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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품대금 "못 받을라", 고용은 "어찌되나"...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개시에 '술렁'"

서울회생법원, 4일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신용등급 하락 선제 대응"
중소 납품업체·현장 노동자, 대금 지급·고용 안정성 등 불안감 지속 확산
홈플러스 "이번 조치로 재무건전성 대폭 개선…인위적 구조조정 없어"

 

【 청년일보 】 국내 3대 대형마트 업체 중 하나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중소 납품업체와 노동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업계에서 심화하고 있는 가격경쟁 구도가 홈플러스의 이익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4일 오후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에 대한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홈플러스는 같은 날 오전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바 있다.

 

홈플러스 측은 지난달 28일 공시된 신용평가에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 많은 개선사항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용등급이 하락해 향후 단기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4일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번 회생 절차 신청이 사전 예방적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홈플러스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에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와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생활용품을 납품하고 있다는 중소기업 A사의 대표는 "어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관련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다"라면서 "업체의 사정이 어려울 경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곳은 해당 업체에 상품을 납품하는 우리와 같은 중소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홈플러스 측에서 사업 전개에 무리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더라도, 신용등급이 크케 하락했다는 것 자체가 불안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며 "홈플러스는 대금 지급에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중견 납품업체 B사의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자금줄이 끊길 경우 납품업체들이 가장 큰 손실을 보게 된다는 것은 지난 티몬·위메프 사태에서 이미 충분히 증명됐다"며 "홈플러스는 현재 자금 상황이 어느 정도로 어려운 것인지, 지속 가능한 상태는 맞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홈플러스 측은 이와 같은 납품업체들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돌입했기 때문에 협력사와의 상거래 같은 경우에는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에는 100% 변제가 가능하다"며 "또한, 개시 결정 이후에는 무조건 정상적으로 지급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응답했다.

 

한편,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회사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며 "이럴 경우 지출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돌입하는 것이 인력 구조조정인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럽게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을까 불안하다"면서 "동료 직원들 사이에서도 지난 4일 소식이 들려온 이후 이러한 걱정과 유사한 생각을 나누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같은 점포에서 일하는 또 다른 노동자는 "그간 긴 시간 홈플러스에서 근속하며 애정을 가지고 일을 해왔는데, 혹시 있을지 모를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까 두렵다"며 "다른 일자리를 미리 알아봐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어제 소식이 들려온 이후로 벌써 새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동료들도 많다"며 "회사가 구체적으로 현재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현재 예정된 인력 감축은 없다는 짧은 답변만을 내놨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한 번도 시행한 적이 없다"며 "현재로서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가열되고 있는 대형마트 업계의 가격경쟁에서 홈플러스가 지속 가능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온다.

 

유통업계에 밝은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최근 대형마트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경쟁 지점은 단연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며 "고물가 기조 속에서 '싸게 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업계에 팽배해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러한 가격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건전한 자본 상황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는 것은 이러한 상품을 저렴하게 납품할 수 있는 업체들은 물론, 다양한 관계사들에게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격 경쟁 속에서 업체가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박리다매'가 필요한데, 이와 같은 이익을 바탕으로 홈플러스가 추후 재무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학계 인사도 "기업의 신용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지속적으로 납품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안 그래도 업계가 가격 경쟁 속에서 많은 이익을 내기 힘든 상황인데, 홈플러스가 이러한 전략을 유지하며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또한 "큰 난관이 있겠지만, 상품 판매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홈플러스 측은 가격 경쟁력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둘 다 강화하는 전략과 함께 홈플러스 메가푸드 마켓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현재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가 워낙 높다 보니 가격 경쟁력을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가격 경쟁력이라는 것은 '가격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일부 저하될 수는 있다"며 "그러나, 대형마트업이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생활밀접 업종이기 때문에 가격 투자를 통해 판매가를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와 별개로 자사의 재무건전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올해 1월 31일 직전 12개월 기준 현금 흐름을 보여주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2천374억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1월 31일 기준 부채비율과 직전 12개월 매출이 각각 462%와 7조462억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1년 전 대비 부채비율은 1천506% 개선됐고, 매출은 2.8% 신장된 수치다.

 

또한, 이번 회생 결정으로 금융채권 등이 유예돼 금융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향후 현금수지가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홈플러스는 매출 대부분이 현금으로 이루어지는 유통업 특성상 한두 달 동안에만 약 1천억원의 잉여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회생절차 신청과는 무관하게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채널 등 모든 영업점은 전과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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