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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금호 …건설사 집착이 불러온 혹독한 '시련'

두산중공업 유동성 위기 뒤에는 ‘두산건설’의 적자
금호아시아나그룹 해체 배경에 ‘대우건설’ 인수
주상복합단지 대구모 미분양, 결국 두 기업 발목

 

【 청년일보 】 두산중공업 유동성 위기의 배경에는 두산건설에 대한 지원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더욱이 두산그룹은 과거 매년 적자를 내고 있던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알짜 계열사들을 매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에 직면한 것에 대해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무리한 사업으로 인해 두산건설의 부실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이 명백함에도 합리적 근거없이 지원을 결정한 두산중공업과 이사회, 경영진에 책임을 묻고자 한다”며 두산중공업 경영진을 배임혐의로 고소했다.

 

마찬가지로 업계관계자도 “두산건설을 하루 빨리 정리 매각했어야 한다”며 “무리하게 두산건설을 살리려다 지금의 참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두산건설, 금호산업 ‘주상복합에 울다’

 

두산건설과 금호산업 모두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두 건설사의 발목을 잡은 주상복합아파트는 그 유명한 ‘일산 위브더제니스’와 ‘리첸시아 중동’이다. 특히 두 곳 모두 시행사와 갈등을 빚으며 소란스러웠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우선 두산건설은 일산 위브더제니스로 1646억원이라는 손해를 봤다. 미분양으로 인한 손해도 손해지만 일산 위브더제니스 시행사가 시중은행으로부터 PF 자금으로 대출받은 수천억원 중 수백억원을 빼돌리고 이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의 시행사는 결국 부도처리 됐고 우여곡절 끝에 다른 시행사로 넘어갔지만 두산건설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며 10년 간의 고통이 시작된다.

 

금호산업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7년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부천 중동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 ‘리첸시아 중동’을 짓기 시작한다. 분양 당시 사업장의 초반기세는 좋았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터지자 분양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사업장이 어려워지자 금호산업과 시행사인 ‘HJ라이프PFV' 간에 이권다툼이 벌어졌다. 결국 금호산업은 시행사 주식을 156억원에 인수해 리첸시아 중동을 자체사업장으로 만들었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이 리첸시아 중동의 분양수익을 노리고 인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호산업의 도박은 실패로 돌아갔다. 공사대금이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20%가 넘는 할인 분양에 나서며 금호산업을 워크아웃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2006년에 인수한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에 먹구름을 몰고 오게 된다.

 

◇건설사 적자에 동원된 계열사

 

금호와 두산의 또 다른 공통점은 건설사로 인해 계열사들이 매각됐다는 점이다. 두산건설의 경우 일산 위브더제니스, 용인 행정타운 두산 위브 아파트 등 잇단 미분양에 사업적자가 발생하며 천문학적인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알짜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를 두산건설에 넘겨줬지만 2017년 결국 GE에 매각된다.

 

여기에 두산그룹은 중앙대학교를 인수한 뒤 중앙대와 관련한 건설 일감을 두산건설에 몰아주었음에도 적자를 기록하며 상장폐지의 길을 걷는다. 이것도 부족해 OB맥주 매각, 두산엔진과 두산밥캣의 지분 매각,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도 매각한다. 현재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지난 2013년부터 두산건설에 쏟아 부은 지원금만 1조 9252억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박삼구 전 회장이 그 유명한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박 전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에 6조6000억원을 사용한다. 내부적으로도 막대한 자금을 소모하는 무리한 확장에 대한 우려는 컸지만 박 전 회장은 승부사의 기질을 보이며 이를 강행한다.

 

결국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세계금융위기가 터지자 ‘대우건설’로 인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 지주사격인 금호산업, 주요 계열사인 금호타이어, 금호생명이 산업은행으로 넘어간다. 이 중 금호타이어는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됐고 금호생명은 KDB생명으로 이름을 바꾸고 현재 매물로 나와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차갑다.

 

◇형제의 난

 

금호와 두산은 모두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형제 경영을 해왔다. 두산그룹의 경우 지난 2005년 박용성 회장을 그룹 회장에 추대했다. 하지만 박용오 전 회장이 박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추대에 반발하며 검찰에 두산그룹의 비자금 조성을 비방하는 투서를 제출했다.

 

당시 박용오 전 회장은 박용만 당시 그룹 부회장의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막내 박용욱씨의 이생그룹 일감 몰아주기 등의 부정행각을 폭로했다. 이에 격분한 형제들은 박용오 전 회장이 재직하던 시절 있었던 비리를 폭로했다.

 

마찬가지로 금호아시나그룹 2세 형제들은 65세가 되면 동생에게 회장직을 물려면서 실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어져 갔고 ‘형제경영’으로 칭송까지 받았다. 그러나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인수로 인해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사이도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금호석유화학그룹이 계열분리가 되고 박삼구, 박찬구 형제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진행됐다. 업계에선 금호(家)의 전통을 먼저 깬 박삼구 회장의 잘못을 지적하는 여론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회사라는 게 ‘한방’이 있는데, 분양만 잘되고 하면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게 건설회사”라며 “그런 점 때문에 두산과 금호 모두 건설사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지키려다 이꼴이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산건설의 경우 ‘적자날 때 팔았어야 했다’는 평가들을 내리고 있지만 어느 누가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 기업을 인수하겠냐”며 “오너들의 건설사에 대한 과도한 애착과 판단착오가 이어진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임이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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