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이 최근 역대급 조건을 내걸고 시니어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 및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으나, 신청 건수가 매우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여신금융업권의 업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경기 불안감마저 커지면서 이들이 회사를 떠나 재취업의 기회를 찾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9일 여신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카드·현대커머셜은 지난 4일까지 근속 20년차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진행했다. 해당 조건에 적용되는 시니어 직원 수는 양사 모두 포함해 200여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와 커머셜은 2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39개월의 월할 기본연봉을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최대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 역시 나이에 따라 최대 39개월(55세), 33개월(56세), 27개월(57세), 21개월(58세)치의 기본 연봉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이번 희망퇴직 및 명예퇴직 조건에는 자녀학자금, 건강검진 지원금, 2022년 성과급 등이 포함한 것을 비롯해 이외에도 선택사항으로 명예사원제도(주 2회, 일 7시간 근무)를 통해 2년 간 업무를 더 이어가거나 5천만원 한도 내에서 창업실비지원을 제공한다는 선택 조건도 추가됐다.
이는 올해 은행권이 희망퇴직자에 약 36개월 연봉을 보장해준 것을 감안하면 현대카드와 커머셜 양사가 제시한 조건은 금융권 내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조건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양사의 희망퇴직 신청기간 중 퇴사하기로 결정한 인원은 현대카드에서 불과 11명에 그쳤다. 더욱이 현대커머셜의 경우에는 단 한 명의 신청자도 나오지 않았다.
현대카드 노조는 이 같은 저조한 희망퇴직 신청에 대해 현재 여신금융업계의 업황을 고려할 때 근속 20년 이상의 시니어 직원들이 퇴사한 후 재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영주 현대카드 노조 지부장은 "현재 업계 상황을 고려할 때 퇴직을 하더라도 한창 일을 계속 해야 하는 50대 시니어 직원들이 새로 취업할 곳이 없는 상황이라 신청이 저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잇따른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규제 강화 등으로 여신금융업계의 업황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경기침체 등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 다수의 기업들도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는 등 재취업 여건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 심리적 부담이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카드사는 예·적금 등의 수신 기능이 없어 카드론 등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신전문금융채권(이하 여전채)을 통해 조달한다.
그러나 금리 인상기를 맞아 여전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최근 6%를 넘어서는 등 여전사들의 조달비용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레고랜드 사태 등의 여파로 채권 시장의 자금경색이 심화되면서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다.
결국 올 4분기에도 여신업권의 수익성에 경고등 켜진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앞으로 더 많은 여전사들이 더욱 적극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자금경색이 해소되어야 하겠지만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금리가 끝없이 오르는 상황에서 여전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지도 미지수"라며 "실적 하락이 계속될 경우 회사 입장에서도 인원 감축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김 지부장은 "지난 2019년과 다르게 이번 희망퇴직의 경우 회사가 강압적인 태도를 취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3사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권고사직을 비롯 일방적 인사이동, 부당전출 등 관리자의 인사 갑질, 구조조정 및 폐쇄적 조직문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바 있다.
반면 롯데카드를 비롯해 신한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KB국민카드 등 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희망퇴직을 실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