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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경쟁력 강화에 노사갈등 해법까지"…전영현 삼성부회장, 위기관리 리더십 '시험대'

"내달 7일 단체 연차 사용"…삼성전자 노조, 창사 이래 첫 파업 선언
전삼노 "파업 실패할 수도 있지만 1호 파업 행동 자체 의미 부여"

 

【 청년일보 】 사측과의 임금협상 파행으로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1969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DS부문장으로 취임한 전영현 부회장(64)의 위기관리 리더쉽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처지며 경쟁력 강화 등 '위기돌파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노사 갈등이란 얽힌 실타래까지 풀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전날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사 설립 이후 사상 첫 파업을 선언했다. 

 

그동안 노사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놓고 이견이 엇갈리며 줄곧 '교착상태'를 이어왔는데 지난 28일 임단협 8차 본교섭에서 사측 교섭위원 구성을 놓고 마찰을 빚다 엇박자가 난 것이 발단이다. 

 

전삼노에 따르면 본교섭 이전에 사측 위원 2명을 교섭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해당 사측 위원은 지난달 1일 경기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 항의방문 때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을 에스컬레이터에서 밀어 다치게 한 인물로 전해진다.

 

이날 전삼노 관계자는 "우리는 대화로 해결하고자 세 차례나 문화행사를 진행했지만, 사측은 전날 아무런 안건도 없이 교섭에 나왔다"면서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사측의 태도에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지급체계 마련 등 임금제도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선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선 전삼노 집행부는 즉각적인 총파업 대신 '연차 소진' 등의 방식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오는 6월 7일 전국 모든 사업장에 있는 조합원의 단체 연차 사용을 시작으로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전삼노는 2만8천400여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에게 연차를 전부 다 사용해 달라는 '파업 지침 1호'를 내렸다. 여기에 파업 2호, 3호 지침 역시 계획돼 있다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밖에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24시간 버스 농성도 이어가는 등 '투트랙'으로 사측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전삼노 측은 "아직은 소극적인 파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총파업까지 갈 수도 있고, 파업이 실패할 수도 있지만 1호 파업 행동 자체가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삼노는 반도체사업인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 구성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단체행동에 동참하는 조합원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지만, 일각에선 사상 첫 파업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1969년 창사 이래 단 한 차례 파업이 없었을 정도로 '무파업 대명사' 타이틀을 오랜 기간 유지해 왔다. 2022년과 지난해에도 노조는 임금협상 갈등 촉발로 조정 신청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실제 파업까지 옮기진 않았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노조 파업 선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는 통상 반도체 생산라인이 특성상 24시간 멈추지 않고 가동해야 하는데 만약 다수의 직원이 파업하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때문이다.

 

파업 사례는 아니지만 실제로 지난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폭설로 정전사태가 발생하면서 생산라인 가동이 사흘간 중단된 바 있다. 이때 전체 손실 금액이 자그마치 3~4천억원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말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일부 라인이 멈췄다가 정상화까지 한달 가량 소요되기도 했다. 그만큼 잠시라도 생산라인이 중단되면 막대한 비용·시간 손실로 직결된다는 것을 방증한다.

 

무엇보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 직격탄으로 심각한 부진을 겪었던 DS부문이 5개 분기 만에 적자행진을 탈출해 반등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이같은 파업 행위가 자칫 "찬물을 끼얹는 격"이란 일각의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이에 따라 신임 반도체 수장으로 선임된 전영현 부회장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게 한발 뒤처졌다고 평가받는 만큼 내부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경쟁력 향상과 더불어 노조와의 갈등 봉합이란 '중책'을 동시에 맡게 됐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기 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반도체 수장을 교체한 점은 그만큼 삼성전자에 드리운 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면서 "노사 양측간 입장차를 좁혀 조속히 대화 테이블을 복구하고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반도체 수장으로 미래사업기획단장 전영현 부회장을 '깜짝' 발탁했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하에서 대내외 분위기 쇄신 및 반도체의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전 부회장은 1960년생으로 한양대 전자공학부, 카이스트 전자공학 석·박사 출신이다.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했으며 ▲2002년 삼성전자 반도체 D램 5팀장 상무 ▲2009년 삼성전자 반도체 D램 개발실 실장을 거쳤다.

 

2012년엔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 팀장을 거쳐 2014년 12월부터 DS부문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SDI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했으며, 올해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돼 삼성전자와 전자 관계사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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