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중후장대의 대표적 산업인 철강업종이 최근 임금단체 협상(이하 임단협) 난항으로 파업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면 철강업과 함께 중후장대 산업으로 불리는 조선업계는 올해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내며 두 업종간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올해 임단협을 아직 매듭짓지 못한 상황이다.
앞서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 9월 상견례 이후 총 12차례의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에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90%가 넘는 찬성률을 기록했고, 지난 5일 당진제철소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천800원 및 개별 기본급 85% 인상을 담은 방안과 차량 지원금 할인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철강업계 불황에 노조의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연결 기준 5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4% 감소하며 실적이 악화된 상태다. 경기침체에 따른 철강 수요 부진 및 가격 하락 등이 원인이다.
현대제철과 함께 국내 유수 철강기업으로 불리는 포스코 역시 임단협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파업 위기를 맞고 있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달 31일까지 10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지난 6일 11차 교섭까지 진행했으나 끝내 결렬됐다.
사측은 ▲기본급 8만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 ▲복리후생 포인트 21만원 신설 등을 제시한 반면, 노조는 ▲기본임금 8.3% 인상 ▲복지사업기금 200억원 조성 ▲격려금 300% 지급 ▲학자금 지원 상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이날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대책위원회로 전환한 뒤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은 "대의원대회 쟁의발생 결의 전 교섭이라 직접 참석했으나, 사측의 추가 제시안이 없다는 것은 쟁의를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단체행동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재계 관계자는 "만약 파업 강행 시 철강 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것은 물론 후방산업의 연쇄 생산감소로 직결돼 산업계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조선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HD현대중공업은 지난 6일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며 한시름 놓게 된 상황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최근까지도 임단협 진행과정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동안 사측은 임금인상 및 격려금 액수를 두 차례 노조에 제시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앞서 지난달 5일 사측은 기본급 10만2천원 인상, 격려금 400만원 등을 골자로 한 1차안을 제안했고, 25일 2차 제시안에선 기본급 12만2천500원과 격려금 400만원+30만원(상품권)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조합원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다며 이를 모두 반려했다. 구체적으로 노조는 ▲기본급 15만9천800원 인상 ▲성과금 산출기준 변경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다.
이에 서로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노조 측은 부분 파업에 돌입했고, 급기야 이 과정에서 노사간 물리적 충돌로 양측에서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파업 중 사내 도로에 천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는 사측과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과 사측 직원 등 10명 내외의 인원이 다쳐 119와 사내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노조는 손가락 부상, 타박상 등 경미한 부상까지 포함하면 20명 이상의 조합원이 다친 것으로 파악했다.
이처럼 양측간 고소와 고발이 이어질 정도로 자칫 노사 갈등이 임계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전날 울산 본사에서 열린 27차 교섭에서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잠정 합의안은 호봉승급분(3만5천원)을 포함한 기본급 12만9천원 인상, 격려금 450만원(상품권 50만원 포함) 지급, 설·추석 귀향비 20만원씩 인상 등을 담았다. 성과금은 기존 기준에 따라 지급하며, 추후 노사 협의를 통해 지급기준 변경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조는 오는 8일 잠정 합의안을 두고 조합원 전체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투표 조합원 중 과반이 찬성하면 올해 임단협 교섭은 마무리된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