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포스코그룹 '장인화호'가 공식 출범한 지 8개월여 지난 가운데, 최근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에 따른 실적 부진에다 연이은 화재사고, 노조 파업 리스크 등으로 각종 홍역에 시달리고 있다.
철강업계 안팎에선 신사업 발굴, 철강산업 초격차 우위 확보 등 장 회장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연이은 잡음으로 인해 자칫 경영활동 및 신사업 추진동력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나아가 경영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면서 현재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장 회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 침체와 더불어 중국발 저가 제품 공세 여파로 인해 포스코가 최근 실적 부진에 고전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영업이익 7천43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7.9%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주력인 철강(포스코, 해외 철강) 부문도 영업이익 4천6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4% 급감했다.
이를 두고 중국 철강수요 부진 지속 및 가격 하락으로 중국 법인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설상가상 최근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현상 지속, 해외 저가 철강재의 공세, 설비 노후화 등으로 지난달 19일에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이 45년 9개월 만에 셧다운에 들어갔다. 이번 1선재 폐쇄는 지난 7월 포항 1제강공장에 이은 두번째 셧다운이다.
또한 잇달아 발생한 화재사고로 안전과 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팽배해지면서 회사를 둘러싼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0일과 24일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에서 잇달아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2주 사이 같은 공장 내 사고로 조업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포스코의 안전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장 회장은 포항제철소에서 연달아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임직원 근무 기강을 강조하면서 포스코홀딩스 임원의 격주 4일제 근무를 주 5일제로 전환했다. 여기에 중간 관리자인 팀장급까지 주 5일제로 함께 바꿨다.
다만 팀장급의 아래인 과장이나 평직원 등에 대해선 현재처럼 격주 4일제 근무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장 회장은 현장 안전을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하며, 사내외 최고 수준의 안전, 설비·정비 전문가들로 구성된 '설비강건화TFT'를 발족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설비강건화TFT는 국내외 모든 제철소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현장점검과 설비강건화 플랜을 수립·실행하는 등 강력한 후속 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안전 점검 강화뿐만 아니라 적절한 예산 편성, 무엇보다 현장 직원들 대상으로 철저한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연이은 화재사고를 단순히 직원들의 근무 기강 문제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노조가 1968년 창사 이래 첫 파업 수순을 밟고 있어 장 회장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25일 포스코 대표 교섭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포스코노조)은 조합원 투표를 개최하고,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72.5%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규모를 두고 노사는 첨예한 입장차를 보여왔다. 노조가 기본급 8.3%(약 25만원) 인상 및 격려금 300% 지급 등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기본급 8만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 등의 입장을 드러냈다.
노조는 지난달 6일까지 회사 측과 11차에 걸쳐 교섭회의를 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노사 간 조정에도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노조원 투표로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포스코노조 쟁의대책위는 이날과 오는 3일 각각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파업 출정식을 예고했다. 이를 통해 조합원 의지를 모으고 회사 측과의 교섭 추진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관계자는 "노조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내기 위해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철강업계 안팎에선 국가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포스코가 창사 56년 만에 파업에 들어간다면 자동차·건설·조선업계 등 후방산업 공급난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통 철강맨'으로 불리며 기대를 한껏 모았던 장 회장이 취임 첫 해부터 혹독한 겨울을 맞은 가운데, 재계에선 이번 노사간의 갈등을 기점 삼아 오랜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리더십을 발휘할 지 주목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50년 가까이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진 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장 회장은 노사간 공생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