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독점적 시장 지배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와 관련해 가상자산업계에서는 '공정위의 늦장대응'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미 업비트의 높은 시장 점유율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해도 사후 대처가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대금이 1천87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업비트에서 거래된 금액이 770조원(70.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가상자산거래소 거래 현황'에 따르면 업비트는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4년간 거래대금을 살펴보면 업비트의 실적이 타 거래소를 압도한다. 업비트는 4년간 2021년 3천557조원, 2022년 1천166조원, 2023년 934조원, 2024년 상반기 770조원을 각각 거래했다.

 

이는 ▲빗썸 795조원→258조원→196조원→280조원 ▲코인원 203조원→59조원→24조원→21조원 ▲코빗 19조원→4조원→5조원→10조원 ▲고팍스 21조원→1조원→2조원→6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 역시 2021년 77%, 2022년 78%, 2023년 80%, 2024년 상반기 70%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에서는 '시장지배적 지위' 판단기준으로 '1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업비트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수년에 걸친 업비트의 독주 체제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그간 업비트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비판의 화살이 공정위를 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비트의 시장 독점 논란과 관련 "조사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기정 위원장은 업비트의 시장 독점 탓에 거래 수수료의 가격 탄력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에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했는지 살펴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업비트 독점 논란 조사' 관련해 '늦장 대응'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를 제외한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점유율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 변동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업비트의 독점 체제가 굳어지기 전에 공정위 차원에서 조치가 있었으면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전하며 공정위 조사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고루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업비트의 독점 체제가 굳어진 지 오래인데 이제야 조사를 시작한다는 것은 시장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며 "공정위는 조사와 더불어 규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함께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비트의 독점 체제가 뚜렷한 만큼 업비트라는 기업의 점유율을 분산시키기 보다는,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을 활성화해 5개 거래소가 모두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공정위가 이번 조사를 통해 업비트의 독점 체제를 견제하고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 높다고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지난 10월 업비트에 대한 신고 접수가 들어와 조사에 착수하게 된 것"이라며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 높다고 공정거래법 위반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업비트의 점유율이 높았지만,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사례가 있어야 법 위반이다. 현재 공정위는 업비트의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현재 조사를 기점으로 향후 가상자산업계의 건전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