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가계대출의 가파른 증가세에 금융당국이 올 상반기 큰 폭으로 늘어난 인터넷은행들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정조준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낮은 금리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주담대 영업에 나선 것을 두고 금융당국이 대출심사 과정에서의 부실여부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인터넷은행들은 가계대출 확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리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낮은 대출금리를 유도한 것은 오히려 금융당국이 아니냐는 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20일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천68조1천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원 증가했다. 이는 잔액 기준으로 지난 6월에 이어 역대 최대다.
이러한 가계대출 급증세에 금융당국은 이달 중 인터넷은행이 취급한 주담대에 대한 점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인터넷은행들이 주담대를 늘리는 과정에서 차주들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검증했는가에 대한 부분을 중점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인터넷은행 주담대에 대해 "인터넷은행 주담대가 가파른 상승과 그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그 과정에서 DSR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은 신파일러(Thin Filer·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주담대 쏠림이 금융정책과 합치가 되는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원칙을 악용하거나 과도하게 해석한 경우, 물밑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장점검을 내보내려는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앞서 올 상반기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낮은 대출금리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공격적인 주담대 영업을 펼친 바 있다.
그 결과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17조3천22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0.0%(4조260억원) 이상 늘어나면서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시현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 주담대 잔액 역시 3조6천930억원으로, 전년 말과 비교해 60.8%(1조3천960억원) 급증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인터넷은행이 취급하는 주담대는 전체의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최근 "전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카카오뱅크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 수준"이라며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이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초부터 3%대의 낮은 주담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시중은행으로부터의 대환대출 수요도 많았다는 게 인터넷은행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A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사실 연초에 대출금리가 너무 높다면서 금리경쟁을 부추긴 쪽은 오히려 금융당국이다"라면서 "전체 주담대 중 시중은행에서 넘어온 대환대출의 비중 역시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지난 2분기 주담대 신규 취급액 약 3조5천억원 중 약 60%가 대환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 역시 올 상반기 취급한 1조4천억원 규모의 아파트 담보대출 중 대환 비중이 절반 수준이다.
B 인터넷은행 관계자도 "주담대 금리 역시 시중은행에 비해 경쟁력 있게 낮춰주면 이 역시 포용금융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며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인터넷은행이 출혈 경쟁으로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은 (인터넷은행) 우리가 마진을 상대적으로 적게 가져가는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들은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 달성은 연말까지 과제로 지목된다. 올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각각 27.7%, 24.0%로 연말 목표치(카카오뱅크 30%·케이뱅크 32%)에 못 미친 상황이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