기로 신용평가사들과 자주 소통해 정보를 수집한다"며 "MBK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조짐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라고 평가했다.
MBK 측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전자단기사채(ABSTB) 발행을 서둘렀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입수한 신영증권의 2023∼2025년 월별 홈플러스 ABSTB·기업어음(CP)·단기사채 발행 현황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액은 지난달 1천518억원으로 월별 기준 최근 2년새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신영증권의 ABSTB 발행은 전년보다 약 30%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ABSTB 발행액은 3천60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천670억원)보다 35%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19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신청 절차 신청과 관련해 MBK 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특정 사안과 관련해 사모펀드를 검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검사는 MBK가 언제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하고, 기업회생신청을 결심했는지에 집중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만약 MBK가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하고, 기업회생신청을 예정하고도 증권사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ABSTB와 CP 등을 발행했다면 이는 형사처벌(사기)의 대상이 된다.
또한 김병주 MBK 회장이 지난 16일 사재를 출연해 홈플러스 사태를 극복하겠다고 밝힌 점도 '면피용 발언'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MBK는 "홈플러스 대주주로서 홈플러스 회생 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김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다짐이 무색하게 MBK는 막상 김 회장이 출연할 사재의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 않는 것은 물론 소상공인에게 지급할 결제 대금이 어느 수준의 규모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 겸 MBK 부회장은 "소상공인에 대한 대금 지급을 앞당기기 위해 사재 출연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규모나 시기에 대한 의원들에 대한 질의를 회피했다.
김 회장의 사재 출연규모가 1~2조원은 되어야 한다는 여야(與野)의 공통된 주장에 대해서도 "답변드릴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또한, MBK 지분의 약 30%를 보유하고 있는 김 부회장은 자신의 사재 출연을 묻는 질의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답변에 그쳤다.
사태의 본질적 책임을 지고 있는 김 회장은 해당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막상 '홍콩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는 점도 소상공인은 물론 홈플러스 내부 임직원으로부터도 질타를 받고 있다.
홈플러스에 입점해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한 소상공인은 "사재를 출연한다고 해놓고는 막상 그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소상공인에게 대금을 지급할 것인지에 대해 밝힌 내용이 하나도 없다"라며 "홈플러스가 MBK로 넘어갔을 때부터 이러한 사태를 예상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스스로가 원망스럽다"고 전했다.
홈플러스에 근무하고 있는 한 임직원도 "회사를 살리겠다며 남들 돈을 빌려 홈플러스를 사들일 때는 언제고, 막상 어려움에 처하니 외면하는 모습이 가관"이라며 "소상공인, 소비자분들의 피해 변제가 최우선이지만, 솔직히 일선에서 일하는 임직원들도 몹시 불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홈플러스가 14일 서울시 강서구 본사에서 진행한 '기업 회생절차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진이 발언한 내용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김 부회장은 기자간담회 당일 "이 자리는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에 대한 대화를 하고, 그에 대해 질의를 하는 자리"라며 "제가 MBK 임원인 동시에 홈플러스에 나와 있기에 MBK 질문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고객·협력업체·홈플러스 이해관계자들에 우리의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 가능하면 홈플러스 질문만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무책임의 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 임원이 홈플러스의 회생 방안에 대해 MBK와 연관 짓지 말고 질의해 달라는 게 책임 있는 경영자의 모습이냐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년부터 모든 경영 결정을 내려왔다. 무엇보다, 이번 기업회생신청도 MBK가 결정하고 진행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당혹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진은 되려 언론에 대한 훈수마저 내놓기도 했다.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은 "홈플러스에 대한 부정적 내용이 지속적으로 보도되며 정상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2만명의 직원들과 협력사, 임대주 등 수만 명의 관계사 가족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부분은 따뜻한 눈길을 봐달라"고 언급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자간담회 당일 홈플러스 경영진이 보여준 태도는 그야말로 '경악'스러웠다"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가장 잘 인지해야 할 경영진이 변명만 늘어놓으며 수수방관했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무엇보다 홈플러스를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궤변을 늘어놓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며 "언론은 때로는 소비자나 소상공인을 대변하기도 하며, 비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당연한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와 같은 발언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MBK가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우량 점포 매각 추진을 고려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MBK는 그간 우량 점포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해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가 하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측은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6월까지 회생안을 제출하기로 한 상황"이라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최소화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홈플러스가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이해관계자들에 투명한 현황을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현재 MBK과 홈플러스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시장으로부터의 신뢰 회복"이라며 "기업회생 개시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는 기존에 남아있던 신뢰마저 무너뜨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기업'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현재 자산 현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또 6월까지 제출할 회생안에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효적 대책 역시 담겨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김병주 회장이 조금 더 과감하고, 빠르게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시장의 신뢰도가 무너지면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고,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김 회장은 현재 사재 출연 약속만 해놓고 막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소상공인은 물론, 노동자,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최선의 조치가 나올 수 있도록 MBK와 김 회장을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