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네이버가 내년 상반기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예고한 가운데, 전자상거래(이하 이커머스)업계의 독과점 구조 고착화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쇼핑 검색·인공지능(AI)·개인화 추천 기술 등에 기반한 인공지능(AI)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시장에 내놓으며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이 앱에서는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 상품 관련 콘텐츠 추천 기능은 물론 시간 단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업계 1위인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통해 신규 소비자를 대거 유인할 채비도 마쳤다.
여기에 쇼핑 이용자의 검색 의도를 파악해 제품을 추천하는 'AI 쇼핑 추천' 기능도 내년 베타서비스로 선보인다. 특히 AI가 빅데이터에 기반해 소비자 선호도를 종합, 제품 추천 이유도 수치화해 제공한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상품 추천뿐 아니라, 쇼핑에 참고할 만한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도 AI가 추천한다.
이커머스업계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라스트 마일 서비스에도 힘을 줬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시와 함께 다양한 시간 단위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배송'도 내년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배송에는 '오늘 배송', '내일 배송' 외에도 주문 이후 1시간 내외에 배송 가능한 '지금 배송', 다음 날 오전 도착하는 '새벽 배송', 가구·가전 카테고리 대상 설치일을 지정할 수 있는 '희망일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강력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커머스업계의 '큰 태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가 침체된 이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KDI)의 한 전문가는 "네이버가 확보하고 있는 막대한 빅데이터에 기반한 생성형 AI를 내세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두말 할 것 없이 업계의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국내 1위 포털 사이트라는 압도적 지위와 회원 수를 바탕으로 업계에서 급격히 세를 늘려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네이버가 예고한 대로 '네이버배송' 서비스도 원활히 진행되면,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쿠팡과도 직접적으로 시장점유율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또 다른 전문가도 "네이버가 내년 이커머스업계에 '돌풍'을 예고한 가운데, 현재 쿠팡을 중심으로 고착화된 판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티몬·위메프 사태로 이커머스업계의 성장 동력이 저하된 상황 속에서 이를 반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우월적 포털 사이트의 지위를 가진 네이버의 본격적인 참전으로 이커머스업계의 독과점 형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여타 이커머스업체는 물론 일반 판매자(셀러)의 타격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쇼핑의 시장 점유율은 약 22%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쿠팡(20%)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수치지만, 네이버는 그간 자사의 쇼핑 서비스가 이커머스 플랫폼이 아닌 단순 가격 비교 서비스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 이커머스업체 관계자는 "네이버 쇼핑은 지금까지 가격 비교 서비스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지만,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시로 이제는 완전히 분리되게 됐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바와 같이 기존의 가격 비교 서비스를 사용자가 찾기 어렵도록 교묘하게 디자인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은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일반 이커머스업체의 경우 포털을 경유해서 유입되는 소비자(PCS)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네이버가 이처럼 가격 비교 서비스의 노출을 제약할 경우 일반 업체들은 물론 이 경로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중소 셀러들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포털 사이트의 지위를 이용해서 이커머스업계에 독과점적 지위를 행사할 가능성에 대해서 당국에서도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네이버가 의도적으로 가격 비교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노출하고,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걱정스러운 부분"이라며 "네이버를 제외한 모든 이커머스업체들이 큰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시로 소상공인들이 네이버에 지불할 광고비가 과도하게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압도적인 포털 사이트 점유율을 보유한 만큼, 최초에 서비스를 전개함에 있어 확실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계획만 제시된 상태이고, 실제로 실현된 것은 많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시로 네이버의 광고비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될 경우 고가의 광고비 감당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네이버의 입장에서는 압도적인 포털 서비스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확대하는 게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네이버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업체 한두 곳이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수수료·광고비 부담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소비자 관점에서는 장기적으로 다양한 이커머스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적절히 나눠 갖고 경쟁하는 구조가 더욱 바람직한 시장 구조"라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