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IT 불황 여파로 고전했던 국내 반도체 업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침내 올해 '어닝 쇼크'(실적충격)에서 벗어났다. 고성능 D램 수요 증가로 인해 기나길었던 불황 터널이 사실상 '종착역'에 다다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양사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내놨으며 고부가가치·고성능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힘입어 하반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1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만 무려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던 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DS) 부문은 극심한 부진을 딛고 올 1분기 매출 23조1천400억원, 영업이익 1조9천1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4분기(2천700억원) 이후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DS 부문은 지난해 ▲1분기 -4조5천800억원 ▲2분기 -4조3천600억원 ▲3분기 -3조7천500억원 ▲4분기 -2조1천800억원의 영업손실을 이어오다가 조(兆)단위 흑자를 거뒀다. 메리츠증권, KB증권 등 대표 증권사들이 추정한 DS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2천억~7천억원대)를 한창 웃도는 수준이다.
자사의 주력인 반도체 사업이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결정적 요인에 대해 회사 측은 ▲HBM ▲DDR5 ▲서버SSD ▲UFS4.0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대응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 및 업계 안팎에선 메모리 감산효과로 D램과 낸드의 가격이 꾸준히 상승한 점도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 수요 대응을 위해 HBM 5세대인 HBM3E 8단 양산을 4월에 시작했으며 12단 제품도 2분기 내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올해 HBM 공급 규모는 비트(bit) 기준 전년 대비 3배 이상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고, 해당 물량은 이미 공급사와 협의를 완료했다"면서 "내년에도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공급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고객사들과 협의를 원활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HBM3E는 고객사 타임라인에 맞춰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면서 "8단 제품은 이미 초기 양산을 시작했고, 2분기 말부터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역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올 1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회사는 지난달 25일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1분기 매출 12조 4천296억원, 영업이익 2조 8천860억원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매출은 그간 회사가 거둬온 1분기 실적 중 최대이며, 영업이익은 1분기 기준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4조3천673억원) 이후 두 번째 높은 수치다.
HBM 등 AI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AI 서버향 제품 판매량을 늘리는 한편,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지속한 결과,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734%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하반기부터는 일반 D램 수요도 회복돼 올해 메모리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HBM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1위 AI 메모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당사는 반등세를 본격화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최고 성능 제품 적기 공급,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로 실적을 계속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AI발 훈풍에 힘입어 일각에선 사실상 '초호황기'에 본격 진입했다는 데 입을 모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메모리 감산에 돌입하고 이에 반도체 단가가 상승하면서 양사의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면서 "반도체 산업 전체 경기는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내년까지 호조세 분위기를 탈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