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지지하는 청정경쟁법안(CCA)이 의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국내 산업계는 향후 10년간 총 2조7천억원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2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미국 청정경쟁법의 국내 파급효과 및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CCA는 철강, 시멘트 등 원자재에 온실가스 1t당 55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법으로, 2025년부터 적용된다. 2027년 이후에는 완제품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
한경협은 청정경쟁법이 도입될 경우 오는 2025년∼2034년 총 2조7천억원의 탄소세 비용이 국내에 발생한다고 예상했다. 적용 범위에 따라서는 원자재에 1조8천억원, 완제품에 9천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종별로는 석유 및 석탄제품(1조1천억원)과 화학제조업(6천억원)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민주당이 2022년 6월 첫 발의한 청정경쟁법안은 국가 간 탄소집약도 차이에 따른 생산비용 격차와 가격경쟁력 약화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청정경쟁법이 시행되면 미국과 원산지 간의 탄소집약도 격차에 탄소 가격을 곱한 규모의 탄소세가 부과되며 탄소 가격은 매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인상된다.
만약 한국기업이 미국에 원자재를 수출하고 있다면 미국 수입업자는 해당 법에 따라 탄소세를 납부하게 되고 결국 국내 기업에 비용이 전가된다.
한경협은 한국의 탄소집약도 개선 속도가 주요국과 비교해 저조한 수준임을 고려하면 청정경쟁법의 부정적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5년간(2016∼2020년) 한국의 탄소집약도 개선 속도(2.4%)는 미국(4.9%), 일본(2.7%) 등에 크게 밑돌았다.
특히 청정경쟁법의 탄소세 산식에 활용되는 국가 단위 탄소집약도는 2020년 기준으로 한국(0.14)이 미국(0.11)에 비해 1.2배 뒤처졌고, 탄소집약도 개선 속도는 2.5%포인트 하회했다.
한경협은 청정경쟁법 도입 시 기업들의 비용 경감을 위해 '발전부문'의 무탄소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집약도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발전 부문의 무탄소 에너지 전환은 주요 탈탄소화 전략인 전기화의 선결 조건이다.
실제로 국가 단위 탄소집약도 개선율에 따른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연간 탄소집약도 1% 개선 시 청정경쟁법에 따른 비용은 4.9%(88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 관계자는 "청정경쟁법은 원산지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명시적인 비용을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경우 탄소세 일부 면제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율 상향 추이 등 탄소가격제 운영 현황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협상력을 사전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