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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하청에 끊어진 생명줄"...현대중공업이 끊어버린 신뢰의 끈

지붕 작업 중 25m 추락사...추락 방지 발판·추락 방호망 부재
사측, 안전대 착용 조치 취해...안전관리 문제 없었다는 입장
노조 “산업안전 규칙 위반...안전관리 허점에 발생한 중대재해”
노조 “다단계 하도급·단기계약업체...중대재해 주범, 근절해야”
2019년 9월 이후 5건 현장 사망사고...대표이사 外 불구속 기소
현대중공업, 올해 산재 사망사고 3건...‘수습·재발 방지’ 행보 기대

 

【 청년일보 】 현대중공업에서 또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의 3번째 산재 사망사고다.

 

지난 13일 5시 39분께 현대중공업 울산 도장1공장에서 지붕 슬레이트 작업 교체을 진행하던 외부 공사업체 직원인 40대 남성 정모씨가 25m 아래로 떨어져 울산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당시 숨진 직원은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추락하면서 날카로운 지붕 모서리에 안전줄이 걸려 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지붕 위에서 작업할때 폭 30cm 이상의 발판을 설치하거나 추락 방호망을 쳐야 하지만 현장에 추락 방호망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측은 추락 방호망 설치가 곤란한 경우 안전대를 착용하는 등 조치를 취하면 된다는 다른 조항을 근거로 안전 관리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고는 산업안전에 관한 규칙을 위반해 발생한 것”이라며 “회사의 안전관리 허점 때문에 발생한 중대재해”라고 밝혔다.

 

◆ 노조 “안전 보다 속도 중시...470번째 산재사망, 원청 책임”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으로 470번째인 현대중공업의 산재사망은 원청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한영석 대표이사를 구속·처벌하고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노조는 이번 사고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추락 방지 발판·추락 방호망 부재와 함께 안전대 사용 방식 미흡, 잘못된 방식의 슬레이트 교체작업, 그리고 새벽 5시 어두운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한 것 등을 지적했다.

 

노조는 먼저 정 씨가 일했던 도장1공장 지붕이 바닥으로부터 25m 높이였지만 추락을 방지할 발판가 추락 방호망이 없었으며, 안전대 사용 시 안전줄이 쳐지거나 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정 씨가 수행했던 슬레이트 교체작업이 강판을 1개씩 뜯어내고 1개씩 조립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돼야 하지만 사고 현장은 공장 지붕 전체 슬레이트를 뜯어내고 교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노동자의 안전보다 속도를 강요한 작업이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고조사과정에서 사측에 안전교육일지·근로계약서·채용 시 건강검진 결과서 등 기본자료를 요청했으나 사측은 자료협조를 거부하고 사고원인 파악을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추락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교육·일일작업지시서·위험성 평가·표준작업지도서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사내 건설공사·전기소방공사·시설보수·정비 및 유지관리업무를 단기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을 시키지만 노동자를 보호할 안전조치와 안전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노조 “단기계약업체 외피, 본질은 다단계 하도급...근절해야”

 

노조는 정 씨의 사고를 비롯한 현대중공업의 중대재해의 주범으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단기계약업체 활용을 들었다.

 

노조는 이번 정 씨 사고가 지난 3월 2일 세진중공업에서 현대중공업 LPG 탱크 보온작업 중 작업발판이나 추락 방호망 없이 안전대에 의지해 작업하던 중 안전대 고리가 풀리며 추락해 사망했던 강 모(某)씨의 사고와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씨의 고용관계가 “현대중공업 원청과 단기계약업체라는 외피를 썼지만 본질은 공공하게 유지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였다”며 “이윤창출을 위해 사업장 안팎으로 조선소 중대재해의 주범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단기계약업체 활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조는 현대중공업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안전조치는 지켜지지 않고 산재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사업주의 의무도 준수되지 않고 있다”며 “다단계 하도급 구조·단기계약업체 등을 활용해 이윤 추구를 극대화하지만 정작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한영석 사장 “사고에 무거운 책임감”...연이은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사고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정 씨 사고 직후 추도문을 통해 "회사는 현장의 안전 보건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올해 들어 2차례 발생한 중대재해 이후 다시는 안전사고가 나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모든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안전 대책을 이행하는 중이었기에 더욱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유족들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면서 관계기관의 사고 원인 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실의에 잠겨 있을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산재 사망사고 대처는  한영석 사장 추도문의 ‘각오’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포함한 18명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발생한 5건의 현장 사망사고를 포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정 씨의 추락사고는 올해 들어서 현대중공업의 산재 사망사고 중 세번째다. 앞서 지난 2월 5일에는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대조립 공장 대조립 1부 F1베이에서 작업자 강 모 씨(42)가 판계 작업 중 철판이 떨어져 철판과 지그 사이에 머리가 끼어 현장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 5월 8일에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원유운반선 용접 작업자인 협력업체 40대 노동자 장 모 씨가 작업 도중 추락사한 사건이 있었다.

 

장씨의 사고 이후 노조는 장씨가 작업하던 탱크 내부가 어두웠고 탱크에 올라가는 직각사다리 안전장치가 미흡했다고 주장했지만, 회사측은 조명을 측정했더니 산업안전보건법의 기준인 75룩스를 충족했고, 직각사다리는 법적 설치대상이 아니며, 안전요원이 작업 현장에 상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도 현대중공업은 "안전관리 강화에 최선을 다해왔으나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며 "수습에 온 힘을 쏟고 관계 기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고용노동부로터 특별근로감독을 받았지만, 현대중공업에서 끊이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며 일각에서는 '노동자의 무덤'이란 비판 속에 사고의 원인이 경영진의 심각한 '안전불감증'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2월 22일 한영석 사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참석해 "산재는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 탓"이라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당시 한 사장은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니까 실질적으로 불안전한 상태와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 잘 일어나더라"며 "불안전한 상태는 안전 투자를 해서 많이 바꿀 수 있지만 불안전한 행동은 상당히 어렵다"면서 "표준 작업서에 의한 작업을 유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가 많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의 산재를 작업자 탓으로 돌린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그는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잘못 말씀드렸는데 제가 말씀드린 불안전한 작업이라는 의미는 비정형화돼있는 작업이 많다는 것"이라며 "불안전한 작업이 안 일어날 수 있도록 표준을 바꾸고 위험 요소를 찾아서 비정형화된 작업을 정형화해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연이은 사고 속에 공염불이었단 지적이 나온다.

 

【 청년일보=정은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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