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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단상(斷想)] 구스타프 말러의 지휘...의대 교수 집단 사직과 리미널리티

 

【 청년일보 】 구스타프 말러의 전기를 통해 옌스 말테 피셔는 말러가 카셀 측과의 고용 계약을 1년이나 남긴 상황인 1885년 계약이 파기되면서 이듬해 가을 라이프치히 측과 고용 계약이 성사되기 까지 기간에 대해 말러 경력의 전환점이 된 중요한 해라고 평가한다.

 

당시 말러가 친구 뢰어에게 보낸 편지에는 "사람들이 말하는 출세라는 것을 할 순간이야"라는 구절과 같이 지휘자로서의 경력에 분수령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작곡가들이 성악가의 음역대가 넓어짐에 따라 오페라의 아리아만큼 고난도 곡의 작곡에 빠져드는 것과 같이 말러는 '전통은 주먹구구식 행태(Schlamperei)다'는 명제로 전해지는 음악가로서의 숙고의 시간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셔에 따르면 사실 이말은 빈 궁정 오페라 극장 소속 오케스트라에 대해 "당신들이 전통이라 부르는 것은 무사안일과 주먹구구식 행태일 뿐이다"는 지적에서 나왔다.

 

공교롭게도 중세의 교회합창 지휘 전통에는 선율을 지휘자의 손의 움직임과 제스처로 그려 보이는 방식이 있었고, 말러의 지휘 모습은 이와 다르지 않았다는 평가다. 답습하는 전통에 대한 비판을 가하면서도 그도 전통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듯하다.  

 

말러가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언론이 저를 물어뜯더라도 조용히 제 길을 갈것입니다"라고 언급한 구절이 있다. 피셔는 말러가 지켜나간 '좌우명'이었다고 평가한다.

 

변하지 않는 신념과 같은 좌우명으로 평가할 만큼 때로 고집스러운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말러의 신념이 음악적 천재성에 더해 그에게 '위대한 세기말의 거장'이란 칭호가 주어진 근간이 됐을지도 모른다.

 

아널드 방주네프(Arnold Van Gennep)는 장소와 연령, 사회적 지위 변화나 심리적 상태 등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신념의 변화 과정을 '통과의례'라고 표현했다. 불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이전 상태에서의 분리와 변화의 경험이 따르는 전이, 새로운 정체성이 주어지는 재통합 등 단계를 거쳐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진다.

 

빅터 터너는 'Dramas, Fields, and Metaphors: Symbolic Action in Human Society'에서 통과의례의 개념을 확장시키며 임계점에서 방향성을 상실하는 리미널리티(liminality) 단계와 함께 장(Field)과 투기장(Arena)이란 국면을 통해 전개되는 패러다임의 경쟁을 '사회적드라마(Social drama)'로 표현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터너의 설명과 같이 상징 행위로의 전통, 관습, 문화, 종교와 같은 분야의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능동적인 주체로서의 참여자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통의 답습을 비판하면서도 승계되어야할 전통이 가진 고유의 정체성을 계승한 말러의 섬세한 지휘와도 같은 참여자의 선택이다.  

 

전공의 이탈 장기화와 함께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에 진료 차질이 발생하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태의 수습을 위해 교향악단의 지휘자와 같은 리더의 역할도 절실해 보인다.   

 

"의대정원 2천명 증원안을 내놓은 정부와 의대정원 증원 결사반대만 외치고 있는 의사집단이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중재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어느 의원의 탈당선언이 귓전에 맴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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