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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N] "슈링크·히트에서 밀크플레이션까지"…어원으로 살펴본 유통경제 신조어

'슈링크플레이션', 가격 인상 대신 내용물 용량·수량 축소…포장·용기 눈속임
'히트플레이션', 이상기후로 농산물 가격 급등…수출 국경 봉쇄로 물가 상승
'밀크플레이션', 기후·전쟁 등 우유값 상승…커피·빵 등 연관 제품 가격 인상

 

【 청년일보 】 유통경제 부문에서 슈링크플레이션, 히트플레이션, 밀크플레이션 등과 같은 신조어가 자주 등장한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용어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계속되는 이상 기후와 이에 따른 환경 변화, 연달아 일어난 전쟁 등의 영향으로 각종 식음료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농수산물 가격이 오르며 '플레이션'을 결합한 다양한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단어와 결합하는 '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준말로 고물가 속 소비감소 상황에서 슈링크와 히트, 밀크 등의 단어와 합성돼 유통경제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자주 언급돼 낯설지는 않지만, 정확한 뜻은 알쏭달쏭한 '플레이션'이 조합된 유통경제 용어들을 어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가격 동결 위해 용량·수량 줄인 눈속임…'슈링크플레이션'


3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전쟁 등 요인으로 식음료 등의 원자재 생산량 감소와 함께 공급망 문제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물가 속 제품가격 인상 문제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같은 현상을 언급하는 슈링크플레이션과 히트플레이션, 밀크플레이션과 같은 신조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먼저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는 '슈링크플레이션'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라는 뜻의 영단어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상품 가격은 동일하지만 제품의 용량·수량 등은 줄어 간접적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업이 가격 변화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고려해 교묘히 실질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다. 

 

특히, 식음료·생필품에서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타상품군에 비해 가격과 구매가 직결되는 특성이 있어 기업의 직접적인 가격 인상이 부담인 상황에서 소비자가 용량·수량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 때문이다.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략은 용량·수량 감축과 포장·용기 변경을 동시에 단행하는 것이다. 익숙한 기존 포장·용기를 사용할 경우 소비자가 변화를 눈치챌 가능성이 높지만, 낯선 디자인의 경우 그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로는 몇 해전 논란이 됐던 일명 '질소과자' 사건이 있다. 이는 제과업체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가격 인상 대신 과자 용량을 줄여 벌어진 일이었다. 


시작은 몇몇 소비자가 "과자를 사고 보니 내용물보다 질소가 더 많았다"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SNS 등에 게시하면서다. 이어 비슷한 후기가 연달아 언급됐고, 이는 '질소과자'라는 사회적 이슈로 이어졌다. 

 

 

◆ 이상기후에 농산물 가격 급등…'히트플레이션'


히트플레이션은 '열'을 뜻하는 영단어 '히트(heat)'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이상 기후로 농작물 수확이 줄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전 세계가 유례없는 폭염을 겪었고 이상 기후에 소고기, 쌀, 올리브 등 각종 농축산물 수확이 급감했다. 

 

소고기 수출량이 많은 아르헨티나에선 이상기후로 목초지가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소 사육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 올해 글로벌 소고기 가격이 치솟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인도 역시 폭염에 따른 농산물 수확 감소가 이어지자, 올해 여름 인도 정부는 쌀과 양파 등 일부 농산물에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문제는 인도가 세계 1위의 쌀 수출국이며, 140여 개국이 인도에서 쌀을 수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조치로 세계 곡물 가격이 최대 15%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국제사회의 우려 등에 인도 정부가 올해 10월 쌀 수출 금지 조치를 일부 완화했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상 기후가 장기화될 경우 인도 정부가 언제든 다시 수출 금지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히트플레이션은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9월 BBQ의 경우 국제 올리브 오일 가격 급등에 치킨값 인상을 막고자 '블렌딩 올리브오일' 도입을 단행했다. 기존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올리브오일과 해라바기 오일을 블렌딩한 것으로 변경하는 조치였다. 


이 역시 히트플레이션의 영향이었다. 올리브 생산량 1위인 스페인의 농림수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연이은 폭염 등 자연재해로 2022~2023년 올리브 생산량은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그 영향으로 국제 올리브오일 가격은 2020~2021년 대비 3배 이상 급등했고, 이같은 현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 우유값 오르니 커피·빵 줄줄이 인상…'밀크플레이션'


밀크플레이션은 우유를 뜻하는 영단어 '밀크(milk)'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우유값이 상승하며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커피·빵·아이스크림 등의 식료품 가격이 연달아 인상되는 현상을 뜻한다. 


밀크플레이션은 지난해부터 경제·사회 뉴스에서 자주 언급됐다. 이는 히트플레이션과도 연결되는데,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소 사료값 인상으로 연결되고 결국 우유값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국제 곡물가 급등 여파로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6%까지 인상했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멸균우유 수입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으나, 밀크플레이션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멸균우유는 130~150℃에서 가열해 균류를 사멸시킨 우유로, 장기 보관이 가능해 수출·수입이 가능하단 장점이 있다. 반면, 일반우유와 성분이 달라 맛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고, 이는 우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커피·빵 등의 맛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멸균우유 수입 확대에도 아이스크림과 커프 프란차이즈 가격은 일부 상승했다. 올해 초 커피빈은 우유 포함 제품 가격을 200원 인상했고, 빙과류 가격도 들썩였다.


문제는 올해 여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흑해곡물협정'이 중단되며 다시 한번 밀크플레이션 현상이 확산했다는 점이다. '흑해곡물협정'은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곡물을 수출하도록 보장하는 협정이다. 


결국 지난 10월 우유 대리점, 납품업체들은 카페에 납품하는 우유 가격을 인상했다. 서울우유와 매일우유는 업체 납품용 우유 가격을 평균 150원, 연세우유는 200원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우유 사용이 많은 커피 프랜차이즈들을 시작으로 밀크플레이션이 점차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청년일보=오시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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