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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단상(斷想)] 솔루셔니즘과 문제의 정의...소청과 의국장의 '사직의 변'

 

【 청년일보 】 솔루셔니즘(solutionism)은 어떤 문제에 대한 해법을 누구라도 사용이 가능한 완벽한 기술적 해법으로 풀수 있다는 전제하에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다.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건강의 배신'에서 이를 지적 병리 현상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그가 특히 이같은 현상을 병리 현상이라 지적한 이유는 솔루셔니즘이 각광받은 곳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에런라이크는 솔루셔니즘에 대해 샌프란시스코만의 실리콘밸리를 기점으로 컴퓨터 조작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게되는 사회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른바 '방탄커피' 창시자로 유명한 데이브 아스프리의 사례를 들어 이유를 설명한다. 아스프리에게 완벽할 수 있었던 방탄커피가 다른 모든이들에게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을 위한 대안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솔루셔니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다른 곳에서도 나온다. 

 

'번영의 역설' 저자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아프리카의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우물 건설 사업의 문제점을 사례로 이를 설명한다.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우물을 건설하지만, 우물을 퍼올리기 위한 모터 등 장치의 고장이 발생할 경우 이를 수리하기 위한 비용으로 다른 곳의 우물 건설을 위한 비용이 전환되며 문제 해결이 더뎌지는 악순환이다. 

 

크리스텐슨은 이를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현상에 집중해 거시적 관점의 해결을 위한 구조적 대안 마련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른바 나무에 시선을 고정해 숲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는 이른바 '견인 전략'(pull strategy)을 예시로 문제의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창조를 위한 혁신을 강조한다. 소비자의 기호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의 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통한 시장의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견인 전략과 같이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이해'가 선행되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정책과정에 대해 설명할 때 언급하는 이른바 '문제의 정의' 과정을 말한다. 

 

적합하지 않은 전제, 현상의 분석, 대안의 마련이 결코 문제 해결의 해법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크리스텐슨이 직접 솔루셔니즘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논리 전개 과정에서 그가 제시하는 해법이 모든 국가에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불로장생을 위한 만병 통치약은 없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다양한 경제권에서 이뤄진 발전과 또는 그 역의 현상들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은 제각기 다르고 사회적 맥락에 의해 달라진다고 역설했다. 

 

에런라이크가 지적한 병리 현상으로의 솔루셔니즘의 문제는 결국 크리스텐슨이 언급한 바와 같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보편 타당한 원리의 부재에 직면하게 된다. 언제나 성공을 담보하는 완변한 해결책은 없기에 상황에 대한 이해와 함께 관계자들의 이해관계등을 포함한 다양한 변수를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본격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민의 바람에 반하는 안타까운 결정"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다만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결정에만 집중해 이른바 '특권의식'이나 '이기적'이라는 관점에 치중하기보다 소아청소년과를 포함해 필수의료과를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 없는 '의대 2천 명 증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당직 시간 심정지가 온 환아를 심폐소생술할 때 내 뱃속 아기가 유산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의사니까 처치에 집중하자고 다짐하기도 했다"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료를 앞두고 사직한다는 어느 여성 의사의 고백을 묵과하기엔 의대 증원 의사결정과 처리과정에서 간과된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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