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이하 배달플랫폼노조)가 25일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규탄하는 '배달라이더 분노의 대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배달플랫폼노조 소속 라이더들이 영등포 B마트·여의도 건설노조 고공농성장·신촌 B마트·용산 대통령 집무실·성동 B마트·우아한형제들 본사 등을 6시간에 거쳐 차례로 이동하며 우아한형제들에 대한 요구사항이 담긴 발언을 이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배달플랫폼노조 측은 집회에서 ▲유상운송보험 의무절차 폐지 철회 ▲플랫폼기업 등록제 ▲표준계약서를 통한 배달료 보장 ▲배달 라이더 자격제도 도입 등을 요구했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배달플랫폼노조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개정·유상운송보험 의무가입 촉구'를, 서울시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배달료 삭감 반대'를 요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에서 발언에 나선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은 "배달 플랫폼 기업 간의 무료 배달 경쟁으로 배달료는 삭감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라이더들이 떠안게 됐다"라면서 "수천억원씩 영업이익을 내면서 라이더들을 더 쥐어짜서 이익을 내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 위원장은 "무료 배달에 더해 배민플러스(배플), 쿠팡플러스(쿠플)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배달료 삭감을 가속화하며, 유상보험 가입 의무도 폐지해 국민과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배달 중개 수수료 문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종합적 진단과 효과적 대책을 마련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라며 "그래서인지 그간 진행된 8차례의 배달 플랫폼업체와 입점업체 간 상생협의체에서 드디어 차등 수수료 방안과 수수료 인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상생협의체에 라이더 역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라이더 최저임금을 논의했지만 거부당했고, 국정감사에서 유상운송보험 의무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호소를 해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관계자는 '신중해야 한다'라는 답변만 했다"라며 "배달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고는 증가하고 있고, 산재 신청 건수 상위 기업에 항상 배달 플랫폼 기업이 올라와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달 노동자들은 노예가 아닌 노동 약자"라고 덧붙였다.
이어 연대 발언에 나선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한창 일 해야될 시간에 거리에서 우리는 용납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서 외치고 있다"라며 "대한민국 최초로 배달 플랫폼 대표기업인 배민과 노조 간에 자율적인 사회적 협약도 맺었지만, 결국 휴지 조각이 되는 현실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피력했다.
강 위원장은 "10년 동안 고공행진하는 물가 속에서 기본 배달 수수료가 단 한번도 오르지 않는 이 세태를 바꾸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라며 "과거 투쟁 끝에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활물류서비스법)을 만들어낸 것처럼 라이더 유상운송보험 의무화를 이번 국회 때 반드시 관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은 전 세계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배달 라이더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라는 이유로 법과 제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탄압과 차별을 받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 부위원장은 "이미 해외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임금 보장을 위해 적정임금제 등의 최저임금 산출 근거를 마련하고 있고, 특수고용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해서 임금과 노동 안전 문제 개선을 위해서 크게 나아가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이들 노동자를 위한 법률 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끊임없이 사회적 혼란과 갈등만 야기되고 있다"라며 "고생은 배달 라이더들이 하는데, 그 이윤은 배달 플랫폼업체가 모두 가져가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윤중현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배달 라이더의 유상운송보험 가입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문제"라며 "생활물류서비스법은 3년 전 정부와 국회, 소비자 단체, 노동자들이 함께 제정한 의미 있는 법이지만, 어렵사리 만든 법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법의 제10조와 11조는 계약의 갱신과 해지에 있어 제한을 두고 있고, 32조는 표준계약서를 권장하고 있다"라면서 "국토부 표준계약서에서는 사전 합의 없는 담당구역 변경을 제한하고 이를 위탁자의 준수 사항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이를 보란듯이 위반하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배달플랫폼노조 측은 "그간 배달료 삭감 반대·단체교섭 성실이행·유상운송보험 의무절차 폐지 철회·약관 강제동의 철회·B마트 라이더 휴게시설 및 편의시설 설치·각종 갑질 중단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배민 측은 이를 철저히 묵살해 왔다"라며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알 수 있듯이 배민은 국민과 배달라이더, 자영업자를 상생이 아닌 돈벌이 대상으로 이용하고 있고, 그 이익금을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집회와 관련해 배민의 물류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