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료계와 정부 간에 벌어진 의정 갈등이 법원의 판단을 받게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 요청에 따라 정부가 의대 증원 결정의 근거 자료로 법원에 50여건에 달하는 증원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서다.
법조계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자료에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근거자료와 함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과 교육부 자문 '의대정원 배정위원회' 회의 결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의 '2천명 증원 무근거' 주장과 정부의 '2035년 의사 1만명 부족' 주장이 첨예한 갈등을 유발한 상황에서 법원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의대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 정지를 요구하며 정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낸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들의 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의대 증원 근거 자료 내용을 공개하며 "2천명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문서는 증원분이 발표된 당일인 2월 6일 진행된 보정심 회의록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의록에 따르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천명 증원을 언급하자 일부 위원은 "전문위원회나 토론 없이 이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브리핑에서 2천명이라고 할 것인데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비판했다며 날을 세웠다.
이 변호사 주장의 핵심은 "한두 개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미 공개된 언론 기사와 보도 자료였다"며 '2천명 증원'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즉각 설명 자료를 통해 2035년 1만명 의사부족이 골자인 의사수급 전망은 3명의 추계전문가가 독립적으로 한 연구에서 공통 전망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또 추계 결과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와의 양자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 4차례 회의했고 지난해 6월 공개포럼에서 논의도 했다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2월 6일 보정심 회의에는 전체 25명의 위원 중 의협 등을 제외한 23명이 참석했고 19명은 2천명 증원에 찬성했다"며 "의사인 위원 3명을 포함해 4명이 반대했으나 반대의 경우에도 규모에 대한 이견으로 증원 자체에는 찬성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공방 속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측은 13일 오전 정부 자료를 배포하고 대한의학회와 함께 오후 1시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지난주 발족한 '(의대 증원) 과학성 검증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의사 인력 추계와 지역·필수의료 정책 등이 과학적·합리적 근거에 기반했는지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이들은 정부 주장에 허구성이 있다는 것과 증원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의대 정원 증원을두고 사전에 이뤄졌어야 할 일들이 갈등 상황을 야기한 후 법원의 판단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정부가 의대 증원 관련 주요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으로 의대 증원을 실시한 일본의 경우 전체 위원 22명 중 70% 이상인 16명이 의사나 의사 출신 공무원으로 이뤄진 의사수급분과회에서 수십여 차례 논의를 통해 증원을 결정했다.
의사수급분과회의에서는 의대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 수요·공급 추계 방법은 물론 인구 구조의 변화와 의료 기술의 발달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변수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2007~2017년까지 10년 간 약 24%에 해당하는 1천795명의 정원을 늘리고 이 같은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십년지대계도 아쉬운 부분이다.
정책의 대상이 되는 의료계가 정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수용성을 두고 정부의 의사 인력 추계의 타당성과 복합적인 변인들을 고려한 다각적 검토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당사자간의 해결이 갈등상황으로 평행선을 달리며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