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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의 삼성...취임 2년차 이재용 회장 '출구전략' 촉각

이재용 회장 취임 2년…주가 하락과 반도체 쇼크에 '진땀'
재계, "신경영 선언 버금가는 뉴삼성 비전 나와야 할 시기"

 

【 청년일보 】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부문(DS)이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의 엔비디아 납품 지연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부문 수주 부진 등으로 복합 위기에 봉착했다는 업계 안팎의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이 취임 2주년을 맞는다.

 

2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이 삼성 총수 자리에 오른 지 올해로 2년이 됐다. 

 

당시 이 회장은 취임사 없이 소회와 각오를 사내 게시판에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당부했다. 

 

이후 이 회장은 사회적 책임 실현 및 우수 인재 확보 매진, 신성장 동력 발굴, 국내외 경영 보폭 확대 등 분주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과 부진한 반도체 실적 등으로 그룹 내 최고 리더로서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앞서 지난 8일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천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6.6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84%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당초 증권가에서 전망(10조7천717억원)했던 것보다 저조한 성과다.

 

각 사업부별 세부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실적 부진 원인을 두고 DS부문의 업황 악화를 꼽는다.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부진으로 주력인 범용 D램의 출하량과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밑돌았고,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메모리 반도체로 떠오른 HBM에서도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반도체부문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DS부문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진은 (고객·투자자께) 송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습니다"며 이례적인 반성문을 내놓았다. 

 

반면 국내 메모리 반도체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는 HBM에 힘입어 올 3분기 7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부문별 상세실적은 이달 31일 공시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을 대략 4조원대로 추정하는 가운데, 영업이익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삼성 반도체를 따돌렸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여기에 파운드리 경쟁업체인 대만 TSMC는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이 62.3%로 삼성전자(11.5%)와의 격차를 더 확대하면서, 시장 안팎에선 AI 호황 속 '나홀로 겨울'이라는 냉혹한 평가가 나온다. 

 

설상가상,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 고객인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제품 납품도 지연되는 등 어려움도 가중하고 있다. 

 

이처럼 실적 악화와 함께 자칫 메모리사업의 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재계에서 이 회장이 하루빨리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이 회장은 평상시 겸손하고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로 익히 알려져 있는데, 그룹 내 엄중한 상황인 점을 인식해 이번 기회에 냉정하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위기론에 휩싸인 삼성전자를 반등시키기 위해선 (이 회장이) 조직을 대대적으로 변화시킬 만한 카리스마로 중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동안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에 여러 차례 출석하는 등 오랜 기간 동안 사법리스크에 시달렸고, 결국 이로 인한 리더십 부재가 그룹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조 명예교수는 분석했다. 

 

이밖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기술' 중심의 인적 쇄신과 핵심 현안에 대해 철저히 대응하고 미래 중장기 전략 수립을 위한 '컨트롤타워' 부활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2017년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사업영역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조 명예교수는 "선친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뉴삼성' 비전이 나와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삼성 위기론의 시발점은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장기화"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사업 결정을 하는 총수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 경영 활동에 매진할 수 없었고 그동안 SK하이닉스는 벌써 AI를 대비해 양사간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등기이사인 이 회장이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등기임원으로 조속히 복귀해 그룹 내 장악력을 공고히 다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 안팎에선 오는 11월 1일 삼성전자 55년 창립기념일을 맞아 이 회장이 당면한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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