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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 고조에 '불안'…소비자 "상품권 싸게 팝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서 최대 15% 할인 판매…"티메프 사태 전조"
홈플러스 상품권 악용해 '차익' 남겨…"소비자 피해 방지 필요"

 

【 청년일보 】 홈플러스 사태의 장기화 속에 불안감에 휩싸인 소비자들이 홈플러스 상품권을 저렴한 가격에 급하게 처분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이 과거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와 유사한 전례를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돌입 이후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거부하는 제휴처가 증가하고 있다. 상품권 제휴사들이 대금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해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지난 5일부터 신라면세점과 CJ푸드빌, 에버랜드 등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이어 대형 제휴사 중 하나인 카카오 또한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자사 커머스 채널에서 홈플러스 상품권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카드사들도 홈플러스 상품권 결제를 잇따라 중단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 BC카드, NH농협카드 등은 홈플러스 상품권 구매와 충전에 대한 결제 승인을 중단했다.

 

국내 카드사들이 모두 홈플러스 상품권 결제를 중단하면서 홈플러스 상품권에 대한 카드 결제 역시 불가능해졌다.

 

카드사들은 홈플러스 상품권의 제휴사 사용이 중단된 상황에서 고객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상품권 결제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측은 이러한 제휴처의 홈플러스 사용권 중단 현상에 대해 "일부 제휴사에서 상품권 수취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나, 이는 상품권이 100% 변제가 이뤄지는 일반 상거래 채권임에도 가맹점들이 지난해 이커머스업계 미정산 사태와 연관 지으며 과도하게 반응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홈플러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홈플러스 상품권을 '급처(급하게 처분)' 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특히,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홈플러스 상품권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 A에서는 홈플러스 상품권을 약 10%~15%에 이르는 할인율에 판매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이었다.

 

일례로 한 소비자는 홈플러스 상품권 10만원권을 8만5천원에 판매 중이었으며, 85만원어치의 상품권을 판매하는 또 다른 소비자는 77만원에 상품권을 급처하고 있었다.

 

여타 중고거래 플랫폼도 사정은 비슷했다. 또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 B에서도 약 10%에 달하는 할인가에 홈플러스 상품권이 거래되고 있었다.

 

통상 상품권은 제3의 공간에서 재판매된다고 할지라도 약 3% 수준의 할인율로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판매자들은 홈플러스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상품권을 빠르게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상품권을 판매하는 한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는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업체의 상품권을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빠르게 처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홈플러스가 과거 티메프 사태와 유사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다"며 "더 많은 제휴처가 상품권 사용중지 결정을 내리기 이전에 하루빨리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이 낫다"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저렴하게 판매되는 홈플러스 상품권을 악용해 차익을 남기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를테면 저가의 홈플러스 상품권으로 고가의 전자제품 등을 구매하고, 이를 다시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 정상가로 판매해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은 시장 환경을 활용한 정당한 수익 창출이라는 주장을 내놓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이와 같은 현상이 홈플러스 정상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체의 상품권은 단순한 화폐가 아닌, 해당 업체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면서 "상품권을 악용하는 사례가 확산할 경우 업체의 거래환경이 더욱 혼탁해지게 되고, 결국 또다시 신뢰도 하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홈플러스 상품권을 악용하는 소비자가 점증하는 현상은 홈플러스 정상화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업체 차원에서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홈플러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회복 측면에서 이와 같은 현상을 적극적으로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는 "과거 티메프 사태와는 다소 차이가 다소 있지만, 홈플러스 상품권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상품권을 발행하는 기업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관점에서는 싸게 판매되는 상품권을 구입해 각자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라며 "다만, 홈플러스 상품권이 범죄 등 의도하지 않은 목적에 사용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한 학계 인사는 "홈플러스 상품권이 일종의 투기 대상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싸게 판매되는 홈플러스 상품권은 나중에 정상화가 이뤄진 상황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업 측에서는 이미 발행한 상품권이 유통되는 것과 관련해 별다른 손해를 보지 않겠지만, 이를 악용하는 이들이 다른 소비자에게 간접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사례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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