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예치금 이용료율'을 수차례 번복하는 등 촌극을 벌인 빗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용료율을 두고 여러 차례 결정을 번복해 투자자들과 가상자산 업계에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최근 예치금 이용료율을 '연 4.0%'로 상향한다는 공지를 냈다가 6시간 만에 철회했다. 이를 두고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 혼란을 발생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가상자산법)이 시행된 지난 19일 오후 10시 9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1.3%의 이용료율을 공개하자 이후 오후 11시 20분 빗썸이 '업계 최고 수준'의 타이틀을 내세우며 업비트보다 0.7%포인트(p) 높은 2%의 이용료율을 공지했다.
이에 자정이 되기 직전 오후 11시 59분께 업비트가 갑자기 이용료율을 2.1%로 높혀 재공지를 하자, 빗썸은 다시 2.2%의 이용료율을 재공지하며 업비트에 응수했다. 업비트와 빗썸의 이용료율 경쟁을 지켜보던 코빗도 새벽 1시쯤 이용료율을 2.5% 상향 조정한다고 밝히며 경쟁에 가세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이들이 이용료율 경쟁을 벌인 것은 '고객 유치'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가상자산법 시행 초기 '높은 이자'를 앞세운 마케팅 효과를 통해 고객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예치금 이용료율은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율과 비슷한 개념"이라며 "투자자들은 당연히 이용료율이 더 높은 거래소에 눈길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료율 경쟁은 24일까지 계속됐다. 빗썸은 지난 23일 오후 6시경 기존 2.2%로 공지했던 이용료율을 4.0%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빗썸의 실명계좌 제휴은행인 NH농협은행이 예치금을 운용해 발생하는 연 2.0%의 이자에 빗썸이 연 2.0%를 더한 이용료율이다.
그러나 다음 날(24일) 새벽, 빗썸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연 4.0%의 이용료율 상향 조정 결정을 철회한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게시했다. 철회 이유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준수를 위해 추가로 검토할 사항이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실상은 금융당국의 이용료율 재검토 요구 때문에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빗썸이 '4.0% 이용료율' 공지를 한 뒤 금감원에서 '법규에 합리적으로 산정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4.0%가 이에 부합한지' 재검토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빗썸의 이용료율 상향·철회가 반복되자 일각에서는 빗썸의 촌극에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 혼란을 발생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빗썸의 '4.0% 이용료율' 철회 공지 이후 일부 투자자들은 "타사에서 빗썸으로 이미 갈아탔는데 이게 뭐냐", "혹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 등의 짜증스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예치금 이용료율이 '손바닥 뒤집듯' 간단하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빗썸이 '관심끌기용' 공지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예치금 이용료는 거래소와 제휴된 은행이 예치금을 운용한 뒤 운용수익을 거래소와 나눠 갖고 이후 거래소가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가상자산법 상 예치금 운용은 국채나 지방채 등 안전자산에 한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게다가 운용수익에서 인건비·전산비 등 제반 비용을 차감한 금액에서 예치금 이용료가 정해지기 때문에 예치금 이용료율을 결정할 때에는 신중한 의사결정 과정이 동반돼야 한다.
그러나 빗썸의 경우 19일 밤에는 한시간 만에 이용료율 상향을 공지했고, 24일에는 6시간 만에 무려 1.8%p 상향 결정을 철회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용료율을 함부로 올리지 못하는 것은 미래에 얻을 운용수익을 예측해야 하는 불확실성과 인건비 등 제반 비용 때문"이라며 "'연 4.0% 이용료율'이 파격적인 만큼 빗썸이 자체적으로 제대로 확인하고 공지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빗썸 측은 투자자들에 이익을 주기 위해 의사결정을 신속히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빗썸 관계자는 "빗썸이 원래 의사결정이 빠르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다 보니 그렇게 보인 것 같다"라며 "빗썸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싶어 최선을 다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