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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민족일까요?"…배민 '옥죄는' 딜리버리히어로

이국환 대표, 2일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사임…임시 대표에 모기업 DH COO 내정
업계 일각 "작년 역대 최대 실적 달성에도 갑작스러운 사임…DH 입김 강해질 것"
전문가 "해외 거대 자본 국내 배달 플랫폼 잠식, 소비자 및 업계에 부정적 영향 우려"

 

【 청년일보 】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난 2일 사임하자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한국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적잖은 이목을 끌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이 전(前) 대표는 2일 '일신상의 이유'로 1년 3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업계에서는 점차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배달 플랫폼 업체 간 경쟁으로 우아한형제들의 독일 소재 모회사인 DH가 한국 내 경영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국환 전 대표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의 뒤를 이어 작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로 선출된 바 있다. 그는 미국 스탠포드대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이후 SK텔레콤·맥킨지&컴퍼니(이하 맥킨지)·휠라코리아 등을 거쳐 2017년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했다. 

 

이후 그는 우아한형제들에서 배민라이더스 사업실장·딜리버리 사업부문장·배민 사업부문장 등 주요 직책을 거쳤다. 그는 대표직을 수행하며 배민1 등 푸드딜리버리 사업을 비롯해 B마트, 배민스토어 등 배달커머스 사업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업계에서는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노력이 배민을 공고한 배달앱 1등 자리에 올려놓는 데 성공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은 작년 매출 3조4천155억원, 영업이익 6천998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전 대표가 업계에서 유례없는 호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사임한 데는 DH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은 이 전 대표 사임 이후 차기 대표가 내달 이후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정식으로 선임될 때까지 피터얀 반데피트(Pieter-Jan Vandepitte)를 임시 대표로 선임한 상태다.

 

피터얀 반데피트는 DH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컨설팅그룹 맥킨지에서 팀장직(EM)을 수행했고, 소셜 커머스 기업 그루폰(Groupon) 공동 창업 등을 통해 경력을 쌓았다.

 

 

이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DH로부터 지나친 실적 중심의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 A씨는 "DH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이후로 회사의 전략방향이 수익 창출에 과도하게 쏠리게 된 것은 사실"이라며 "차기 대표로 어떤 인사가 영입될 지는 미지수지만, 현재보다 더욱 더 영업이익에 집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DH는 다양한 해외 사업에서 '수익 짜내기'로 명성이 높은 기업 중 하나"라며 "배민이 수년간 1위 자리를 지키고, 우수한 실적으로 경영성과를 입증했음에도 이 전 대표가 돌연 사임한 데에는 DH의 영향이 분명 작용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성과 그 이상의 성과'를 창출한 이 전 대표가 갑자기 사임했다는 것은 모회사 측이 우아한형제들에 가지고 있는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현재도 과도한 경쟁으로 소비자, 자영업자, 라이더가 모두 고통받는 상황에서 차기 신임 대표 역시 DH가 만족하는 새로운 수익 창출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DH는 작년 우아한형제들이 거둬들인 영업이익 6천998억원 중 4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배당금으로 챙겨갔다. 이는 영업이익의 57.2%에 달하는 수치다.

 

DH의 작년 연간 사업보고서(Annual Report 2023)의 지역별 매출을 살펴봐도, 한국(24억1천만유로)은 비교 대상이 된 사우디아라비아(9억700만유로), 아랍에미리트(7억900만유로)를 크게 따돌렸다. 

 

DH는 같은 보고서에서 한국을 자사의 '가장 큰 시장(our largest market)'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DH 측은 보고서에서 "경쟁사가 지속적인 소비자 유인 프로그램(incentive program)을 통해 배민의 시장점유율에 도전하고 있다"라면서 "경쟁사로부터 기인하는 위험성(risk)로 인해 한국 시장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라며 보다 효율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고삐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주요 배달 플랫폼이 거대 해외 자본에 잠식당하는 현상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국내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로 불렸던 우아한형제들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도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거대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경영 측면에서 배달 중개사업으로 낼 수 있는 성과의 최대치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며 무리수를 두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해외 자본이 국내 배달앱 시장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무리한 요구를 계속할 경우 소비자 피해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해외 모기업의 과도한 수익 창출 요구는 국내 기업의 무리한 행보로 이어지고, 무리한 행보는 결국 소비자가 누리는 서비스 경험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특히 배달앱과 같은 플랫폼 산업에서 소비자는 피해를 입을 경우 해당 플랫폼을 즉각 이탈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회사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 회사가 거둬들이는 수익은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아한형제들은 2일 그간 무료로 제공하던 '배민클럽'을 유료화했다. 배민클럽 사용을 희망하는 소비자들은 8월 20일부터 월 1천990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다만, 이는 할인 프로모션이 적용된 가격이며, 행사 종료시 정상가인 월 3천990원이 적용될 예정이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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