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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는 미래' 불변공식이 이끈 경제성장···삼성家 '경영철학' 재조명

"창업주부터 선대회장까지"···인재제일 철학, 韓 경제 대들보 역할
굽히지 않은 '인재 중시' 경영 전략···글로벌 초일류 기업 이끌었다
'인재 중시' 계승 이재용···취임 1주년 新 전략 내놓을까 '이목집중'

 

【청년일보】 30년 전인 1993년,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은 본사 주요 임원과 해외 주재원 등 200여 명을 독일 쾨니히슈타인 인근 켐핀스키 팔켄슈타인 호텔로 불러 모으며 중대한 선언을 한다.

 

"앞으로 21세기에는 초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 대변혁의 시대에 하루 속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응하지 못하면 삼성은 영원히 2류, 3류로 뒤처지고 만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삼성의 역사를 바꾸고 세계적인 일류 기업의 반열로 올려놓은 '신경영 선언'(프랑크푸르트 선언) 중 일부 발언이다.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전자제품 매장 구석에 먼지만 쌓인 채 놓이고 있는 삼성 TV와, 세탁기 불량 부품을 칼로 깎아 조립하는 것을 보고 삼성 최고경영자로서 격노했던 이 선대회장이 제시한 주요 경영 의제다. 

 

경영진들에 대한 '환골탈태'의 자세를 주문한 것이 각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세를 이룩했고 명실공히 세계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창업주와 선대회장까지 줄곧 강조해왔던 '인재 중시 경영'이 '신경영 선언' 성과의 밑거름이란 분석에는 이견이 없다. 재계에선 '인재가 곧 국가 미래'라는 호암 이병철 창업주와 아들인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이 그룹 성장은 물론 한국 경제의 도약을 이끌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19일 재계와 학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건희 선대회장은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핵심과제를 '인재 확보'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이는 선친인 호암 이병철 창업주 '인재 제일 철학'을 계승한 것이다. 실제로 이 창업주의 자서전인 호암자전에는 "경영자로서 내 인생의 80%는 인재 양성에 쏟아왔고, 인력에 대해서만은 아낌없는 투자를 해오고 있다"고 나온다.

 

이같은 투자의 일환으로 1982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기업연수원 삼성인력개발원(옛 삼성종합연수원)이 대표적이다. 삼성그룹 내에선 이곳을 흔히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부른다. 

 

 

건물 로비 정면에는 그가 인재의 중요성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는 친필 글귀가 걸려있다. 친필에는 "국가와 기업의 장래가 모두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명백한 진리이다. 이 진리를 꾸준히 실천해온 삼성이 강력한 조직으로 인재 양성에 계속 주력하는 한 삼성은 영원할 것"이라고 적혀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학연·혈연·지연과 같은 연고 채용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뽑았다는 점이다. 삼성은 1957년 국내 기업 사상 처음으로 공개채용 방식을 채택했는 데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보면 굉장히 혁신적이었다는 게 재계 안팎의 중론이다. 그만큼 우수한 인재의 발굴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방증이다.

 

이건희 선대회장 역시 선친과 마찬가지로 '인재 중시'를 주요 경영이념으로 삼았다. 이 선대회장의  인재 양성에 적극 앞장서왔던 선례가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2002년 6월 초,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인재전략 사장단 회의에서 50여명 사장들에게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리는 인재경쟁의 시대, 지적 창조력의 시대"라며 이같이 밝혔다. 

 

같은 해인 11월 초에 열린 인재 전략 사장단 회의에서도 인재 양성 가치를 재차 부각시켰다. 

 

그는 "앞으로 나부터 경영업무의 50% 이상을 핵심 인력 확보 및 양성에 쏟겠다"면서 "사장단의 인사평가 점수를 100점으로 했을 때 40점은 핵심 인력을 얼마나 확보했느냐 또 얼마나 양성했느냐에 둘 것"이라고 언급했다.

 

2차례 발언 이후 이 선대회장은 몸소 실천에 나섰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다트(DART)' 사업보고서(2003~2013)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전자의 직원 수는 10년 간 5만명대에서 10만명 가까이 육박한 수준이다. 2011년엔 단일 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직원 수 10만명 클럽에 가입했다.

 

이밖에도 '여성인력 중시' 철학에 맞춰 꾸준히 인재를 채용했다. 2003년 직원 수 1만7천여명에서 불과 2년 만인 2005년, 첫 3만명 대로 진입했다. 

 

 

삼성의 3대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이병철 창업주, 이건희 선대회장 못지 않게 '인재 제일' 철학을 중요시하게 여기고 있다. 

 

부회장이었던 지난 2020년 이 회장은 향후 3년 간 4만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인재 확보 전략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장 등 현장 경영을 통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인재 중시를 피력했다.

 

지난해 10월 말 회장 승진 이후에도 이 회장은 여러 사업장을 잇따라 방문하며 적극적인 인재 양성을 주문하고 있다. 

 

일련의 내용들에 대해 재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호암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선대회장 부자(父子)간 인재경영 전략이 사실상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올해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0주년이자 이재용 회장 취임 1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다"면서 "혁신과 기술뿐만 아니라 인재경영 원칙 DNA를 계승한 만큼 뉴삼성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인재 양성 전략을 내놓을 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고 부연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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