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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매장 리뉴얼이 아닌데"…롯데百, '고질적 난제' 돌파구 '고심'

본점 영플라자·노원점 등 대대적 리뉴얼 예고…"완전히 새단장 할 것"
전문가, 비수도권 저수익 점포·입점 브랜드·프리미엄 F&B 부재 지적
"신세계·현대 언제까지 쫓을 건가"…비효율 점포 신속 매각 등 제언

 

【 청년일보 】 롯데백화점이 본점 영플라자를 비롯한 기타 지점에 대한 대대적인 리뉴얼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매장 리뉴얼이 롯데백화점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최적의 해법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백화점은 서울시 중구 명동에 위치한 본점 영플라자와 노원구에 자리한 노원점의 전면 리뉴얼을 예고했다.

 

먼저 본점 영플라자는 오는 31일까지 영업 종료와 매장 정리작업을 마치고, 4월부터 전면 개보수 공사에 돌입한다. 롯데백화점 측은 명동 상권의 장점을 살려 글로벌 젠지(Gen-Z) 고객들의 발길을 이끌 패션, F&B, 아트 등을 총망라한 ‘K-콘텐츠’ 전문관 조성을 비롯해, '롯데타운 명동'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영플라자의 다양한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지리적 장점을 살리면서, 본점의 본관, 에비뉴엘관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동북권 백화점 1위 매장인 노원점도 재단장에 나선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02년 미도파백화점 상계점을 인수해 재개장한 점포다.

 

롯데백화점은 노원 상권의 성장세에 맞춰 이번에 개점 이래 최초로 전관 재단장에 돌입한다. 재단장 면적은 약 3만3천㎡(1만평)로 전체 영업 면적의 80% 해당한다.

노원점은 외관 고급화는 물론 층별 콘셉트 재정립, 지역 최대 특화관 조성 등으로 완전한 재단장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하 1층에는 서울 동북 상권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식품관을 선보이고, 1층은 992㎡(300평) 규모의 뷰티 전문관을 조성한다. 2층은 MZ세대(밀레니얼 및 Z세대)를 겨냥한 K-패션 전문관이, 8층에는 글로벌 3대 스포츠 브랜드를 품은 스포츠 메가숍이 각각 들어선다.

 

노원점은 내년 상반기 외관 공개 이후 하반기 전면 개점을 계획 중이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롯데백화점의 주요 매장 리뉴얼 행보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직면한 수익성 악화 등의 문제를 고려했을 때, 리뉴얼은 현재의 최우선 목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들은 롯데백화점이 ▲비수도권 비효율 점포 정리 ▲비수도권 점포 입점 브랜드 리뉴얼 ▲프리미엄 F&B 브랜드 도입 등의 행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먼저 롯데백화점의 비수도권 점포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이들은 롯데백화점을 '시장 점유율만 높은 껍데기'에 비유하며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백화점업계에서 20여년 이상 근무한 한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은 과거 '대중 백화점'을 표방하며 전국에 걸쳐 점포를 급격한 속도로 확장해왔고, 압도적인 매장 수를 기반으로 경쟁해 왔지만 현재는 이러한 점포들이 롯데백화점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백화점 점포의 매출 추이를 보면 하위권에 위치한 곳들은 대부분 롯데백화점의 비수도권 점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며 "롯데백화점은 주요 매장이 아니라, 이러한 비효율 점포에 대한 리뉴얼을 진행하거나, 과감히 매각하는 방식을 택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롯데백화점의 작년 점유율은 34.8%로 업계에서 수치상으로는 가장 높았지만, 5대 백화점 68개 매장 중 연매출 4천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하위 40개 점포 가운데 25개가 롯데백화점이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매출 하위 40개 점포에 이름을 올린 매장은 롯데 광복점·수원점·충청점·창원점·광주점·전주점·대전점·대구점·센텀시티점 등으로 대부분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이 관계자는 "매출 하위 점포에 해당하는 매장들의 입지적 조건이 나쁘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며 "오히려 주변에 위치한 경쟁사에 비해 브랜드 이미지나 매장 관리의 측면에서 뒤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롯데백화점 측이 비수도권 점포 입점 브랜드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대형 패션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수도권, 비수도권 매장할 것 없이 공통적인 문제지만, 롯데백화점은 입점 브랜드, 특히 패션 영역에서 브랜드 소싱과 관리가 경쟁사 대비 크게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당장 소비자들의 '체감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에 있어서 롯데백화점과 신세계·현대백화점 사이의 간극은 매우 큰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비수도권 매장의 매출이 수도권 매장보다 적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럭셔리(명품) 브랜드나 중고가 이상의 트렌디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입점이 더욱 어렵다"며 "롯데백화점의 경우, 이러한 악조건 속에 관리해야 하는 매장 수 자체도 많아 고급 브랜드 소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롯데백화점의 이러한 문제점이 역설적이게도 롯데백화점을 현궤도에 올려 놓은 성장사와 맞물려 있어 더욱 해결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패션업체에서 근무하는 전문가는 "롯데백화점은 1979년 본점을 개점한 이후 '중산층의 백화점'이라는 콘셉트를 내걸고, 국내 중산층의 소득 수준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등에 업고 급격하게 세를 불려왔다"며 "초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입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만, 자신들에 맞는 준프리미엄 브랜드 상품에 대한 소비를 원하는 중산층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외환위기(IMF위기)를 비롯한 다양한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중산층 소득이 물가 상승률에 비해 크게 위축됐고, 자연스럽게 롯데백화점이 목표로 삼는 타깃층의 물리적인 수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롯데백화점이 현재 업계의 프리미엄 경쟁에서 열세를 보이는 현상도 바로 '중산층의 백화점'을 표방했던 스스로의 딜레마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물가와 내수 위축으로 소비 양극화가 심화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지만, 롯데백화점 스스로 주된 소비층이었던 중산층의 수요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로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브랜드 소싱·입점에서 경쟁사 대비 더딘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실제 작년 국내 5대 백화점 매출 순위에 따르면, 매출 상위 10위권 내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은 단 두 곳(잠실점·본점)뿐으로, 이마저도 본점은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3위를 내주며 4위로 내려 앉았다. '트렌드 변화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수도권 지역의 경쟁에서도 점차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백화점업계의 주된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프리미엄 F&B' 경쟁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여럿 제기된다.

 

이커머스의 부상과 함께 고물가가 지속되며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 수 자체가 줄어들자 최근 수년사이 업계는 소비자들의 체류 시간과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먹거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해외 프리미엄 F&B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관련 팝업 스토어 등의 행사도 급격히 증가했다.

 

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경쟁사들은 일찍이 이와 같은 프리미엄 F&B 경쟁에 뛰어들었다. 먼저 신세계백화점은 그간 축적된 F&B 소싱 노하우를 집대성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 푸드홀을 열어 소비자들의 압도적인 호평을 이끌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 지하 1층 '테이스티 서울(Tasty Seoul)'을 조성해 대대적인 소비자 유치에 성공한 한편, 부산점을 '커넥트 현대 부산'으로 리뉴얼, 글로벌 F&B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키며 MZ세대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물론 롯데백화점도 F&B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잠실점 에비뉴엘 6층을 '최상의 테이블링을 즐길 수 있는 미식 스트리트'로 조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작년 잠실점 전체 식음료 매출도 약 80%가량 증가했다. 

 

2023년 12월에는 롯데백화점 인천점 지하 1층에 약 2천평 규모로 '푸드 에비뉴'를 선보였다.  인천점 푸드 에비뉴의 매출 신장률은 직전년 대비 1.7배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4월에는 타임빌라스 수원에 프리미엄 푸드홀 '다이닝 에비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전체 26개 F&B 중 80% 이상인 총 22개를 수원 지역 최초 매장들로 구성했다. 타임빌라스로 개편을 마무리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식음료 상품군은 약 40%에 가까운 신장세를 기록 중이다.
 

다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롯데백화점은 과도한 점포 수와 지속적인 매출 저하로 인해 프리미엄 F&B 소싱에 경쟁사 대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사 입장에서도 자신의 점포를 입점시키는 데 있어 해당 백화점의 브랜드 이미지, 매출 규모 등을 당연히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롯데백화점의 경우 매출이 적은 비효율 점포가 너무 많아 다수의 해외 브랜드사에서 입점을 꺼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롯데백화점 본점, 잠실점 등 일부 점포에만 프리미엄 F&B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며 "비수도권으로 눈을 돌릴 것도 없이 롯데백화점의 수도권 점포만 봐도 여전히 2000년대 수준의 F&B 시설에 머물러 있는 것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라고 질타했다.

 

전문가들은 롯데백화점이 비효율 점포에 대한 신속한 매각과 확실한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는 "롯데백화점의 비수도권 점포 비효율화에 관한 문제는 과거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지적돼 왔다"라며 "업계와 전문가들이 이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적극적인 의지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수원에 선보인 '타임빌라스' 등의 형태로 비효율 점포를 빠르게 변화시키거나,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는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기민한 도전정신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롯데쇼핑 전체 사업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간의 시너지를 창출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위기를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롯데쇼핑 내에서는 백화점 사업부가 가장 경쟁력 있는 부문이기 때문에, 이곳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이어 "롯데백화점은 매장 '리뉴얼'을 완료한 이후에도 소비자들에게 '새롭다'라는 이미지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말하자면, 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경쟁사에 비해 차별화할 수 있는 콘셉트가 부재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과거 백화점의 경우 특정 공간에 어떻게 하면 많은 브랜드와 상품을 진열할 수 있는가가 핵심 포인트였다면, 지금의 백화점은 '사람을 모이게 만드는 매력'을 공간에 녹여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롯데백화점은 리뉴얼에만 집착하기보다는, 타사 대비 시각적·공간적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진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앞으로 업계와 전문가로부터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심도 깊은 전략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일례로 롯데백화점은 타임빌라스 1호점의 성공을 발판으로 타임빌라스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송도, 수성, 상암, 전주에 4개의 신규 쇼핑몰을 세우고, 군산, 수완, 동부산, 김해 등 기존 7개점은 증축 및 리뉴얼해 쇼핑몰로 전환한다.

 

이와 함께 롯데백화점은 향후 2030년까지 국내 쇼핑몰의 수를 13개로 늘리고, 이를 통해 매출 약 6조원 달성이라는 미래형 쇼핑몰 사업 비전을 세웠다. 또한, 롯데백화점의 쇼핑몰 매출 구성비를 현재 1% 수준에서 최대 30%까지 끌어올리고, 국내 쇼핑몰 시장 점유율도 과반 이상을 달성해 쇼핑몰 1위 리테일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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