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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의 늪에 빠저버린 두산그룹

적자 면치 못하던 두산건설에 '올인'한 두산그룹
두산중공업에 알짜 계열사까지 피해보며 '위기' 자초

 

【 청년일보 】 두산중공업이 채권단으로부터 1조원이라는 긴급자금을 수혈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중공업이 고강도 쇄신안을 내놔야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물론 채권단이 지원한 1조로 두산그룹이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두산중공업의 부실이 전이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온다.

 

이미 두산건설의 실적 부진으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두산그룹은 알짜 계열사들을 매각했다. 더욱이 업계에선 형제가 돌아가며 경영권을 맡는 두산그룹의 사촌경영 구조가 원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개 그룹은 장자들이 경영권을 물려 받아 회사를 이끌어가지만, 두산그룹 특유의 사촌경영, 가족경영에 의해 누군가 책임을 지고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밥캣'의 저주에서 '캐시카우 밥캣'으로

 

두산그룹은 한 때 소비재 중심의 기업에서 중공업 중심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며 성공적인 혁신이라는 업계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M&A와 경영진의 경영실패에서 위기의 그림자가 두산그룹을 덮쳐왔다. 

 

지난 2007년 7월 두산인프라코어는 미국의 소형건설장비 회사인 잉거솔랜드사의 밥캣, 어태치먼트, 유틸리티 등을 인수했다. 밥캣을 인수할 당시 과다한 차입금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지만 건설 경기를 봤을 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며 건설경기가 끝없이 추락했다.

 

이로인해 기업가치가 폭락하며 부채 문제가 발생한다. 두산그룹은 이를 영구채로 전환하며 한숨을 돌렸다. 밥캣으로 인해 휘청거렸던 두산그룹이지만 이후 2019년 기준 4조5000억원에 영업이익이 5000억원 가까이 되면서 두산그룹 최고의 캐시카우로 등극한다. 이는 밥캣이 두산그룹의 발목을 잡았다는 시장의 평가를 완전히 뒤엎은 계기가 됐다.

 

◇두산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은 두산건설

 

밥캣을 인수할 시기 두산건설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두산그룹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지난 2006년 PF 보증에 1550억원을 건 울산 대현주택사업은 약 10년 만인 2015년 분양을 시도했지만 1437억이라는 적자를 두산건설에 안겼다. 

 

여기에 일산에 지었던 위브 더 제니스 아파트 단지의 미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이 미분양은 두산건설에 1646억원이라는 손해를 입히며 두산건설의 존재에 의문점을 던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용인시에 지어놓은 용인 행정타운 두산 위브 아파트도 미분양률이 80% 육박하며 두산건설의 몰락을 가속화시켰다. 

 

결국 두산건설은 2011년부터 약 3000억원의 적자, 2012년에는 6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4200억원의 적자를 내며 2019년 상장폐지를 밟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건설'

 

무려 10년 동안 두산건설이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살리기에 나선다. 예로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알짜 계열사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를 두산건설에 넘겨준다. 

 

그러나 적자를 견디지 못한 두산건설은 HRSG를 2017년 3000억원에 GE로 매각해버린다. 여기에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며 중앙대와 관련한 건설을 두산건설에 몰아줬지만 적자를 기록하며 상장폐지의 길을 걷는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 자회사로 편입된다. 당시에도 실적이 좋지 않은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을 껴 안은 것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실제 2013년부터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 쏟아부은 지원금은 무려 1조9252억원이다. 

 

그럼에도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OB맥주를 매각하고, 두산엔진과 두산밥캣의 지분도 팔았다.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도 매각했다. 두산그룹이 매각한 OB맥주는 현재 몸값이 9조원에 육박한다. 두산건설로 두산중공업의 위기를 불러온 것도 속이 쓰리지만 두산그룹을 떠난 OB맥주의 행보가 두산 오너 일가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두산중공업 경영진을 배임혐의로 고발한다. 추가로 이들 단체는 두산중공업 경영진을 공정거래법(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 금지 및 부당 지원행위)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은 "무리한 사업으로 인해 두산건설의 부실 상태가 지속되는 게 명백함에도 합리적 근거없이 지원을 결정한 두산중공업과 이사회, 경영진에 책임을 묻고자 한다"며 고소배경을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을 하루 빨리 정리 매각했어야 한다. 무리하게 두산건설을 살리려다 지금의 이 참사가 난 것"이라며 "형제가 돌아가며 경영권을 맡는 두산그룹의 특유의 구조가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 소재를 묻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임이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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