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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빈수레"...400兆 퇴직연금 실물이전, 실효성은 '글쎄'

31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해지 없이 '이동'
업계 일각 "실제 '갈아탈 고객' 예상보다 적을 것" 전망
'안전' 추구 성향·동종 계좌만 이동 허용..."한계 명확해"
삼성생명 등 7개사, 시스템 구축 지연...서비스 '불가능'
금융감독원 "더욱 편리한 서비스 제공 위해 노력할 것"

 

【 청년일보 】 31일부터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안전'을 추구하는 투자성향과 동종계좌 간 이동만 허용된다는 점 그리고 일부 금융사의 경우 당장 제도 참여가 어렵다는 점에서 실제 실물이전 수요는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31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퇴직연금 사업자 44개 중 37개사(적립금 기준 전체의 94.2%)에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퇴직연금으로 투자하고 있던 상품을 매도하거나 해지하지 않고 퇴직연금 운용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제도 시행 이전에는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사 계좌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운용 중인 금융상품을 모두 매도해 현금화하거나 만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또 이 과정에서 수수료 등 추가적인 비용 부담도 발생했다.

 

이같은 맹점에 지금까지는 금융회사 간 퇴직연금 이전이 활발하지 않았다. 아울러 가입자들의 선택권이 제약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하지만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시행으로 가입자들의 금융사 선택 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00조878억원이다. 이 중 은행이 210조2천811억원(전체의 52.56%)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증권사 96조5천328억원, 보험사 93조2천654억원 수준이다. 

 

이중 퇴직연금 사업자의 업권별 수익률은 증권이 7.11%로 가장 높다. 그 뒤를 ▲은행 4.87% ▲손해보험 4.63% ▲생명보험 4.37%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총 적립금 약 4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은행에서 고수익률을 자랑하는 증권사로 이동할 투자자들이 많다는 게 금융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갈아탈 고객'이 예상보다 적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많은 홍보를 했지만 실제 고객들의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그는 "기존에도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제도 시행으로 인해 실물이전 과정이 더 편리해졌지만 원금을 잃기 싫어하는 투자자 성향으로 인해 실물이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82.3%(332조8천76억원)이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적립금의 16.8%(67조2천656억원)만 원리금 손실 위험이 있는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운용됐다. 

 

이는 대부분의 가입자가 수익보다는 안전을 좆아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증권사가 은행권에 비해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이 높지만, 안전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인해 실물이전하는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동종 계좌간 이동만 허용된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할 전망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동일한 제도 내에서, 이전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동일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실물 이전이 가능한 상품은 신탁계약 형태의 원리금 보장상품, 공모펀드, ETF(상장지수펀드) 등이다.  

 

디폴트옵션 상품이나 퇴직연금(자산관리) 계약이 보험계약 형태인 경우에는 실물이전이 불가능하며 리츠나 사모펀드 등은 상품 특성에 따라 제도 시행 후에도 현금화한 뒤 퇴직연금 자산을 옮겨야 한다.

 

아울러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 당장 제도 참여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가입자들이 실물이전을 원해도 회사의 미참여로 실물이전이 어려울 수 있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삼성생명을 비롯해 ▲하나증권 ▲iM증권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iM뱅크 등 7개 퇴직연금사업자들이 시스템 구축 지연으로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오픈이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부 금융사의 경우 참여가 늦어지는 등 개선돼야 할 점이 분명히 있지만,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의 시행으로 실물이전 과정이 간소화되고, 불편함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실물이전 사전조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등 가입자들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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