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갈망이 높아지면서 '주 4일제'에 대한 여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노동계에선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위해 1주일에 4일 근무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에선 노동집약적 산업 같은 경우 근로시간이 생산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주 4일제가 대두된 배경, 경영계와 노동계간 입장차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생산성 저하 vs 휴식권 확충"…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주 4일제'
(中) "韓 노동생산성 하위권인데"…경영계 "주 4일제 도입, 시기상조"
(下) 직장인 10명 중 7명 "주 4일제 찬성"…노동계 "입법 필요성 충분"
【 청년일보 】 오늘날 젊은 직장인들 중심으로 '워라밸' 문화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워라밸은 일(work)과 생활(life)의 균형(balance)을 일컫는 신조어로 이들 사이에선 사회생활 못지않게 개인의 일상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2022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MZ세대로 불리는 1984∼2003년 출생자 1천명을 대상으로 일자리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세대는 워라밸(66.5%)을 가장 중시한다.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는 일자리'(43.3%), '복지제도가 잘 된 일자리'(32.8%), '회사 분위기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일자리'(25.9%)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단순히 물질적 보상보단 개인생활의 시간를 선호하는 MZ세대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워라밸' 장착을 위해 국내 일부 기업들은 주 4일제 근무제도를 시행 중에 있다.
그러나 경영계에선 우리나라는 제조업종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에 치중돼 있어 만약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생산성에 영향을 줄뿐만 아니라 자칫 수출경쟁력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 "워라밸 문화 최대 화두"…국내 일부 기업, '격주 4일제' 추진
주 4일 근무제(이하 주 4일제)는 일주일에 4일만 일하는 형태의 근무제도를 의미한다. 근로기준법상 법정 노동시간을 주당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여 하루 평균 8시간씩 주 4일을 근무하게 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노동계 일각에선 주 4일제 법제화를 갈망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주 4일제를 찬성하는 쪽에선 특히 '워라밸'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있으며 근로자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업무에 복귀하면 효율성이 제고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워라밸을 중시하는 근로자들이 증가하는 추세에 발맞춰 일부 기업에선 '격주 4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부터 '한일시멘트'는 시멘트 업계 최초로 격주 주 4일제를 도입했다. 2주간 근무일수 10일 중 8일 동안 1시간씩 더 근무하고 격주로 금요일에 쉬는 방식이다.
앞서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7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전까지 근무하는 4.5일제와 격주 주 4일제 등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왔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5일제보다 격주 주 4일제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아 격주 주 4일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회사 측은 직원들의 효율적인 자기계발과 휴식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도 구성원들의 워라밸 향상을 위해 부분적인 주 4일제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1월부터 전사 상주근무 직원 약 1만명을 대상으로 격주 주 4일제형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기존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격주 금요일에 한해 4시간의 필수 근무를 없애 직원들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더욱 넓힌 것이 핵심이다.
직원들은 '격주 주 4일제'를 사용하는 경우 2주 단위 평균 주 40시간 내의 근로시간은 유지하면서 첫 주는 '주 5일', 다음 주는 '주 4일'을 근무할 수 있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월 필수 근무시간을 충족하면 매월 1회 금요일에 쉴 수 있는 '월중휴무제'를 도입했다. SK그룹은 이미 부분적 주 4일제를 '해피프라이데이'라는 이름으로 시행 중에 있다. SKT는 월 2회 금요일에, SK하이닉스는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 쉰다.
◆ 韓 산업구조상 제조업 특화…생산성 하락→국가경쟁력 저하 우려
이와 같이 주 4일제 트렌드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경영계 일각에선 자칫 부작용을 우려하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기업 생산성 저하되며 우리나라의 산업특성을 이유로 주 4일제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특히 노동계 일부에서 주 4일제 법제화를 내세우는 데 대해 개별 기업별로 여건이 충족되면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지만, 이를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측면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감소에 따른 생산성이나 임금 조정 등을 감안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건 이해하지만 일률적으로 주 4일제를 전 업종에 도입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고 밝혔다.
오정근 한국ICT융합학회 회장은 "주 4일제의 도입 목적이 근로자의 건강권을 지키고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거시적 관점에서 봤을 때 국가경쟁력이 저하될 공산이 크다"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업종 가운데 제조업 비중이 높아, 근로시간 단축은 곧 생산성 하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산업 노동생산성은 38개 OECD 회원국 중 29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금 주 4일제를 성급히 논하는 건 현실성에 전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 4일 근무제를 실행할 수 있는 기업과 할 수 없는 기업 간 양극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도입 여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