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재계부’는 ‘재건축·재개발 가계부’의 줄임말입니다. 2026년 서울 부동산 시장의 최대 화두인 도시정비사업 현황과 주요 이슈, 그리고 알짜 사업지를 차지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 쟁탈전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합니다. 복잡한 셈법과 판세가 얽힌 수주전의 이면을 가계부를 적듯 꼼꼼하게 기록해 독자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 청년일보 】 3월 서울 정비사업 시장의 심장부인 압구정지구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이 유례없는 대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과 전통의 강자 현대건설이 각자의 핵심 타깃을 설정하고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압구정 재건축 판세는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로 치닫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압구정지구 내에서도 4구역을 최우선 공략지로 낙점하고 파격적인 입찰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책임준공 확약이다. 그동안 삼성물산은 리스크 관리 원칙에 따라 시공사의 귀책 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공기를 보장해야 하는 책임준공 조항에 극도로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압구정4구역 시공권 확보를 위해 이 같은 내부 금기를 깨고 책임준공을 전격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의 이 같은 행보는 4구역을 압구정 내 래미안 랜드마크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혁신적인 대안 설계를 위해 세계적인 건축 거장 노만 포스터가 이끄는 영국의 글로벌 설계사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와 협업을 결정했다.
글로벌 건축가와의 손잡기를 통해 4구역만의 차별화된 주거 가치를 제안하고 래미안의 기술력을 집약해 하이엔드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4구역은 지하 5층~지상 67층, 1천722가구로 재탄생하며 공사예정가격만 2조1천154억원에 달한다. 3.3㎡당 공사비는 1천250만원으로 압구정지구 내에서도 최상위권 수준이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23일 열린 3구역 현장설명회에는 불참하며 4구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체화했다.
삼성물산 임철진 주택영업본부장은 “압구정4구역은 압구정 재건축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지역의 독보적인 상징성에 걸맞은 최상의 미래 가치를 설계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건설은 압구정의 중심부인 3구역과 5구역을 동시에 석권하는 수주전에 화력을 모으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미 수주한 2구역과의 연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3구역과 5구역을 잇는 이른바 디에이치 벨트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총공사비 5조5천610억원 규모의 3구역에는 로봇 주차 시스템을 고도화한 지능형 주차 솔루션이 도입될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 중 화재 징후를 자동 감지해 차량을 방재 구역으로 이송하는 통합 대응 체계를 비롯해 자율주행 셔틀, AI 기반 퍼스널 모빌리티, 전기차 충전 로봇 등 미래형 첨단 기술이 단지 전반에 배치된다.
5구역은 한강 조망권과 상업·문화 인프라를 결합한 연계 전략에 집중한다. 인근 백화점과의 유기적인 연계를 바탕으로 단지와 백화점, 역사를 하나로 연결하는 복합 마스터플랜을 구상 중이다.
고급 생활 문화 콘텐츠를 접목해 강남 중심 입지에 걸맞은 주거 편의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3구역 현장설명회에 해외 설계사를 대동하는 등 압도적인 준비 태세를 과시하며 삼성물산의 4구역 공세에 맞불을 놓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은 한강변 주거 역사를 아우르는 시대의 기준이자 대한민국 고급 주거 문화의 정점”이라며 “설계와 기술, 브랜드 모든 측면에서 최고의 파트너십을 구성해 시대를 앞서는 압구정만의 정체성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두 건설사의 엇갈린 행보는 정비사업 시장의 수익성 악화와 공사비 급등 속에서 나타나는 생존 전략의 차이를 보여준다. 삼성물산이 리스크 원칙까지 수정하며 특정 구역 탈환에 승부수를 던졌다면 현대건설은 압구정 내 최대 지분을 확보해 압도적인 브랜드 점유율을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책임준공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4구역 수주전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만약 현대건설이 3구역과 5구역을 동시에 수주한다면, 향후 10년의 정비시장 주도권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