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KT가 최근 2개의 자회사를 설립해 네트워크 운용·관리 업무를 이관하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제2노조인 KT새노조가 지난 주부터 단식 농성에 돌입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아울러 새노조 측은 최대노조인 KT노동조합(제1노조)이 대규모 구조조정 방안에 당초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는데 이를 하루 만에 사측과 합의한 부분에 대해 '졸속 합의'라고 규정하며 서로간 사전 합의 의혹도 제기했다.
KT새노조가 이번 인력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이유로 통신 인프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지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사고와 같이 인터넷 장애, 결제시스템 먹통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국민 불편과 함께 막대한 피해가 되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9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KT새노조는 지난 21일부터 KT 광화문 이스트 사옥 앞에서 사측의 이같은 구조조정 계획에 반발해 단식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KT새노조 측은 단식 농성 배경에 대해 "앞서 지난 11일 회사 측이 통신 인프라분야에서 5천700여명, 약 30%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KT의 핵심인 통신 인프라를 무시하고,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정을 위협하는 결정"이라며 "노동자의 생존권과 통신 인프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단식농성을) 돌입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1노조가 구조조정 방안에 졸속 합의했다고 비판하며 이번 농성은 KT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경영진과 어용노조에 대한 항의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KT는 통신을 넘어 인공지능(AI)을 미래먹거리로 삼는다는 명분 하에 통신 네트워크 운용·관리 등을 맡는 자회사 2곳(KT OSP·KT P&M)을 신설해 본사 인력을 대거 재배치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두 회사 모두 KT 지분율 100%로 설립되며 KT OSP는 선로 통신시설 설계·시공 등을 맡을 예정으로, 출자금은 610억원이다. 출자금 100억원의 KT P&M은 주요 지역 거점 내 전원시설 설계 및 유지 보수 업무, 선박 무선통신 운용 등을 맡게 된다. 양사 모두 내년 1월 1일자로 법인 설립 등기를 마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전국 KT노조(제1노조) 간부 수백 여명이 지난 16일 광화문 사옥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당시 KT노조 측은 이러한 구조조정 계획이 노조와의 사전 협의 없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했으며, 자회사로의 전출 조건이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T노조가 단체행동에 나선 지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아 노사는 자회사 전출 조건 상향 등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철야 시위까지 예고하며 사측의 구조조정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 끝에 노사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KT 노사는 자회사 전출 인원 목표를 정하지 않고, 이동하는 직원에게 지급하는 일시금과 특별희망퇴직금 규모도 늘리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노사는 근속 10년 이상 자회사 전출자에게 KT에서 받던 기본급의 70%, 전직 지원금으로 연봉의 20%를 주려던 계획을 30%로 상향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또, 자회사 전출자의 복지 혜택을 KT 본사와 유사한 조건으로 유지하는 안과 촉탁직 직원 근무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KT새노조 관계자는 "(네트워크 자회사 신설과 인력 구조조정을) 합의한 다음날, 퇴직하면 얼마를 주고 자회사로 넘어가면 어떻게 되는 지 등 수십 페이지가 넘는 문서(설명자료)가 나왔다"면서 "이에 근거해 사실 이미 그 전부터 합의한 걸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KT새노조 측은 통신 인프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지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사고가 자칫 되풀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그 해 11월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 발생으로 통신망이 마비되면서 인터넷과 전화 장애는 물론, 각종 결제시스템 먹통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새노조 측은 아현동 화재사건의 근본적 원인으로 '인력 감축'을 주장했다.
KT새노조 관계자는 "지난 2014년 황창규 대표 시절 8천여명이 넘는 인력을 감축했다. 결국 선로 유지·보수 인력 부족에 따라 결과적으로 2018년 통신망 대란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인프라 관리 역량 약화로 이어진다면 아현지사 화재와 같은 통신대란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 새노조 측 설명이다.
이어 결국 통신 인프라 안정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숙련된 인력이 유출되면, KT 통신 서비스의 안정성과 국민을 위한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