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보험업계의 리딩컴퍼니인 삼성생명을 포함한 5개 금융회사가 오는 15일 시행될 예정인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금융회사들은 차세대 시스템 구축 등을 이유로 제도 시행일까지 현물이전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는 시행 당일 온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가입자 혼란'에 대비해 금융당국 차원의 가입자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퇴직연금 현물이전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기존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옮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전에는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사 계좌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운용 중인 금융상품을 모두 매도해 현금화하거나 만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또 이 과정에서 수수료 등 추가적인 비용 부담도 발생했다.
이 같은 맹점에 지금까지는 금융회사간 퇴직연금 이전이 활발하지 않았다. 아울러 가입자들의 선택권이 제약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때문에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가입자들의 금융회사, 즉 퇴직연금사업자 선택의 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이 5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 일부 금융회사들이 시행 당일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전달하면서 불완전한 상태로 제도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삼성생명을 비롯해 ▲하나증권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5개 퇴직연금사업자들은 오는 15일 퇴직연금 현물이전 서비스 오픈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의 경우 내년 4월 무렵에나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난 2023년 하반기부터 퇴직연금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으며,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차세대 시스템이 오픈되는 내년 4월에 맞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증권 관계자도 "올해 말 정도에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참여가 가능하다"라며 "퇴직연금 현물이전 시스템 구축은 단순히 기존 시스템을 보완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부산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내년 초에 시스템 구축이 완료돼 그 이후에 퇴직연금 현물이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예정된 10월 15일 제도 시행일 이전에 모든 참여 금융사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문제없이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도 시스템 오류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의 금융자산, 즉 '돈'이 이동하는 서비스인 만큼 섣불리 오픈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결원)이 지난 9월 6일 퇴직연금사업자간에 주고 받는 데이터 양식을 변경해 시스템 구축 지연을 야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을 불과 한 달 남짓 앞두고 예결원이 데이터 양식을 바꾸면서 결국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에 대해 예결원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 변경사항에 대해서는 금융투자협회, 퇴직연금사업자, 예탁원, 금융감독원 등이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업계내에서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금융사별 참여 여부와 시행 일정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을 안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도 시행 당일 일부 금융회사의 시스템 미구축으로 퇴직연금 가입자가 현물이전 제도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가입자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시스템 구축이 안 되어서 참여가 늦어질 수는 있는 만큼 이 같은 사실을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명확하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