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대법원이 전문간호사의 골수 검사를 위한 ‘골막 천자’ 행위를 무죄로 판결 내리면서, 오는 6월에 시행될 간호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제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은 2018년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서울아산병원을 고발한 것이 발단이다. 침습적 검사인 골수검사는 부작용이나 합병증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에서 의사가 직접 시행해 왔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의 혈액내과, 소아종양혈액내과, 종양내과에서는 의사가 전문간호사에게 골수검사 업무를 지시하고, 전문간호사가 이를 직접 시행하였다. 이에 검찰은 병원과 관계자를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혐의로 기소하고, 여러 차례 형사재판이 진행되었다.
2022년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골수검사는 의사가 전문간호사에게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다. 해외에서 전문간호사가 골수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판결의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2023년 2심에서는 1심판결을 뒤집고 서울아산병원에 유죄를 선고했다. 형사법원은 “의사가 현장에서 지도 및 감독을 하더라도 전문간호사가 골수검사를 시행한 이상 진료 보조가 아닌 진료행위로 봐야 한다”며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고, 이에 병원은 불복해 항소했다.
사법부의 판단은 다시 한번 뒤집혔다. 지난 12월 12일 대법원은 해당 사건의 원심에서 내린 벌금형 선고 결정을 파기하고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환송하라는 판결을 했다.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행된 진료 지원(PA) 간호사의 시범사업 지침에 ‘전문간호사의 경우 골수 천자, 복수 천자, 뇌척수액 천자가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어 법원에서도 이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한병원의사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는 간호사의 골막 천자를 무면허 불법행위로 간주하며, 면허 범위를 넘어 전공의 수련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국전문간호사협회는 간호사에 대한 인식 변화가 반영되었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특히 “전공의 공백으로 전문 간호사를 비롯한 간호사들의 확장된 업무 범위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며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안전하게 제공하기 위해 적절한 업무 범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의료 직역 간의 논란이 거세지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난 8월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올해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간호법 통과 당시, PA 간호사의 구체적 업무 범위와 적정 간호인력 기준, 교육 수련 등의 세부 항목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기로 하였으나, 여러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간호법의 세부 지침 마련 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 시행이 6개월여를 앞둔 만큼, 구체적인 법안 마련을 위한 준비가 늦어질 경우 보건의료계 내 직역 간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간호법의 하위법령에도 간호사의 골수 검사와 같은 내용이 업무 범위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법의 진료 지원 업무 내용과 그 범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자문단을 운영 중이며, 이번 무죄 판결이 자문단의 결정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 과정에서 간호사 업무 허용 범위와 관련해 후폭풍이 거세질 수 있으므로, 환자 안전과 의료진의 부담 등 다양한 관점을 고려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간호계의 염원이 담긴 간호법 통과라는 기반을 다졌으니, 올해는 구체적인 간호법 시행령 제정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 청년서포터즈 8기 박예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