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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밀 유출' 진실공방 가열...한화오션 vs HD현대重 날선 공방전

특수선 시장 양강 갈등 격화…한화오션 "임원 기밀 유출 개입 확인"
HD현대重 "억지 주장 불과…심도 있는 심의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

 

【 청년일보 】 올 하반기 예정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이하 KDDX) 사업 입찰을 앞두고 최근 국내 특수선 시장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연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의 KDDX 개념설계보고서 유출 및 임원 개입 건을 두고 양사간 신경전을 넘어서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경쟁사 임원의 지시나 관여 없이는 군사기밀을 탈취하고, 이를 운영·관리까지 하기 어렵다는 점에 비춰 고발까지 단행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억지 주장에 불과하고 법원의 판결과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의를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자그마치 8조원 규모의 KDDX 사업 관련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유죄가 확정된 가운데 경찰이 해당 회사 임원에 대한 수사에 나선 터라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4일 HD현대중공업 임원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접수하는 등 KDDX 사업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대해 날선 비판을 했다. 

 

다음날인 5일엔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화빌딩에서 KDDX 사업 기밀 유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어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한 정황을 직접 포착했다며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구승모 한화오션 사내 변호사는 당시 회견에서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해 비인가 서버에 저장하는 심각한 보안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구 변호사는 "수 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군사 기밀을 불법 취득하고 비인가 서버에 불법 자료를 보관하면서 공유하는 것은 유례없이 심각하고 중대한 불법행위이자 보안사고"며 "그럼에도 상응하는 조치 없이 KDDX 사업 진행이 지속된다면 결국 유사한 행위가 반복될 수밖에 없고 공정성을 상실할 뿐 아니라 국가 기밀과 방산기술 유출로 국가 안보에도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갈등의 발단은 KDDX 사업 군사기밀 유출 건으로부터 비롯됐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지난 2022년 KDDX 관련한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지난해 11월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이들 직원 9명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 약 3년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불법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다.

 

이에 KDDX 발주처인 방사청은 오는 2025년 11월까지의 군함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에 보안감점 1.8점을 주는 징계를 내렸고, 별도로 HD현대중공업의 KDDX 입찰 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었다.

 

하지만 방사청은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HD현대중공업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통상 심의결과는 ▲입찰 참가자격 제한 또는 과징금 등의 처분 ▲처분 면제 및 행정지도 ▲심의 보류 ▲각하 등으로 분류되는데, HD현대중공업은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단순한 '행정지도'를 받은 것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방사청의 판단을 존중하며, 국내 함정산업 발전과 해외수출 증대를 통해 K-방산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반면 한화오션은 제재 수위에 반발하며 임원 개입 정황을 지적하고 입찰자격을 유지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고위 임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 수년간 군사기밀을 탈취해 회사 내부에 비밀 서버를 구축·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 "방사청은 임원 개입과 관련해 조금 더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제재를 할 수 있다고 했고, 이러한 증거가 확인이 될 경우 추가적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고발을 통해 임원 개입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진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화오션은 직접 입수한 판결문과 공개기록을 통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임원들에게 기밀이 담긴 내용을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별사법경찰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공개했다.

 

조서에는 '군사비밀을 열람·촬영한 사실에 대해 상급자가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일부 피의자가 '맞다'고 대답한 대목이 담겼다. 결산 조서에는 '피의자의 부서장, 중역이 (이러한 행위를) 결제했다'고 적혀있었다.

 

반면 HD현대중공업 측은 한화오션이 직원들 기밀문서 열람 기록을 임원들의 유출 인지 증거로 제시한 데 대해 "출장 관리 시스템에 계획과 결과를 등록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프로세스"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기밀 유출 행위 자체가 상당히 민감한 만큼 방사청의 이번 처분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교수는 "양사간 치열한 갑론을박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방사청의 이번 조치나 처분에 대해선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법과 절차적으로 잘못된 건 없더라도 기밀 유출이 국가적으로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사청의 조치에 대해 일단 수용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양사가 원팀이 돼 국내 함정 수주에서의 경쟁뿐만 아니라 건전한 해양 방산 생태계를 조성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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